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빛나던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②] '이우학교' 방문을 마치고

등록 2013.12.24 17:51수정 2013.12.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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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시민교육' 수업에서 진행한 현장활동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대안교육은 공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 아래 다섯 편의 시리즈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대안교육을 현재 우리가 받고 있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발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 라고 넓게 정의했습니다. 우리들을 '배신자'라고 표현한 까닭은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서 청소년들에게 대학생은 '수능이라는 통과의례를 마친 해방인들이자 과거를 깨끗이 잊어버린 배신자들이다'라는 표현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입시지옥'이라는 말로 대변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등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인 우리는 너무나 쉽게 그 사실을 모른 척하며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우리 배신자들은 지금까지의 체험을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풀어놓고자 합니다. -필자 말

여중, 여고를 다니면서 무수히 많은 여자아이들을 만났다. 스쳐지나간 아이들까지 포함한다면 대략 600명 정도의, 13살에서 18살 사이의 여자아이들이었다. 나도 그들 중에 하나였으므로 그 속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때때로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볼 때, 예를 들면 도서관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운동장 밖의 떠드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나는 감수성에 젖어 모든 아이들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신없이 웃고 떠들면서도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진지해지는 나의 친구들이 가끔 눈부시게 빛날 때가 있었다.

그런데도 종종 나의 그 아름답던 친구들은 자신의 성적을 비관하며 눈물 흘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슬퍼했다. '담임이 나는 인서울 못한대' 그럴 때면 나는 마음이 아팠다. '아닌데, 너는 그런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만큼 예쁜 아이인데'. 다른 모든 아이들처럼 특별한 너를, 사람들은 왜 그런 잣대로 몰아세우는지 슬퍼졌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동안 나는 주변 평범한 아이들의 빛을 더는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모든 아이들이 빛나던 순간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나치게 슬퍼하던 친구들, 마음이 아팠다

5주 동안의 현장활동 경험 동안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였다. '방문자의 날' 찾아간 이우학교는 지나치게 멀고 또 지나치게 높았지만 힘들게 올라온 만큼 멋진 경치를 자랑하며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다. 자유롭게 방문자들이 교실을 방문할 수 있어서 중학교 건물, 고등학교 건물 가리지 않고 교실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내가 그 곳에서 느낀 것은 '아, 이 곳의 아이들은 자신의 특별함을 빛내면서 살고 있구나'라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있었던, 모든 아이들이 특별하다고 느꼈던 그 깨달음들이 이우학교라는 공간에서 다시금 나와 나를 두드리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중학교 건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독특한 반 이름들이었다. 일반 학교들처럼 1반, 2반이 아니고 '꿈반', '별무반' 등등 이름들이 특이했다. 직접 학생들과 선생님이 이름을 짓는 모양이었다. 특히 별무반, 즉 별들이 무수하게 많은 반이라는 이름은 정말 예뻤다. 스스로를 별처럼 빛난다고 자신있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정말 멋있기도 했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의 생각과 이 학교의 방식이 참 놀라웠다. 투표를 통해 당선된 대표가 실천할 사항들을 꼼꼼하게 대자보에 적어놓는 것도 그랬지만, 학교에서 일어난 도난 사고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이 정말 신기했다.

다른 학교, 이를테면 내가 나온 고등학교만 해도 도난 사고가 일어났다면 선생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교실로 들어와 "다들 눈감아" 한 다음에 "훔친 사람은 조용히 손 들어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전부일텐데 이 학교의 방식은 조금 달랐다. 교사회와 총학생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당연한 것일텐데도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도난사고 방지를 위해 cctv를 설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설치하지 않겠다'라는 결정을 내리며 그에 대한 사유를 상세하게 적어놓는 것도 일종의 문화충격이었다.

대안학교 이우학교,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중학교 건물을 둘러본 후에는 교무실이 있는 본관을 지나 고등학교로 들어왔다. 중학교야 그렇다 치더라도, 입시에 한창 몰입하는 고등학교는 과연 일반고등학교와 어떻게 다를까 무척 궁금했다. 분위기가, 조금은 달랐던 것 같다.

일단 게시판에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들이 쓰여져 있었다. 보통 공문들로 가득찬 일반 학교의 게시판과는 다르게 실용적이면서도, 동시에 '왜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었지?'하는 의견 사항들이 적혀져 있어서 놀랐다. '도서관에 진보 성향이 너무 편향되어 있으니 보수 성향의 책들도 배치해달라'니. 이건 정말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고3 반 아이들의 교실에는 수능이 끝나고 어떻게 지낼 것인지 아이들의 즐거운 계획들로 가득했다. 이우학교는 아예 입시를 배제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도 많은 편인데 수능이 끝나고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학교와 학생들이 함께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각자 학생들이 잘하는 것들을 다른 친구들과 나누는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슬펐다. 요새 우리는 각자 잘하는 것들을 꽁꽁 숨겨두고 나만의 것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배우는 것이 일반화되어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학교 측에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면서 이 학교의 이념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굳이 이 곳에 옮겨 적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 바로 학교의 철학이었다. 학교는 삶의 공간이라는 것. 요약하자면 그것이었다.

학교를 돌아다니며, 공간 속에 투영된 학생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보였다. 자신있고 아름다워보였다. 그런데 이 곳에 일부러 특별한 아이들을 모아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사실 자라나는 모든 아이들이 이렇듯 특별한 자기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특이'하게 여겨지는 학교가 아니면 아이들이 자신의 특별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남과 나누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게 다가왔다.

지금도 수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특별함을 저버린 채 살아간다. 물론 자신의 특별함은 선생님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찾아야 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특별함을 찾으며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교육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12년의 공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현재의 교육에게 이 질문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항상 나를 좀 믿어줘'였다. 아이들을 제한하고 개선해야할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도 무언가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어준다면 달라지는 게 있지 않을까. 정해진 선로를 따라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선택지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그 작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안교육 #이우학교 #시민교육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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