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 밝히라"는 <조선>, '박근혜급 유체이탈'?

[주장] <조선>은 본인들에게 정보 준 배후를 밝혀라

등록 2013.12.06 16:25수정 2013.12.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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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자 <조선일보> '채동욱 혼외자' 정보 열람, '누가' '왜' 지시했나 속히 밝혀야 ⓒ 조선일보


이번 사건 수사는 어려울 게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람들 간의 관계와 이들의 배후가 있는지, 있다면 그 배후가 누구인지만 밝히면 된다.

<조선일보> 6일자 사설 <'채동욱 혼외자' 정보 열람, '누가' '왜' 지시했나 속히 밝혀야> 의 한 토막이다. 청와대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언론이라면 당연한 사설 제목이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과연 "배후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은 <조선일보>가 지난 9월 6일 1면 <채동욱 검찰총장 婚外아들 숨겼다> 머리기사에서 "채동욱(蔡東旭·54) 검찰총장이 10여 년간 한 여성과 혼외(婚外)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11)을 얻은 사실을 숨겨 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단독보도하면서 제기됐다. 이후 <조선일보>와 자사 종편인 <TV조선>을 통해 채 총장 관련 단독보도가 연일 나왔다.

채동욱(蔡東旭·54) 검찰총장이 혼외(婚外) 관계로 얻은 아들 채모(11)군이 올해 7월 말까지 다닌 서울 시내 사립 초등학교의 기록에는 채군의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9월 9일 <"蔡총장 婚外아들 학교 기록에 '아버지 채동욱'">

<TV조선 채동욱 전 총장 비밀 폭로, "채모군 아빠가 줬다는 카드와 필적 감정 해보니...">, <[TV조선 특종] 가정부 이씨 "채동욱,수시로 찾아와 식사 대접도">,<[TV조선 특종] 임모씨 가정부 "채동욱, 수시로 임씨 집 드나들어">,<[TV조선 특종] 임씨 여인 가정부, 채동욱 전 총장이 줬다는 연하장 공개>-이상 9월 30일

<[단독] 檢, 가정부 협박 '어깨' 신병 확보 나서>, <[단독]검찰, '채동욱 혼외자 파문' 임모 여인 소환 통보>-12월 6일

<조선일보>는 사설과 칼럼을 통해 채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채 총장 사건엔 국민이 알권리를 행사할 요소들이 너무도 많다. 채 총장에게 쏟아지는 의혹들 하나하나가 공직자의 정직성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곧 진실이 드러날 것이고, 채 총장의 결백이 입증될 수도 있다. 결과가 어느 쪽이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회적 검증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생활 문제라고 넘어가기엔 의혹들이 너무 크다-9월 13일 칼럼 <'채동욱 총장과 이만의 장관의 차이'>

채 총장이 정말로 유전자 검사를 해서 친자 여부를 분명히 하고 싶다면 굳이 임씨를 설득할 필요도 없이 명예훼손 혐의로 임씨를 고소하면 수사 과정에서 진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돼 있다. 채 총장이 이런 간단한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9월 24일 <채 총장, 진실 밝힐 빠른 길 두고 왜 자꾸 돌아가나>

채 총장 의혹은 객관적 증거에 따라 사실이 무엇인지를 밝혀냈다면 진작에 정리됐을 일이다. 일부 언론과 야당, 좌파 단체들이 진상 규명을 외면하고 음모론을 퍼뜨리면서 정치적 사건으로 몰고가며 자기 조직, 자기 회사의 이익을 탐(貪)하는 바람에 검찰 뿐 아니라 나라가 혼돈스러운 사태로까지 번지고 만 것이다.-9월 28일 <사실 확인보다 음모론 創作에 열중했던 사람들>

<조선일보>는 6일자 사설에서 "이번 사건에는 전 정권의 민정수석실과 국정원 근무자를 비롯해 현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이 아닌 사람들이 잇따라 등장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며 "더구나 이들이 채군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을 부탁한 6월 11일은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개입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날이어서 더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은 "이번 사건 수사는 어려울 게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람들 간의 관계와 이들의 배후가 있는지, 있다면 그 배후가 누구인지만 밝히면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답을 제시했다. 그 답은 <조선일보>가 자신들에게 채동욱 혼외아들 정보를 준 사람을 밝히면 된다. 물론 <조선일보>는 '취재원 보호' 논리를 내세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반년(半年)을 허송세월한 국정원 댓글 사건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사설이 말했듯이,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면, <조선일보>도 호미를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부정선거'에 대해 "나는 도움 받은 것 없다",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유체이탈'이라고 비판했다.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단독보도를 한 <조선일보>가 "배후를 밝히라"고 한다. 이쯤 되면 '박근혜급 유체이탈'이다.
#조선일보 #채동욱 #유체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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