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 정말 괜찮을까?' 싶어지는 만화네

[서평] 만평 장도리를 묶은 <516 공화국>

등록 2013.12.20 11:52수정 2013.12.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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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공화국>의 표지. 한국의 오늘날 모습이 풍자적인 요소들로 묘사되어 있다. ⓒ 비아북


매일 SNS에서 '폭풍 리트윗', '좋아요 폭발'하는 만화가 있다. 지면에 오르는 동시에 인터넷에 소개되고, 사람들이 공유하고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바로 경향신문에 연재되는 만평 <장도리>의 이야기다.

하지만 댓글에는 의아하게도 걱정이 뒤따른다. "정곡을 찌르는 만화, 속시원하다. 그런데 작가님, 무사하신거죠?"라는 식이다. 독자들이 실컷 웃은 뒤에 작가를 걱정하게 되는 기이한 분위기.


왜일까? 아마도 4컷 만화에 담긴 내용이 정부에 대한 신랄한 풍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민영화·종북 마녀사냥·친일/독재 미화·친재벌/반서민 정책 등 <장도리>가 꼬집는 매일의 소재들은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로서는 불편할 만큼 적나라하게 그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와중에 패러디를 통한 유머감각도 빼놓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더욱 열광하는 듯하다.

또한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 '언론자유 40위'인 것도 다른 이유로 꼽힐만하다.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든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든 방송인과 기자들 다수가 지난 몇 년간 해직되거나 징계를 받았고, 언론사마다 사장이 바뀌는 등 언론탄압이 심했던 현실에서 이제 신문 만평 <장도리>가 더욱 돋보이게 된 것이다.

만화로 그려낸 한국의 불편한 자화상

<516 공화국>은 2012년 7월부터 2013년 9월까지의 연재분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MB정권의 임기말 레임덕과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시기. 전작 <나는 99%다>에서 이어서 촌철살인은 이어진다. 서민을 착취하며 재벌과 부유층만 챙기는 정책, 독재와 친일을 미화하며 민주화 세력엔 종북낙인을 찍고, 언론과 집회를 압박하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4컷의 만화에 압축된 내용은 적절한 비유와 묘사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측근비리로 얼룩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MB 스타일'로 그려져 웃음을 자아낸다. 후보시절의 공약을 모조리 뒤집으며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인사로 논란이 많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도 코믹하게 표현되어 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던 독재시대로 역행하는 한국의 불편한 자화상. 만화 <장도리>는 그 참담한 현실의 무게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표현력은 감각적이다. 덕분에 독자로부터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유의 문제의식과 재치있는 비유, 사회적 이슈나 현안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 돋보이는 <516 공화국>은 씁쓸한 한국을 보여주는 거울같은 역할을 하고있다. 시사만화로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잘 지켜내고 있는 <장도리>가 권력의 횡포가 시민들 가슴에 박아놓은 못을 앞으로도 잘 뽑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516 공화국> (박순찬 씀 | 비아북 | 2013.11. | 1만3000원)

516 공화국 (장도리의 대한민국 생태 보고서)

박순찬 지음,
비아북, 2013


#장도리 #516 공화국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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