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심기경호',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다?

[오마이댓댓글] 국정원 댓글 제안에 노 전 대통령 "절대 안 된다" 거부

등록 2013.11.13 18:59수정 2013.11.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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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찾아가는 댓글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있으셨나요? 꽉 막힌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고 싶으시다고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정치부 기자들이 댓글을 선정해 직접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오마이 댓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가려운 속, 정치부 기자가 시원하게 긁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12일 쓴 제 기사 <'노무현씨'라 불렀던 이재오 의원의 회한>에 대해 독자들께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는데요. 20명이 넘는 분들께서 댓글로 의견을 주셨고요. 페이스북에서는 95번, 트위터에서는 210번 공유나 리트윗(13일 오후 4시 현재)이 되었습니다.

댓글 중에서 '不眞空論(cky1204)'님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주셨네요. (댓글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오자나 띄어쓰기 등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 기자 주)

"최경준 이거 팩트를 위장해 거짓말 잘치네
놈현때 심기경호를 안했다
그거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청문회에서
김재원이가 밝히길 놈현때도 국정원이 인터넷 댓글란에
한미FTA 찬성, 10.4 남북정상회담 환영 댓글 홍보활동을 했다고 했다

그 사람들 지금 다 어디 갔는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아이디만 바꿔서 지금은 아마 박씨 홍보하고 있을거다! 하하하...

최경준아! 그게 놈현 심기경호가 아니면 뭐냐!
그리고 그 당시 오마이도 좀 돌아보지!
정부에서 광고비 받고 열심히 한미FTA 찬성광고 해댔잖니!
그런게 언론의 대통령 심기경호란다, 오마이도 조중동과 다를게 없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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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8월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이 댓글 작업 했다?"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이 정권 홍보 등을 위한 댓글 작업을 했다'는 것인데요. 답변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신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은 지난 8월 16일 열린 국회 국정원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나온 것인데요.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당시 국정원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관련 찬성, 남북정상회담 찬성 등 이런 정권 홍보 댓글작업을 했다는 말이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고 답변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어진 전해철 민주당 의원의 반론도 있었다는 것은 간과하셨네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에는 국정원의 댓글 활동을 금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의원은 "(참여정부는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에) 고유 업무인 대북 방첩업무를 지시했다"며 "노무현 정부 때 댓글(작업)이 시작됐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원 전 원장의 발언은) 위증이 될 수 있다"고 지적을 했는데요.

그러자 원세훈 전 원장은 "댓글 사건 이후에 그렇게 (참여정부에서 댓글 작업이 진행됐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고 말씀 드린 것"이라며 "제가 확인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당시 원 전 원장은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해 위증죄 적용에 대한 부담은 없었겠지만, 어쨌든 본인 스스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김재원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不眞空論'님께서는 여전히 국정원의 댓글 작업이 지난 대선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의심을 쉽게 지우지 못하실 것 같네요. 그래서 제가 직접 참여정부 때 국정홍보처장 겸 정부 대변인을 지낸 김창호 좋은미래정책연구소 소장을 만나서 확인한 내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김창호 소장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 국내담당 책임자(2차장)로부터 실제 국정 홍보에 대한 댓글 작업을 제안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하는데요. 국정원 2차장이 국정홍보처장인 김 소장을 만난 것은 2006년 7월 19일 오후 7시였고, 코리아나호텔 중식당에서였다고 합니다. 김 소장이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나중에 이런 상황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늘 일정표와 중요한 논의사항을 메모 해 놨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댓글작업 허락해 달라"... 노 전 대통령 "절대 안 된다"

당시 국정원 2차장이 김 소장에게 "FTA를 찬성하기 위한 (인터넷) 댓글 작업을 국정원에서 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 허락을 받아 달라, 그리고 관련 자료를 주시면 저희가 댓글을 달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폐지했기 때문에, 국정홍보처장을 통해 요청을 한 것이죠. 그러나 김 소장은 "그런 일은 하지 마라,대통령 생각과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정책의 정당성을 허물어뜨리기 때문에 그런 일은 옳지 않다"고 거절했습니다.

국정원에서 국정 홍보를 위한 인터넷 댓글 작업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뭘까요? 김 소장의 말을 빌리면, 일종의 '위기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 소장은 "참여정부에서 국정원의 정치·정책 개입을 거의 차단시켜놨는데, 당시 FTA 등 핵심적인 국정과제에 대해서 국정원이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역할의 위기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국정원 2차장은 김 소장의 거절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국정원의 역할이 왜 정부 운영에 중요한가'를 계속 설명했다고 합니다. 국정원의 거듭된 설득에도 김 소장이 '단호하게 거절'한 이유는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역사적으로 꾸준히 봐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 소장은 며칠 후 국무회의가 끝난 뒤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구두로 보고했습니다. 김 소장의 설명을 들은 노 전 대통령은 "잘 하셨다. 절대 국정원이 여기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국정원에) 다시 한 번 얘기를 해 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그것으로 안심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몇 시간 뒤 김 소장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비상전화를 받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에 분명히 내 의사를 전달해라. 이건 절대 안 되는 일이니까,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당부를 했고, 김 소장은 "저도 말씀을 전하겠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정상황실을 통해서도 지시를 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이후 민정수석실과 국정상황실에서 김 소장과의 협의를 거쳐서 다시 국정원에 지시를 했다는 것이 김 소장의 전언입니다.

그런데 국정원이 존재의 위기, 역할의 위기를 강하게 느꼈다면 대통령의 허가 없이 스스로 댓글 작업에 나서지는 않았을까요?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부정적입니다.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국정원이라는 정보조직의 생리상, 대통령의 인지나 허락 없이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김 소장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위한 댓글작업이 이뤄졌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不眞空論'님께 충분한 답변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첨언하자면, '不眞空論'님께서는 <오마이뉴스>가 당시 정부의 한미FTA 홍보 광고를 한 것을 두고 "언론의 대통령 심기경호"라고 지적을 하셨는데요. <오마이뉴스>가 당시 정부의 한미FTA 홍보 광고를 실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지면을 통해 한미FTA에 대한 반대 논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그것은 당시 기사들만 찾아보셔도 쉽게 확인 가능하실 겁니다. 광고를 실었다고 해서 '대통령 심기경호'라고 하는 것은 과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중동과 다를 게 없다"고 하신 부분은 정말 동의하기가 어렵네요.^^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원 댓글작업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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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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