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정치공작! 쫄지 마세요"

박근혜 시대를 넘어서려는 인권운동가 5명의 수다... 민주주의 썰전 열려

등록 2013.11.20 20:28수정 2013.11.2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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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썰戰 : 국정원이 물고 온 박씨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대책위'와 김재연의원실이 공동주최한 토크콘서트의 출연진. 좌측부터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변정필 엠네스티한국지부 캠페인팀장, 이호중 서강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주민 민변 사무처장,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 ⓒ 진보정치 백운종


인권운동가들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사건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시도까지 이어진 이른바 '종북' 매카시가 한국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며 박근혜 시대의 민주주의 현 주소를 진단했다.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 대책위원회'와 김재연 의원실이 지난 19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공동개최한 토크쇼 <민주주의 썰戰(전) : 국정원이 물고온 朴(박)씨>에서 한국사회의 내로라하는 인권운동가 다섯 명은 "쫄지 말고 연대하라!"고 주문했다.

사회자와 패널들은 진보당을 향한 내란음모 사건과 정당해산 시도가 단기적으로는 국면전환의 목적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구보수세력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체질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또한 매카시즘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전 사회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범민주진영의 단결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재연 "독재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알게 돼"

14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김재연 의원이 인사말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 수척해진 모습에 관객들의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김재연 의원은 "밖에서 계속 농성 중이라 춥긴하지만 이 추위는 몇몇 사람에게만 가해지는 고통은 아니다"라며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내가 알던 대한민국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종북세력에 대한 메카시 광풍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과거 수많은 사람을 피 흘리게 한 독재를 비로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원로 선생님들께서 광풍은 한순간이고 이것도 우리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하셨다"며 "용기주신 말씀 믿고 싸우면서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행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토크쇼는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과 박 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박주민 민변 변호사, 변정필 엠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엔 14일째 단식 중인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와 김미희·김재연 의원 그리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내란음모는 국정원 대선개입 국면전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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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14일째 단식중인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와 김미희·김재연 의원, 그리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어머님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진보정치 백운종


박진 상임활동가가 첫 질문으로 "대체 왜 내란음모라는 말로 국정원이 사건을 터트렸나"라고 물었다. 박주민 변호사는 "예상외로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공판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내용이 나오면 국민들이 점점 더 많이 공감하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내란음모 사건을 터트린 것"이라며 "사건 직후인 9월 2일 원-판(원세훈-김용판) 재판에서는 민병주 심리전단장이 원세훈이 시켰다는 것을 인정했는데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의한 파고를 잠재우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내란음모 사건은 '국면전환용'이라는 것이다.

변정필 사무국장은 내란음모 사건 보도 이후 여론의 추이를 설명했다. 변 사무국장은 "이석기 의원이 누군지 신상을 털기 시작했고, 가족관계가 나오고, 개인의 사생활까지 드러났다"면서 "누가 체포동의안에 투표했는지, 왜 안했는지, 왜 못했는지, 언론이 양심을 검증하고 구구절절 변명해야 심각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말했다. 이어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영화에서 나온 대사를 따라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는가 하면, 한 대학생이 자본론 강의 강사를 국정원에 신고했다"며 "트위터에선 다른 의견 가진 사람의 신상을 털어서 국정원에 신고했다, 진보인사의 강연이 줄줄이 취소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시청광장에 모인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전혀 보도가 안됐는데 내란음모 사건엔 집에 자금이 있다거나 책상 위에 무전기가 있는 자료화면을 내보내며 마치 간첩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물량전을 치르듯 보도를 쏟아내면 여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기회주의 태도 버리고 연대적 저항 동참해야"

