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가 서역으로 가 부처로 환생했다고?

[서평] 한 권으로 꿰뚫어 보는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등록 2013.12.09 17:22수정 2013.12.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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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지은이 박석┃펴낸곳 도서출판 들녘┃2013.11.15┃2만 2000원 ⓒ 도서출판 들녘

혼자만의 독특한 취향일지는 모르지만 비프스테이크나 김장김치만을 먹는 것보다는, 비프스테이크에 김장김치를 곁들여 먹을 때가 훨씬 더 맛있습니다. 각각의 맛이 엇박자를 놓고 전혀 생소할 것 같지만 묘하게 어울리며 먹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함께 먹으면 따로 먹을 때는 너무 미미해 감지할 수 없었던 각각의 맛에서 느껴지는 다름도 분명하게 구분해가며 느낄 수 있습니다. 동서양 음식, 자장면과 스파게티가 함께 차려진 밥상을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롭고, 야채가 가득 들어가 있는 중국식 만두와 생크림이 듬뿍한 케이크를 한입씩 베어 먹는 걸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음식만 그런 게 아닙니다. 동서양 음식을 한 밥상에 차려놓고 먹듯, 중국문화와 서양문화, 유교와 기독교, 인도불교와 중국불교, 동양음악과 서양음악,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동양미술과 서양미술, 동양건국과 서양건축 등을 동시에 읽으며 헤아려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한 권으로 읽는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지은이 박석, 펴낸곳 도서출판 들녘)은 종교, 문학, 철학, 미술, 음악, 건축 등을 망라하는 동서 인문학을 커다란 두레반상,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미학적 코드로 진하게 우려낸 내용입니다.

자장면과 스파게티가 다르다는 건 누구나 다 압니다. 하지만 두 음식 간 아주 구체적이고 미미한 차이를 알고자 한다면 따로따로 먹어 보는 것 보다는 두 음식을 한 상에 차려놓고 동시에 맛보며 느끼는 게 훨씬 더 미미한 차이까지를 감지하며 분명하게 될 것입니다.

동서양 인문학을 나름대로 아우르고 있는 각각의 책들은 아주 많습니다. 어느 분야만을 비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된 책들도 있습니다. 동서양 인문학을 별도로 공부할 때는 각각의 인문학에 담긴 의미와 배경 또한 각각인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에서는 동서양 인문학에 담긴 의미와 가치, 배경 등을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대교약졸'과 '화광동진'이라는 가치로 새겨봄으로 동서양 인문학에 담긴 궁극적 의미들은 '대교약졸'과 '화광동진'으로 일맥상통 할 수 있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교약졸大巧若拙'이란 무엇인가? 먼저 한 자씩 뜻을 풀이해 보자. '大'자는 크다는 뜻이고, '若'은 '마치 ~와 같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은 '巧'와 '拙'이다. '교'는 흔히 '기교技巧', '교묘巧妙' 등에 쓰이는 말로 솜씨가 빼어난 것을 가리킨다. '졸'은 '치졸稚拙', '졸렬拙劣' 등에 쓰이는 말로 솜씨가 서툰 것을 가리킨다. '교'와 '졸'은 서로 상반된 개념이다. 이 구절을 풀이하면 '큰 솜씨는 마치 서툰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41쪽-

이 책에서 '대교약졸'은 동서양 인문학을 낱낱이 헤아려 보는 현미경이자, 가려진 의미까지를 꿰뚫어 보는 투시경입니다. 종교와 문학, 철학과 미술 등으로 드러나는 수사적 표현은 다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대교약졸'과 '화광동진'에 부합하고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은 전체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도덕경'을 소개하고, 2장에서는 동서양 인문학을 들여다보는 미학적 도구가 되는 '대교약졸'과 '화광동진'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3장과 4장에서는 종교 영역을 아우르고 있고, 5장에서는 철학 분야를 되새기며 비교, 투시하고 있습니다.      

6장에서는 문학, 7장에서는 회화, 8장에서는 음악, 9장에서는 건축, 10장에서는 동양문화와 서양문화를 소개하고 있어 동서양 인문학을 동시에 새기며 헤아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양음식과 서양음식이 커다란 두레반상에 골고루 잘 차려진 것과 같은 구성이며 내용입니다. 

