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해야 할 일, 우선 순위 바꿔야

등록 2013.11.29 17:22수정 2013.11.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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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의 일이다. 나는 후보 단일화 협상 끝에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한 안철수 후보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제안을 했다. 이순신의 제2 백의종군로를 따라 전국을 돌며 정권교체를 호소해 보시라고. 이런 제안은 안철수 캠프 쪽에도 전달됐다. 이것은 나만의 바람이 아니었다.

안철수 후보는 얼마간 그런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이순신 장군처럼 절박한 모습은 전달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정작 내가 놀란 것은 19일 투표 종료와 함께 베낭을 메고 홀연히 미국을 향해 출국하는 안철수 후보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선거 결과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혹시나 모를 개표 상황에 마음 졸이고 있을 때 그는 홀연히 떠났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안철수의 심장은 두근두근 조마조마 정권교체를 바라는 일반 유권자들의 심장과 달랐다. 그의 개표 전 출국은 비록 양보를 하긴 했지만 주요 후보를 지낸 지도자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안철수, 그는 야당인가, 여당인가. 정체성이 무엇인가. 그가 신당 창당 의지를 밝히며 '낡은 틀'을 비판하며,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받들겠다고 했다. 원칙적인 얘기 외 다른 것이 없다.

지금 국면에서 이런 언급은 매우 한가하고 전형적인 양비론이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 정치개입, 은폐공작, 종북몰이, 정당해산, 성직자 수사, 공안정국과 맞서고 있는 촛불과 종교계 그리고 야권을 물먹이는 일이다. 그리고 이전투구 종박세력인 새누리당의 발언들과 너무도 흡사하다. 안철수 의원이 지금의 전선과 투쟁은 낡은 틀의 소산이며, 국민의 절실한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정치는 안철수 의원 말대로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받아 하는 것이다. 지금의 국민의 요구는 종북몰이 공안정국을 중단시키고 잘못을 바로잡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안철수 의원은 본인이 제기한 특검이 부정당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특검을 관철시킬지, 아니면 다른 수단이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

나는 안철수 의원이 지금이라도 전국의 그많은 지지자들을 광화문에 불러모아 박근혜 정권의 반성과 참회를 요구한다면 그의 진정성을 믿겠다. 마치 김대중 총재가 보라매공원에 100만을 모아 노태우 공안정국을 이겨냈듯이.


실종된 새정치...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기웃거림만 

또 하나, 중앙이든 지방현장이든 안철수의 새정치는 실종됐다. 남은 건 내년 6월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기웃거림뿐이다. 야권 지지자들은 분열을 걱정하고 공동참패를 염려한다.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박근혜 정권의 중간 허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한다면 대통령 권력, 의회권력, 지방권력을 모두 넘겨주는 상황이 된다. 기세가 오른 박근혜 정권은 종북몰이에 그치지 않고 무자비한 종북사냥을 시작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지금 양대 위기에 놓여 있다. 첫째는 정치 위기다. 위기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과 현정권의 은폐 시도 그리고 이것을 종북몰이로 깔아뭉개면서 시작됐다. 성직자들이 대통령 하야,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을 회피한 대통령과 '종박들'의 행태가 일을 키웠다.

종북몰이는 이제 그 위세를 잃고 있다. 대통령과 '종박들'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당분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 정치의 복원은 힘들 것 같다. 신부님 강론 한 말씀에 정치는 블랙홀에 빠졌다. 위기는 어느 대목에서 터질지 모른다.

둘째는 안보위기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문제, 이어도 항공식별구역에서의 미·중의 힘겨루기, 이 모두 한반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다. 여기에다가 개선될 조짐이 없는 남북관계는 안보위기의 상수가 된 지 오래다. 주변국들이 아옹다옹하는 판국에 6자회담 복원은 들어갈 틈이 없다.

외교는 대통령의 몫이다. 외교는 나라의 운명을 가른다. 지도자의 도덕성과 정치력, 튼튼한 남북간 협력, 국민들의 단합된 힘, 이 세 가지는 이 위기를 벗어날 우리 외교의 기본조건이다. 기본조건이 되어 있는가. 대통령은 이런 힘들을 모아 주변국과 주도적으로 외교에 나설 역량과 비전이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종북' 타령하며 국민을 갈갈이 찢어놓고 있는 정권에게 그런 담대한 비전과 역량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북과는 대결로 나서고, 미·중 대결에서 우리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순간 위기는 증폭될 것이다.

위기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깜박거리다가 결국 크게 폭발한다. 정치와 안보 밖에서도 터져나올 수 있다. 정치위기는 안의 일이고, 안보위기는 밖의 일이지만, 둘은 밀접히 관련돼 있다. 어느 하나가 터지면 모두 같이 터진다.

이러한 양대 위기 앞에서 안철수 의원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 입지자들 면담이나 하고 다닐 일이 아니다. 지금 국민의 절실한 요구인 국가기관 정치개입 은폐 진상규명, 종북몰이 공안정국 중단을 외치며 재야 종교계 야권과 한몸처럼 섞여 싸울 때다. 그리고 내년 6월선거에서 공동참패가 아닌 공동승리의 구상을 야권과 함께 모색할 때다. 아울러 안보위기를 냉철히 바라보고 국가이익의 차원에서 범국민적 지혜를 모으는데 앞장서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이런 방향에서 자신을 던지지 않는다면 그의 새정치는 정치변화기의 정치상품일 뿐이고, 신선놀음에 불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경환은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사단법인 민생평화광장 상임대표로 있다. 이 글은 블로그 최경환 이야기 www.sayno.co.kr 에도 중복 게재됩니다.
#안철수 #종북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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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한 마지막 비서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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