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날 미쳤다고 했지, 내가 봐도 미쳤으니까"

남북통일 기원하며 21년째 돌탑 968개 쌓은 이삼용씨

등록 2013.11.18 14:14수정 2013.11.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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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 입구 ⓒ 임화숙


사람 인터뷰를 하다보면 세 부류의 느낌이 있다. 그냥 정보만 알게 되는 경우, 정보 습득과 가슴의 울림까지 있는 경우, 정보 습득과 가슴의 울림, 거기다 깨우침까지 얻게 되는 경우다. 창원시 팔용산에서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21년 동안 968개의 돌탑을 쌓고 있는 이삼용 씨(65·마산회원구 양덕동)는 세 번째 부류다. 그와의 만남은 단순한 인터뷰가 아니라, 어른에게 삶의 지혜를 배운 그런 자리였다.


개인과 가족의 꿈을 위해서도 아니요, 돈과 사회적인 명예가 따르는 것도 아니요, 그것도 자기와 관련도 없는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보고서 돌탑을 쌓아 왔다는 이씨를 돌탑군락지에서 만났다.

"50kg 정도의 돌을 져 나르면 숨이 턱턱 차지. 뒷머리에도 돌의 무게가 느껴지고. 그런데 힘으로 하기보다 정성으로 하니까 가능했지.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지. 내가 생각해도 미쳤으니까. 바보 중의 상 바보지."

직접 만나보니 작은 체구인데 어떻게 그 무거운 돌들을 그것도 산길을 오르내리며 져 날랐는지, 어떻게 그런 뜻을 가지고 오늘날까지 왔는지 질문을 했을 때, 웃음을 머금은 채 돌아온 대답이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남북통일이 될 것이다, 만일 통일이 되어 나도 통일을 이루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며 "또 이곳이 이제는 관광지가 되어서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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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 기원하며 21년째 돌탑을 쌓고 있는 이용삼씨. ⓒ 임화숙


이씨가 돌탑을 쌓아오는 동안 숱하게 언론에 알려졌고, 관광객들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찾아왔다. 그러면서 그곳 탑골공원은 구마산9경으로 지정되었다. 구마산의 회원구청이 있을 때는 몇 년간 5월에 돌탑 문화제 행사도 했는데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팔용산에 위치한 탑골공원이 나무데크까지 갖춘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은 불과 작년인 2012년이다.

돌탑 군락지가 현재의 모습으로 갖춰진 것도 실제로는 작년부터다. 그것은 2011년에 930여개의 탑을 쌓은 상태에서 다리를 다쳐서 몇 달간 탑 쌓기를 중단했던 시기에 누군가에 의해 탑 300여개가 무너졌다. 20여년간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진 것이다. 그 때 이씨의 가슴에는 피눈물이 흘렀다. 그동안의 정성과 하늘의 보살핌이 한순간 무너져 버린 것이다.


구마산의 공무원으로 재직 시에는 새벽이나 휴일에 시간을 쪼개서, 그 혹한의 겨울에도 어김없이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추위와 어둠, 크고 작은 사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탑을 쌓아왔다. 태풍 매미가 구마산을 강타했을 때 산의 아름드리 나무도 쓰러졌지만, 접착제도 사용하지 않고 쌓은 돌탑이 온전히 보전된 것은 하늘의 보살핌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

매일 새벽마다 산에 와서 파란 물바가지에 물을 떠 놓고 하늘에(특별한 종교는 없다) 정성들여 기도를 드렸는데 어느 날 바가지에 역고드름이 얼어 있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현상을 보고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많은 이들이 신기해하고 놀라워했다. 그것은 하늘을 감동시킨 이씨에게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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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쌓는 이삼용씨 ⓒ 임화숙


돌탑이 무너진 그 사건을 중앙과 지방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구마산의 소중한 자산을 관리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받고서야 지자체에서 부랴부랴 CCTV를 설치하고 공원을 관리했다. 그 당시 경찰에서 조사를 했지만 끝내 범인은 잡지 못하고, 그 탑들을 다시 복구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래서 작년에야 비로소 다시 원상 복구를 해서 현재 968개째 탑을 쌓은 것이다. 그 많은 탑들을 어떻게 숫자를 기억하느냐고 했더니 수첩에 일일이 기록을 한다고 했다.

그동안 돌탑을 쌓으러 다닌 후유증으로 무릎 수술을 세 번이나 했지만, 그래도 몸은 건강한 편이다. 돌탑을 쌓는 것은 분명 중노동이지만 그렇게 중노동한 모습은 아니라고 하자, 개인의 영리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큰 뜻을 품고 정성으로 하니까 몸도 곱게 늙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앞으로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돌탑 1000기를 쌓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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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들이 돌탑 사이로 올라가고 있다 ⓒ 임화숙


지금도 끊임없이 방송이나 신문 언론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서 자주 인터뷰도 하고, 노인대학에 가서 강의도 한단다. 요즘은 다리가 아파서 산에는 주 2~3회 정도로 가는데 주로 토, 일에 가서 쌓는다. 때로는 찾아오는 관광객들이나 등산객들과 사진도 찍고 악수도 하며, 감사의 인사를 들을 때면 그 자신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2003년도에는 아시아나 기내 잡지에 소개되면서 일본인들도 많이 왔다. 이곳에 오면 수능 때 좋은 성적 받을 수 있을까봐 부모가 아이와 함께 오기도 했다. 또 제주도 사람들이 와서는 제주도보다 이곳 돌탑이 더 낫다는 말을 했을 때는 감개무량했다.

이씨는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되면 한다는 식으로 살면 안 된다고 했다. 대가 없이 순수하게 남을 위해 베풀고 배려하고 나누면 하늘이 알아서 그 열 배 이상을 준단다. 그것이 천륜의 법칙이고 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의 인간관계, 일, 특히 정치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를 위한다며 말로만 외치는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산 속에서 온몸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한 평생을 바치는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자다. 그것도 바보 애국자. 또한 종교가 없는 이씨는 모든 종교에서 가르치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상남도 인터넷신문인 '경남이야기 인터넷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지난주에 게재되었습니다
#팔용산 돌탑 #이삼용씨 #팔용산 탑골공원 #신비의 역고드름 #남북통일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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