서역으로 간 노자, 부처가 되다

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노자가 관문을 지나 서적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확대 해석하여 노자는 서역으로 가서 부처로 환생하여 인도 사람들을 교화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이른바 노자호화설老子胡化說이다.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23쪽-

앞에서 화광동진의 관점에서 예수와 공자의 삶과 가르침과 명상을 살펴보았는데 이 장에서 석가를 이야기하겠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석가의 삶과 가르침과 명상은 예수와 공자의 중간이다. 즉 예수보다는 화광동진이 많이 되었지만 공자보다는 부족하다. 그런데 앞에서 예수와 공자를 비교할 때 이미 짐작했겠지만 개인의 삶과 깨달음은 그가 속한 사회분위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186쪽-

두 가지 이상의 어떤 음식을 먹으며, 음식 각각의 맛을 제대로 맛봐 비교하려면 먼저 먹어 입안에 남아있는 잔 맛을 없애기 위해 입을 잘 헹궈야 합니다. 그래야만 각각의 맛을 오롯하게 느껴 제대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입가심 같은 설명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같은지를 조곤조곤 설명함으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읽으면 각각의 분야에 담긴 의미와 공용할 수 있는 의미가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석가와 예수, 불교와 기독교 그리고 공자와 유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 세 성인과 불교와 기독교 그리고 유교가 어떻게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을 것입니다.

책에서는 평소 가늠해 보지 않았던 동서 인문학에 담긴 의미적 간극을 좁혀주고, 동서인문학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도록 되새김질시켜주고 있습니다.  

서양철학과 중국철학을 논할 때 유념해야 할 것은 불교철학이다. 불교철학은 엄밀히 말하면 중국 고유의 철학이 아니라 인도에서 수입된 인도철학을 중국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인도철학은 서양철학과도 그 성격이 다르지만 중국철학과도 상당히 차이가 있다. 앞에서 쉘돈의 비교를 보면 중국과 인도를 하나로 묶어서 서양과는 다른 동양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서양인의 관점에서는 인도철학과 중국철학이 비슷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중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는 인도철학과 중국철학은 상당히 다르다.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263쪽-

그렇다고 해서 불교에 대한 노장사상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노장사상은 그 뒤로도 불교와의 접촉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불교의 중국화를 추진하여 마침내 중국적 색채가 풍부한 선종을 이루게 되었다. 흔히 말하기를 선종은 불교를 아버지로, 도가사상을 어머니로 삼고 탄생한 혼혈아로 어머니를 더 많이 닮았다고 한다.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206쪽

세계 각각의 문화 역시 통신과 교통수단의 발달 속도에 비례해 전달되거나 융합되는 데 당연합니다. 새로 도이된 문화는 지역 특색이나 사회적 환경에 적응하며 안착하기 마련입니다. 같은 물일지라도 맹물을 얼린 얼음을 깎아서 만든 그릇에 담으면 무취무색에 시원하기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얼음 그릇이 주스를 얼려서 만든 것이라면 물에는 어느새 주스 맛이나 향이 배어들 것입니다.

동서양 인문학, 대교약졸로 일맥상통

우리가 어떤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새기려면 그 종교, 회화, 음악, 문학 등이 형성 될 당시의 사회적 배경 등은 물로 도입 과정의 사회적 배경까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선종, 한국불교를 공부하다 보면 의식이나 용어 등에서 도교와 유교적 느낌이 은연 중 느껴진다는 걸 배제할 수 없을 겁니다.

동서양 인문학을 접할 때마다 느끼고는 있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던 문학적 코드의 배경과 특성, 그 배경과 특성이 그림자처럼 만들어 내고 있는 차이를 '대교약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다면 단번에 꿰뚫어 보게 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삼각 프리즘을 통해서 보이는 일곱 빛깔도 원래는 단색광이었습니다. 동서양 인문학 또한 '대교약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꿰뚫어 보면 단색광 같은 가치와 의미가 지역과 세대에 따라 파장을 달리하는 문화로 비추고 있을 뿐이라는 걸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에서 확인 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지은이 박석┃펴낸곳 도서출판 들녘┃2013.11.15┃2만 2000원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 들여다보고 내다보는 인문학 읽기

박석 지음,
들녘, 2013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박석 #도서출판 들녘 #화광동진 #대교약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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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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