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승차한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스스로 승강문을 열고 내리던 중 추락해 다친 탑승객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사고가 탑승객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주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11월 14일 새벽 조치원역에서 부산으로 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던 중 들어오는 기차에 승차했다.
그런데 A씨가 승차한 직후 일행이 승강장에서 A씨에게 잘못 승차했다며 내릴 것을 요구하자 A씨는 마침 출발하기 시작한 열차 출입문에서 스스로 승강문을 열고 내리던 중 추락했다. 당시 신체의 일부가 객차 밑으로 들어가 좌측 하퇴부가 절단되는 등 크게 다쳤다.
이 사건 열차 기관사는 여객전무에게 출발전호를 받아 발차하던 중 보조기관사로부터 출입구 외부 상단의 표시등에 불이 켜져 있어 비상정지하라는 요청을 받고 비상제동했다. 이 열차의 블랙박스 기록에 의하면 열차는 발차 직후 1.5초 만에 정지했다.
이에 A씨는 "사고는 한국철도공사가 철도여객운송인으로서 열차승객의 운송에 관한 모든 주의의무를 해태해 발생한 것"이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반면 한국철도공사는 "여객운송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고, 사고는 원고의 전적인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면책돼야 한다"고 맞섰다.
청주지법 민사3단독 임동한 판사는 출발하던 열차에서 내리다 다친 A씨가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7115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고는 스스로 '열차가 움직이고 있던 상황임을 알면서도 뛰어 내려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내렸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할 무렵 차량을 잘못 탑승했음을 인지한 원고가 열차에서 내려 일행들과 합류해야 한다는 급박한 심리상태에서 스스로 객차 출입문을 열고 주행 중인 열차에서 무리하게 뛰어내리다가 사고를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기관사는 출입문이 제대로 닫힌 것을 확인한 후에 출발전호를 받아 비로소 발차하기 시작했으며, 열차의 각 출입문은 평소 자동개폐방식에 따라 일률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으므로, 소수의 승무원들이 원고의 행위와 같이 출발하는 열차에서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급작스럽게 뛰어내리는 돌발적인 상황까지 예견해 사고를 즉시 방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기관사가 열차를 발차한 뒤 사고를 감지하고 정차시키기까지는 불과 1.5초 밖에 걸리지 않았고, 사고 이후 구호조치 역시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진 점, 직원들이 운전취급규정을 위반해 정해진 위치를 이탈하거나 근무를 태만히 했다고 볼 사정이 없는 점, 오히려 승객은 움직이는 열차에서 내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고도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자신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자기보호의무가 있고, 따라서 열차에 탑승한 승객은 객실이나 출입로 등 안전한 장소에서 열차가 정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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