박진 상임활동가는 "이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게될 것"이라고 부연하며 매카시즘의 교훈에 대해 물었다. 이호중 교수는 "교훈은 없다"며 단호히 잘라 말했다. 이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매카시즘에서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매카시즘은 1950년 매카시 상원의원이 한 시골의 공화당 대회에서 서류뭉치를 치켜들며 205명의 공산당원 명단이 내 손에 있다고 하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공산당원 처분을 명분으로 공무원과 교사·예술인에 대한 대대적 사상검증을 벌이고 당시 공산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충성맹세를 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을 할 수 없는 규정까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재앙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대대적 탄압했지만 실질적 증거가 나오지 않으며 국민적 피로감이 반감으로 바뀌면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미국에서 진보라고 얘기하면 자유주의 계열인 민주당까지 진보주의자라고 부르는데 미국 매카시 열풍이 터졌을 때 난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가장 먼저 말한 사람이 민주당 사람들로 사건이 정리되자 이 사람들이 다시 등장해 표현의 자유를 떠드는 기만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주목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사회에서 진보진영을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이 시점에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라고 물으며 "'나는 종북이 아니야'라고 하는 게 답은 아닐 거다, 연대적인 저항과 민주주의 지키는 운동에 대한 절실함을 가지면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래군 상임이사는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볼테르는 사실 종교탄압에 맞서 싸웠던 사람"이라며 "우리나라에 왜 한명의 볼테르가 없는지. 말 꽤나 한다는 사람들이 한무리로 찍힐까봐 자기방어를 위해 '진보당을 반대한다, 지지하진 않지만'이란 단서를 달아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막아줘야 할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자유주의도 안 되는 것"이라며 "자유주의자가 그립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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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공안탄압규탄대책위 상임집행위원장 박래군 소장은 야당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자유주의자가 그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하며 한탄했다. ⓒ 진보정치 백운종


박진 상임활동가는 "매카시 국면에서 성소수자들은 성정체성이 불안해 공산당에 포섭될 수 있다고 탄압을 받았다"며 "이번 사건 피해자 가족 차량엔 간첩차라는 낙서가 적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 손가락질이 누구를 죽이고 피폐하게 하는지 사회가 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변호사도 "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변호하는 로펌이나 변호사 사무실 앞에 연일 일인 시위가 벌어지며 옆에서 보는 변호사들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정필 사무국장은 "저 또한 '진보당에 동의하지 않지만'이란 수식어를 붙이며 광기의 시류 속에 끌려갔지만, 이는 도피처를 두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분화시키는 모순된 행동"이라며 "UN 자유권위원회에선 실질적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상을 이유로 제약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란음모, 수구보수 중심체제 재편 위한 것"

사회자와 패널들은 내란음모 사건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며 말도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래군 상임이사는 "내란음모 사건이 세상이 뒤집어지는 문제였는데 재판과정을 통해 녹취록이 엉터리로 들어나며 국면이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교수는 "내란음모는 100% 유죄가 나오기 어렵다, 내란 예비음모로 RO(혁명조직)를 걸려면 반국가단체가 있어야 하는데 공소장에도 내용이 없다"며 "실체가 없는 내란음모는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호중 교수는 "진보당이 겪는 내란음모 사건과 1951년에 청구돼 1957년에 결정된 독일공산당 해산 사례가 거의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의하면 독일 공산당은 지지율로는 5%, 의석으로는 10석으로 집권세력과 첨예한 마찰을 벌였다. 독일 공산당의 재무장 반대 서명에 900만 명이 참여했으니 위기감이 작용하며 정부가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독일 공산당 강령을 보면 '평화적 통일 추구, 평화협정 추구, 외국군대 철수 등 진보당 강령과 매우 비슷하다. 폭력혁명 내용은 없었지만 헌법재판소가 폭력형명을 미화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한국 법무부가 내세우는 논리와 똑같다. 재판 과정에선 녹취록 조작과 마찬가지로 문서조작 사실도 드러났지만 결국 받아들여졌다. 6년이나 끈 이유는 헌재소장이 공공연히 해산을 반대했으나 검찰출신 후임 소장에 의해 결국 해산됐다.

