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신 신부, 사과해야"... '조포스' 조경태는 어디갔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시국미사 비판... 민주당 논평 비판하기도

등록 2013.11.29 10:09수정 2013.11.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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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포스', '호통경태', '포스트 노무현'

누구를 지칭하는 단어일까? 조경태 민주당 의원(부산 사하을)이다. 조 의원이 이같은 별명을 얻은 것은 지난 2008년 5월 7일 열렸던 '미국산 쇠고기 청문회' 때문이다. 조 의원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고 한 것을 두고,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가 있으면 내 앞에 가져와봐라,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느냐"라고 질타했다.

또 "미국인 95% 이상이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먹고 있다. 이것을 알고 있느냐"라며 정부관계자들을 몰아세웠다. "당장 사퇴하시라, 그것도 모르면서 무슨 장관 자격이 있나"라며 "빚을 내서라도 30개월 이상 된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 사드릴 테니 많이 드시라"라며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청문회를 지켜본 누리꾼들은 환호하면서 그를 '조포스'라고 불렀다.

2008년 '조포스'로 이름 날린 조경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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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 ⓒ 남소연


조경태 의원은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3선을 한 중진의원이다. 민주당 의원 중 영남에서 3선은 조 의원이 유일하다. 그만큼 지역에서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의원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 2008년 '조포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자기가 속해 있는 민주당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고 있는데, 문재인 의원에 대한 날선 비판은 당안팎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6월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NLL대화록'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자 같은 달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국민의 삶의 질, 곧 민생인데 여야가 정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바람직한지 되묻고 싶다"며 "국민의 경제적 고통과 어려움을 생각하면 NLL 논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조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NLL 논쟁을 그만하자'고 제안하자 7월 2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NLL에 대해 진실규명을 주장하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명예를 지켜내야 한다고 했던 분이 이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없이 그만하자고 한다"며 "이런 무책임한 일이 어디 있나? 정쟁의 불을 지르고 지금에 와서 '아님 말고' 식은,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기자회견을 말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재인, 무책임의 극치... 한 말에 책임져야"

특히 그는 "더 이상 당에 해를 끼치지 말라, 국민에게 실망을 주지 말라"며 "민주당을 위기와 혼란에 처하게 하고, 답도 없는 '소모적 정쟁'의 중심에선 사람으로서 국민과 민주당원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한 말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길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3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민주당에선 장외투쟁을 하면서 '대선불복이 아니다'라고 이미 선을 그었다"며 "따라서 문 의원도 적극적으로 장외투쟁에 합류해 국정원 개혁 부분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함께 해나가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불참함으로써 '대선불복'의 성격을 더 짙게 줄 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며 "때문에 문 의원 스스로가 '대선불복'이 아니라는 확실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도 언급했다.

지난 9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제명안을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대립하자 9일 "종북의 꼬리를 잘라내야만 새누리당의 종북 전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이석기 징계안'에 대해 한 치의 미적거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의원 제명안 처리를 통해 민주당이 종북 이미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한 발 더나아가  "단 하루치의 세비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국가 부정세력은 반드시 축출해야 한다"며 이석기 의원을 '국가 부정세력'으로 규정했다.

지난 22일에는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이 촉구하는 특검을 반대했다. 그는 "특검을 해서 특별한 게 나온다면 모를까,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다 돼 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치권이 이러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짜증나게 하고 피로도를 높인다"며 "현재 검찰에서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를 잘 하고 있으니 특검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민주당 지도부임에도 당이 추진하는 특검을 반대한 셈이다.

무엇보다 "지금 대통령 선거 끝난 지가 언제냐? 거의 1년이 다 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치권이 이러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짜증 나게 하고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국정원 부정선거 정국을 이제 끝내야 한다는 것으로, 청와대와 새누리당, 조중동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다.

"박창신 신부, 사과해야... 국가부정 세력 용납하면 안 돼"

이뿐 아니다. 그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시국미사에 대해 민주당 논평에까지 딴죽을 걸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발언을 문제삼아 색깔론을 제기하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 23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제단의 말씀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라"라는 서면 브리핑을 냈다. 이에 대해 25일 최고위원회에서 조 의원은 "향후 사제단 신부의 발언에 대해 보수단체와 지각있는 국민들의 규탄이 이어질 것"이라며 "민주당은 균형감 있는 입장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종북몰이'보다는 민주당 논평을 비판한 것이다.

절정은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이날 조 의원은 TBS 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에 출연해 박창신 신부 발언 관련 "국민과 유가족 입장에서 민감한 사안이고 고발자가 있기 때문에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창신 신부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기본적으로 여든 야든 국가안보 또는 국가를 부정하는 세력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남북이 분단된 특수상황에서 국가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은 국민통합과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그리고 수구세력의 '종북몰이'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주장이다. '조경태'란 이름만 없었다면 새누리당 의원이 한 발언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조 의원은 민주당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펴는 것은 물론, 문재인 의원 비판 그리고 이석기 의원을 종북과 국가 부정세력으로 몬 것으로 모자라 심지어 박창신 신부마저 국가 부정세력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국정원 부정선거같은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 역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권 때 '조포스'는 어디로 간 것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경태 #민주당 #박창신 #문재인 #국정원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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