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안에 통일 이뤄질까요?" 법륜의 답변은?

25일 광주에서 열린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 열기 '후끈'

등록 2013.11.26 17:41수정 2013.11.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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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법륜 스님의 대담집 <새로운 100년>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북콘서트는 전국 5개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는데, 오늘은 첫 번째 도시인 광주에서 열렸다. 35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해 전남대학교 컨벤션센터를 꽉 채웠다.

스님을 소개하는 여는 영상이 끝나자 오연호 대표가 무대로 등장했다. 오 대표는 스산한 날씨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청중들을 만난 것에 기쁨을 전하며 인사말을 했다. 그리고 기자로서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사람들이 더 이상 통일이라는 말에 가슴이 뛰지 않는 이유를 파헤쳐보고 싶어서 <새로운 100년>을 스님과 함께 쓰게 됐다며 대담자인 법륜스님을 소개했다.

오 대표는 작년 이맘 대선을 앞둔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북콘서트에서는 좌석이 부족해 무대 위까지 꽉 메웠던 것을 회상하면서 그때와 비교하면 그 열기는 식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강연장 좌석을 꽉 차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법륜스님이기 때문 아닌가' 하며 대화의 운을 떼었다. 청중들도 큰 환호를 보냈다.

"최근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유행인데, 20여년 전 1994년에 스님의 고민은 무엇이었냐"는 첫 질문에 스님은 "역사"였다고 바로 답하며, "남북한 역사의 공통점을 찾아보니 5천년전 고대사라는 사실을 알고 고구려, 발해, 독립유적지 답사를 시작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타임머신이 있어서 앞으로 30년 후 미래로 가서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기술로는 어렵기 때문에, 과거 역사로 돌아가서 왜 실패했는지를 알면 앞으로를 예측해할 수 있으니, 지금의 문제를 풀기 위해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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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0년 북콘서트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법륜 스님에게 최근 사회 이슈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 이준길


청중의 질문은 통일, 역사 및 사회 이슈 말고도 즉문즉설 처럼 개인 질문도 많이 나왔다. 자신의 성격이 괴팍하고 다혈질에 참을성이 없어서 고민이라는 분, 주말 부부로 슈퍼를 운영하는데 자녀 교육 문제로 고민이 된다는 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과서 내용이 바뀌는데 이렇게 치우친 역사 교과서로 공부하면 자기중심이 왜곡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분,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인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통일의 필요성을 설명하면 좋을지 묻는 분, 남편과 12살 나이 차이가 나는데 남편의 권위적인 행동에 뒷모습만 봐도 화가 난다는 60세 여성 분, <새로운 100년>을 읽고 통일에 기여를 하고 싶어졌는데 직장 생활에 충실하면서도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는 분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리고 오 대표도 몇 가지 질문을 스님에게 던졌다. 최근 천주교 신부님들이 시국미사를 하고 있는데 스님은 이를 어떻게 보는지, 스님은 남한에 살면서 북한의 실상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 어떻게 정보를 입수하는지 물었다. 스님은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자세히 답했다.

그중에서 오 대표의 질문 한 가지와 청중들의 질문 한 가지에 대한 법륜 스님의 답변을 자세히 소개한다.


먼저, 오 대표가 "통일이 되려면 핵심적 관건은 무엇이고, 최단 기간으로 몇 년 안에 통일이 되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라며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서 물었다.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남한의 경제적인 정체 국면을 뚫고 나가려면 통일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이 지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분단된 상태에서는 비전이 없습니다. 통일에 대한 비전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거나, 정당이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통일은 큰 문제가 아니겠지요. 문제는 남한에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세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한 때 통일에 강력한 의지가 있었는데 현재는 체제유지에만 급급합니다.

남한 안에 강력한 통일세력이 형성된다면 통일에 굉장히 유리합니다. 남북한이 팽팽할 때는 어렵지만 남한이 절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포용력만 가지고 껴안아 준다면 통일은 능히 가능한 문제입니다. 북한이 중국에 장기적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자주성을 가지고 있으니 북한 자체가 결심을 하면 중국이 제재하기 어렵습니다. 남한은 그동안 미국의 영향 하에 있었지만 현재 미국이 자기 코가 석자라서 동아시아 문제를 일본에 떠넘기려 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풀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10년만 넘겨버리면 한국은 미일 군사체제에 편재되고, 북한은 빠른 속도로 중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갈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미중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통일은 30년 안에는 힘들어집니다. 50년 안에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는 어떨까요? 중국 영향권 안에서 통일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데, 변방 국가로서 통일을 하기 때문에 통일은 되더라도 통일이 갖는 장점이 없습니다. 지금 통일을 하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에 역할이 있고, 한 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됩니다. 국내에서 잘 준비만 한다면 10년 안에 통일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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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0년 법륜 스님과 오연호 대표가 '새로운 100년, 통일 한국'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청중들도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 이준길


그리고, 스님의 열혈 팬이라고 소개한 40대 여성분은 "지금 보면 현 정부는 별로 통일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정부가 아닌 민간인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라고 질문했다.