이 교수는 "독일에선 이후 60년대 후반에 공산당을 재건하지만 이미 세력화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 됐다"며 "미국과 독일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역사적 과정을 보면 좌파와 수구세력이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탄압으로 정치적 재판을 거친 뒤 관용의 태도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에선 민주당이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고, 독일에선 사민당이 공산당을 치기 위해 히틀러와 연합작전까지 벌였다"며 "이런 전개는 국정원 사건으로 박 정권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이례적 술책차원에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를 전체적으로 수구보수 중심으로 체제를 재편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한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범죄단체 해산에 관한 법을 발의했는데 범죄단체라는 중립적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 이적단체로 판결나면 강제해산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독일에서 위헌정당 해산 결정 나는 당일에 압수수색만 2만5000건에 달했고, 독일 공산당 전국지부가 모두 폐쇄됐다"고 전했다. 이어 "60년대까지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공산당강령 비슷한 활동한다고 모두 탄압을 받았다"며 "진보당 하나만 해산시키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진보당 위헌이라는 판단되는 순간 강령이 조금이라도 비슷하면 모두 이적단체 판결내리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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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를 진행 중인 인권운동가들 이호중 교수는 독일의 정당해산과 미국의 매카시즘에 대한 풍부한 사례를 통해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과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의 문제점을 역설했다. ⓒ 진보정치 백운종


이 교수는 "이런 상황 도래한다면 정말 끔직한 일로 위헌정당 해산 문제에 대해 정말 경각심을 갖고 연대적 대응을 왜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매카시즘은 특정한 사상 규제해 직접적으로 피해보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대다수 사람의 엄청난 자기검열과 위축효과를 가져온다, 주장을 펼 수도 없고 토론이 불가능해져 정치사회의 모든 담론이 획일화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민주연대 필요... 평화·통일운동에도 힘 실어야"

이 교수는 공포정치를 끝내기 위한 해법으로 "속수무책으로 밀려가는 상황에서 가장 근본적 문제는 남북관계 경색과 적대적 구도를 보수가 활용하는 게 토양이 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평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게 필요하고 국보법 문제도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많은 분이 진보당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연대를 위한 복원 작업과 함께 범민주연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매카시즘이 성공했던 주요변수가 중도파, 자유주의가 보수에 붙는 현상이었던 만큼 민주당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진보당도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진보진영이 의제설정이나 용어 사용에 있어 헌법안에 갖힌 진보가 아니라 헌법을 넘어서고, 헌법보다 상위에 있다는 국보법을 넘어설 수 있는 논의가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주민 변호사는 "진보당만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부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통해 국민에 인정받는 과정이 돼야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안보 말고, 국가보안법 말고, 인권!"

이날 행사는 출연진과 관객들이 함께 '2013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향한 나의 꿈'을 작성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관객으로 참여한 박사옥(구속된 홍순석씨의 아내)씨는 "구속자 석방"이 꿈이라고 발표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어머님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다.

- 박주민 변호사 :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믿고, 힘들지만 민주주의(국민이 주인되는 시대)로 나아갑시다.
- 박래군 소장 :  니들만 꺼지면 우리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잘 살 거다!
- 이호중 교수 : 진짜 '민'이 주인인 시절이 있었던가? 파시즘 권력과 자본의 폭력을 제압하는 세상이 될때가 "민주주의의 완성!"
- 박진 활동가 : 위기는 기회다. 새로운 상상과 실천, "민주주의는 모두의 것"
- 변정필 팀장 : 안보 말고, 국가보안법 말고 인권!

출연진들의 꿈을 담은 글을 발표하며 공식 행사가 종료되었고, 구속자들의 가족과 단식중인 국회의원 그리고 5명의 출연진이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꿈이 아니라 현실로 민주주의를 되찾자는 마음을 담아 토크콘서트 <민주주의 썰전>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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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향한 인권운동가들의 꿈 좌상으로 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주민 변호사, 박래군 소장, 박진 활동가, 이호중 교수, 하단은 변정필 팀장의 꿈. ⓒ 진보정치 백운종


#국정원 #내란음모 #통합진보당 해산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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