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30년 넘은 나무까지 모조리 베어낸 교육청

경남도교육청, 울타리 새로 조성 ... 향나무, 히말라야시다 등 제거

등록 2013.11.22 14:04수정 2013.11.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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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이 청사의 둘레 울타리를 새로 조성하면서 수령 30년이 넘는 나무까지 잘라내버려 비난을 받고 있다. 또 경남도교육청은 초․중․고교에 '녹색학교 조성사업'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청사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내 없애 버린 것이다.

22일 경남도교육청 울타리에서 베어낸 나무를 본 시민과 환경단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사업비 4억9700여만 원을 투입해 2013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청사 환경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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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남도교육청이 담장을 새로 조성하는 공사를 벌이면서 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경남도교육청은 울타리를 교체하고 주차장 확보와 꽃동산을 조성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교육청은 이 사업을 위해 최근 청사 둘레 울타리용 수목을 모조리 잘라냈다.

청사 둘레에 있던 향나무와 히말리야시다, 메타쉐콰이어 등 1600여 그루를 잘라냈다. 대부분이 향나무인데, 수령은 30여 년에 이른다.

경남도교육청은 1983년 9월 부산에서 창원으로 신축 이전했는데, 당시 심어졌던 나무들이 지금까지 울타리 역할을 해왔다. 일부 나무는 수령 30년이 더 넘는다.

교육청은 청사 환경 개선사업을 벌이기 전에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나무가 필요한 사람이나 학교가 있으면 가져가도록 했지만, 신청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육청은 나무를 모조라 잘라내버린 것이다.

그런데 '엇박자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역 초․중․고교 등 전체 181개교에 녹색학교 조성사업을 벌이면서 총 90억 5000만 원을 지원했던 것이다.


또 이는 경남도청과 비교가 된다. 경남도청은 2009년 본관 뒤편에 1984년 조성되었던 '송림포' 내 소나무 60여 그루를 진주 이반성면 소재 경남도립 수목원으로 이식했다. 경남도청은 경남도교육청이 이전․신축했을 때와 비슷한 시기인 1984년 3월 '경남도청의 창원시대 개막'을 기념해 경남도내 각 읍면에서 한 그루씩 헌수받아 220 그루의 소나무를 심어 '송림포'를 조성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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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남도교육청이 담장을 새로 조성하는 공사를 벌이면서 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감병만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나무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데, 경남도교육청은 무조건 베어내는 형식이었다"며 "당장 나무가 필요한 곳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폐교 같은 곳에 이식해 놓았다가 나중에 필요한 곳이 있으면 가져 갈 수도 있는데, 무조건 아름드리 나무들을 잘라 내버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정도 경남생명의숲 공동대표는 "건물과 거리를 새로 지으려고 하면 오래된 집이나 거리는 무조건 허물고 마는데 나무도 그렇게 한다. 그것은 개발주의가 낳은 소산이다"며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은 그만큼 시간이 있어야 하고, 돈을 천만금 주어도 만들 수 없는데, 필요 없다고 해서 잘라내는 것을 개탄한다. 나무나 건물, 거리가 가지는 시간의 무게를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나무를 이식하지 않았던 것은 잘못됐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나무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가져가라고 했지만 신청자가 없었고, 향나무의 경우 많이 말라 죽어 보기에도 흉했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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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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