"통일은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역할이 주입니다. 민간의 역할이 적습니다. 국가 원수가 단호하게 결정해야 될 일이지요. 그렇다면 민간 역할이 무엇이냐?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민간의 역할입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국민적 여론으로 비판을 해주는 게 좋지, 싸우는 건 좋지 않아요. 정부하고 싸우면 혁명군이지 의병이 아니에요. 정부가 통일정책을 잘 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비판도 하고, 기회가 오면 그런 정부가 올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반통일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필요한데 곧 그런 기회가 올 것 같네요.  

국민의 정서가 올라올 때 그것을 끌고 갈 힘이 있어야 해요. 부르르 올라왔다가 푹 꺼져버리지 않도록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것을 끌고나가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역 정부도 통일에 대한 열망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면 정부에 압력이 될 수 있습니다. 통일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이런 운동이 필요해요. 통일 없이 국가 성장이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남한만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성장률이 계속 떨어질 거예요. 누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고 성장 동력이 없다. 잘 살다가 일자리가 없어서 어려워지면 극우로 간다는 걸 알아야 해요.

일본이 지금 극우 쪽으로 가잖아요.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려면 항상 적을 밖으로 둬야 해결이 된단 말이에요. 통일 없이는 자주권 회복도 어렵다. 젊은이들이 이것을 안다면 우리의 살고 죽는 문제가 통일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광범위하게 인식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죠. 2~3년 이내에 곧 피부로 다가올 텐데, 그 때를 위해서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작년까지는 준비가 잘 안 되서 놓쳤다면, 다음 기회에는 놓쳐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정권 잡는 문제로 보면 정치 투쟁 밖에 안 됩니다. 왜 통일이 필요한지 알고 하면 애국운동이지 정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야 충분히 힘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는 다음과 같은 법륜 스님의 당부로 마무리되었다.

"여러분, 작년에 여러분들의 의사가 선거에 반영이 안 되어서 마음이 많이 상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 이후에 일련의 과정에서 '아이고 생각했던 대로구나' 그래서 실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명백하게 부정선거라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현재의 국가원수를 쉽사리 당장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조사가 진행되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지지 안 해도 대통령이 됐으면 지도자이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힘을 합해서 하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지금 우리는 나를 지지 안 해 준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에서 배제하려고 하고, 지지 안했기 때문에 꼬투리만 생기면 무조건 반대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장점보다는 국론 분열의 단점이 많아지는 것 아니냐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만 부정선거인지 아닌지 최종판단이 된다면 또 별개의 문제이겠지만요. 비판을 하더라도 선거를 통해 개선을 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풀어나가야 하는데 헌정질서를 중단시키고 그런다면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겁니다. 가능하면 우리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되지 않느냐.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 보다는 역사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광주에서 열린 것을 염두하여 광주 시민들을 위한 격려도 덧붙였다.

"광주에는 아픔이 많았죠. 일제 강점기에는 젊은 학생들이 희생을 치렀고, 독재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면서 항쟁을 했는데, 과거를 회상하고 보상을 바라는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대에는 통일을 위해 광주 시민들이 횃불을 밝히고 앞장섰으면 합니다. 그래야 빛나는 광주가 되지 않겠느냐. 과거를 되풀이해서 권위로 삼기 보다는 미래를 통해 희망을 삼는, 그러면 광주가 더 빛나지 않겠느냐. 여러분이 부담스럽겠지만 이런 부탁을 간곡하게 드립니다."

마무리 말씀이 끝나고 서포터즈와 청중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합창했다. 노래를 부르기 전 스님은 '통일이여 오라'라는 가사를 '통일을 이루자'라고 바꿔 부르기를 제안하였고, 청중들도 통일이 오기만을 바라는 소극적 마음이 아닌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으로 노래를 열창했다. 강연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열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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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0년 대담을 마치고 법륜스님과 오연호 대표가 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100년' 책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 이준길


#새로운 100년 #법륜 스님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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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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