입사 지원 이렇게 하면 자동탈락... 당황하셨어요?

[직장인 일기③] 살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이력서를 쓰는 순간

등록 2013.11.18 09:27수정 2013.11.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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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KBS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편하게 있어'에 직장인들이 '폭풍 공감'하고 있다. 회식을 마치고 상사의 집에 간 부하직원은 빨리 귀가하고 싶지만 상사는 "편하게 있어"를 연발하며 더욱 힘들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직장을 구했지만, 상사에게 치이고 후배에게 쫓기며 늘 동분서주한다. 카드 값과 보험료, 대출금 이자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통장 잔액. 가족 앞에서도 어깨를 펴지 못하고 갈수록 왜소해진다. 이렇듯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직장인이 겪는 애환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 기자주


나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기업의 지방사무소장을 맡고 있다. 며칠 전부터 품질관리 분야의 직원 한 명을 뽑기 위해 한 취업사이트에 채용공고를 내놓았다. 오늘도 책상에 앉자마자 취업사이트 기업회원 아이디로 접속해 상단에 있는 '신규지원자' 버튼을 클릭했다.

그런데 벌써 오늘만 똑같은 내용의 자기소개서(아래 자소서)가 세 번째다. 오늘 새로 지원한 사람들의 응시 서류함을 정리하며 5명의 지원서를 일괄 접수 거부 처리했다. 혹시나 하고 '준비된 인재'라는 포장된 제목에 속은 채 클릭을 하고 나면, 어김없이 천편일률적인 자소서를 보고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19OO년 OO에서 O남O녀 중 O째로 태어났습니다. 패기와 열정으로 무장된 준비된 인재 OOO 귀사의 문을 두드립니다…'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입사서류... 탈락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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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지금 이력서를 쓰는 바로 이 순간이다. ⓒ KBS


우선 연대기식으로 나열한 구태의연한 출발은 탈락대상 1순위다. 차별성도 감동도 없이 태어난 날짜부터 시작해 성장배경을 구구절절 적은 지루한 나열은 서류전형부터 탈락을 자초할 뿐이다. 특히 '인자한 아버지와 현모양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매사에 적극적인 성격에…', '책임감이 강하고 리더십이 뛰어나며…', '합격만 된다면 어떤 일이라도…' 등의 진부하고도 밑도 끝도 없는 무책임한 표현은 이제 지겨울 뿐이다.


심각한 취업난을 반영하듯 채용공고 한 번에 수많은 이력서를 접하게 되지만, 실제로 제대로 작성된 입사지원 서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단 '넣고 보자'식의 지원은 아무리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 해도 나에게 있어서는 관심 밖이다. 성의 없는 입사지원 서류에는 회사에서도 똑같이 무성의하게 검토하며 결국 폐기되고 만다.

대학까지 졸업하고 경력까지 있는 지원자들이 이러하니 너무 한심해서 그저 한숨만 나온다. 마음 같아서는 인생 선배의 입장에서 전화라도 한 통 걸어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이런 경우가 결코 한두 건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맞춤법, 띄어쓰기가 엉망이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자기소개서를 그대로 복사하고 붙여넣기해서 제출한 복사형 자소서까지는 또 그렇다고 치자. 10여년 전 대학 입학원서에 첨부했던 초롱초롱한 사진을 첨부한 것은 그저 애교에 불과하다. 검인도장이 찍힌 여권 사진을 스캔하여 첨부하거나 셀카를 찍어 보내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해외여행을 처음 해본 사실을 알리고 싶었는지, 첨부한 사진이 중국의 만리장성 앞에서 V자를 그리며 찍은 사진이다.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그나마 셀카면 다행이다. 합성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사진 하단부에는 사진 편집프로그램의 이름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외에도 다른 회사 입사지원 시 작성한 것을 그대로 제출해 회사 이름까지 잘못 기재한 경우나 2~3줄로 작성한 어이없는 자소서 등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만리장성에서 V자 그린 사진을 이력서에?

본인이 회사의 인사담당자라고 가정한다면, 과연 이런 성의 없는 지원자에게 취업의 기회를 주고 싶을까? 직장생활은 개인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큰 몫을 차지하는데, 이런 사소한 실수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인사담당자가 본 성의 없는 입사지원서의 유형을 짚어본다.

