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읽어야 할 만델라 '어록'

등록 2013.12.07 11:25수정 2013.12.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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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내외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같은 달 22일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의 "대통령 퇴진"과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논쟁과 혼란을 통해 발전하는 데 박 대통령은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기사 아버지가 헌법을 유린한 5.16군사반란을 "구국의 혁명", "대한민국 초석",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으니 그에게 민주주의 인식을 요구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기를 바라야 한다.

어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한 위대한 영웅이 영면에 들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95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서거 사실이 알려지 각국 정상들은 애도했다.

"지구 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용기 있으며 매우 선한 인물 한 명을 잃었다. 그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현대사의 가장 위대한 정치인"(푸틴 러시아 대통령)
"위대한 빛이 졌다"(영국 캐머런 총리)
"만델라 전 대통령은 정의로운 거인이었고 우리에게 감화를 주는 소박한 사람이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투쟁 운동으로 남아공과 전 세계 역사를 만든 우상이었다"(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이 위대한 지도자의 선례가 세계 각지에서 사회 정의와 평화를 위해 싸우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고인은 오랜 세월 남아공을 분열시킨 인종차별정책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킨 위대한 정치가였다"면서 "그 위대한 뜻이 세계평화의 기틀이 되고 남아공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가슴에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고인은 오랜 세월 남아공을 분열시킨 인종차별정책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킨 위대한 정치가"라는 말이 눈에 띈다. 그럼 만델라는 어떻게 분열을 종식시켰을까? 그가 남긴 수많은 어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델라 대통령은 1964년 내란 혐의로 투옥됐다. 그해 4월20일 내린혐의 리보니아 재판 최후 진술에서 "나는 백인이 지배하는 사회에 맞서 싸웠고 또한 흑인이 지배하는 사회에도 반대해 싸웠다"며 "나는 모든 사람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동등한 기회를 누리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이상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런 사회야말로 내가 살아가는 목적이고 이루고 싶은 것"이라며 "하지만 필요하다면 그런 이상을 위해 나는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했다.

즉 특정 인종과 세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바랐다. 특히 "자유로운 사회"를 꿈꿨다. 그런 사회를 위해 죽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분열'을 용납하지 않는다.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정당을 해산을 시도하고, 전교조를 노조가 아니라 밀어붙인다. 만델라를 존경하면서 그가 간 길은 따르지 않는 것이다.

만델라는 1990년 2월 11일 27년 옥살이를 끝내고 석방된 후 "친구들, 동지 그리고 남아공 국민 여러분, 평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모두를 위한 자유의 이름으로 인사를 드린다. 나는 여기 여러분 앞에 선지자가 아니라 여러분의 천한 종으로 서 있다"고 말했다. 27년을 감옥에서 나왔다면 "나를 인정해달라"는 말을 해도 비판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델라는 "천한 종"이라고 했다. 인민을 섬기는 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었지만 '군림'하는 대통령으로 살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여왕님"으로 불린다. 지배자와 군주같은 느낌이다. 시민에게 다가서려는 모습이 없다. 만델라는 언론이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판적이고 독립적이며 탐사적인 보도는 민주주의의 활력소다. 언론은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언론은 정부 관리에 맞설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언론은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언론은 헌법의 보호를 누려야 한다. 그래야 언론이 시민으로서 우리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1994년 2월 14일, 만델라 어록집

"언론은 기득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언론은 헌법 보호를 누려한다"고 말하는 만델라.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언론이 자신에 대해 비판을 세게하면 알러지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11년 10월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가 앞선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묻자 "병 걸리셨어요?"라고 말했다. 같은 해 6월 박지만씨 부부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본인이 확실하게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런 일도 있다. 지난 해 11월 5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한 지지자가 울음을 터뜨리며 다가와 손을 잡으려 하자 '손이 아프다'며 악수를 사양하는 모습이 <오마이뉴스> 사진에 잡혔다. <오마이뉴스>는 이를 보도했다. <기사바로가기> 그러자 같은 달 26일 단독 TV토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양손을 뒤로 하면서) 제가 이렇게 하면서 이걸(손) 주무르면서 또 다른 분 악수를 해야 하니까 주무르면서 마사지를 하는데 어르신이 오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손이 아파서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사진을 딱 찍어가지고 악랄하게 유포를 시켰어요."

악수를 피하는 장면을 언론이 찍었다면 당연히 보도해야 한다. 그게 언론이다. 웃는 사진은 내 보내고, 유권자를 피하고 화난 모습은 내 보내지 않으면 언론으로서 자기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속으로는 화가날 수 있지만, 이를 공개토론을 통해 "악랄하다"며 분노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급박이나 다름없다. 사진을 촬영한 기자는 "이례적 상황 사실보도일 뿐...잠 확 깼다"고 말했다.

박근혜정권들어 언론은 권력에 비판적이거나, 부담되는 일은 되도록이면 보도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비판적이고 독립적이며 탐사적인 보도는 민주주의의 활력소다. 언론은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만델라 발언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만델라은 또 "진정한 지도자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를 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긴장된 상황이 되면 일반적으로 극단주의자들이 세를 불리고 감정이 이성적인 생각을 밀어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말 박 대통령에게 새겨야 할 말이다. 국정원 부정선거로 1년내내 나라가 혼란스럽고, 긴장의 연속이다. 이를 해결할 첫 책임은 바로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이 만델라 대통령 어록을 읽고 배우고 이를 실천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만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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