① 관련 학과와 무관한 지원?
회사의 모집 부문별로 관련 전공이 다르므로 지원 전 확인은 필수다. 특별한 경우, 전공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직무 관련 학과 출신을 우대한다. 환경관련학과 출신의 품질 관리자를 뽑는데 경영학과나 경찰행정학과 출신자가 지원하는 일은 괜한 시간 낭비일 뿐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뷰티·미용학과 출신자가 환경 분야 품질관리자에 지원한 것은 도대체 입사 의지가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러니 지원자는 항상 많지만 조건에 맞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보통 30% 이상의 지원자가 직종과는 상관없는 분야에 지원한다. 유망기업이라는 것만 보고 자신의 전공 분야를 생각하지도 않고 지원서를 내는 것이다. 마구잡이로 지원하기 보다는 반드시 본인의 전공과 적성을 살려서 지원해야 한다.

② 사진도 경쟁력이다.
이제는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다. 무조건 예쁘고 잘생긴 외모보다는 신뢰감을 주며 호감을 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인사 담당자들이 이력서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증명사진이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는 남들보다 더 나은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 외양을 가꾸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 정도까지 성의를 보이지 않더라도 입사 지원 시에 제출하는 사진이라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한다.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이 잘 나왔다고 본인 얼굴만 오려서 제출하거나 폰카로 찍어서 제출한다면, 지원 회사를 무시하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특히 과도한 포토샵 처리로 면접 당일 다른 사람이 면접 온 줄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얼짱 각도의 셀카 사진, 잔뜩 폼을 잡은 옆모습, 멋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찍은 사진, 승리의 V자, 국적불명의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 정말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취업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회사는 당신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③ 우리 회사에 지원한 사람이 맞나?
최근 환경 관련 품질관리 담당자 1명을 모집하는데 1주일간 약 3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하지만 입사지원서만으로는 지원파트가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얼마 전에 다른 회사에 지원한 서류를 그대로 제출했는지 회사 이름까지 잘못 기재했다. 여러 곳에 이력서를 쓰고 보내다보니 할 수 있는 실수라지만 받는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다.

특히 경력이나 학력사항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3~4개월짜리 회사 경력을 자랑스럽게 여러 개 나열하는 것은,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다면 언제라도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다. '언제든 떠날 수 있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단기간의 잦은 경력은 차라리 기재하지 않는 것이 서류전형에 도움이 된다.

④ 지나친 과장은 금물
자소서는 보통 일정한 규칙과 어투로 써야 하니, 다른 지원자들보다 조금 돋보이기 위해 조금 과장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현실은 인사담당자도 다 이해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납득이 갈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학점이 4.5만점에 겨우 3점을 넘어서는데, 우수한 어학점수에 4년간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다고 기술한다면 결코 수긍하기 어렵다.

공인어학 성적표도 제출하지 못하면서 '영어 독해능력 상, 읽기능력 상, 말하기능력 상'이라고 기술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IT 자격증은 없으나, 전문가 수준의 OA능력'이라고 기술했지만, 막상 테스트를 해보면 엑셀의 수식 기능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격증도 없이 본인 스스로 전문가 수준이라고 함부로 남발하면서 뽑힐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이력서를 쓰는 순간

⑤ 기본만은 지켜야 한다.
A사 퇴사, B사 퇴사, C사 퇴사…. 도대체 입사한 날짜는 언제이고 퇴사는 도대체 언제 한 것일까? 최소한 빈칸을 남기지 말고, 제출 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이것이 지원하려는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또 이력서를 워드 프로그램이 아닌 메모장으로 써서 제출하는 경우나, 일기 쓰듯 '~했다'로 연결되는 자소서는 신뢰를 얻기 힘들다.

이밖에 보내는 사람의 메일 닉네임이 '모태솔로' '돌아버리지' '조폭형님' '구름공듀' 등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의외로 많은데,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반드시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특히 입사지원 메일 발송 시 제목이 고민이 된다 할지라도 '제발 뽑아주세요ㅠㅠ' '저를 도와주세요!'라는 제목보다는 'OO기업 OO부문 입사지원자 OOO'로 보내는 것이 무난하다.

입사지원 후 아직 마감날짜가 한참 남았는데도 "서류전형 결과가 궁금합니다"라며 계속 전화하는 것도 반드시 금해야 할 에티켓이다. 마지막으로 서류심사가 통과된 후 면접 일정 통보를 위해 전화를 했는데, 어느 회사냐고 되묻는 경우 참으로 난감하다.

심각한 취업난에 내몰리고 있다고 세상을 원망하기 전에, 우선 기본적인 소양을 먼저 갖추자. 이력서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백지를 제공하는 기회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도전하여 인생의 첫 단추를 잘 끼우길 기대한다.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지금 이력서를 쓰는 바로 이 순간이다.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입사지원이 가능한 준비된 구직자가 돼야 한다. 마법을 쓰지 않는 이상, 경쟁자보다 튀어 보겠다는 행동은 감점요인이 되고도 남는다. 오히려 기본을 지키는 길이 취업의 가장 빠른 길이다.
#직장인 #취업 #이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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