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같은 힘이 있는 공간 '오마이 스쿨'

오연호 기자 만들기 48기 청년학교 친구들에게

등록 2013.12.23 14:30수정 2013.12.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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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스쿨 정문 현판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학교'와 '신성 초등학교' 현판 ⓒ 박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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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스쿨 전경 입구를 들어서면 보이는 오마이 스쿨 모습 ⓒ 박광민


청년학교 친구들에게.


안녕? 우리들이 M.T.를 왔던 강화도의 '오마이 스쿨'에 다시 왔어.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8기 수강생이 돼서 12월 19일~21일, 2박 3일을 보내게 됐거든. 이곳 이야기를 전해준다면 너희들이 반가워 할 것 같아서 글을 적는다.

우리들이 왔던 9월과 달리 12월의 '오마이 스쿨'은 겨울옷을 입고 있어. 운동장도, 파릇파릇한 벼가 있던 주변 논들에도 눈이 소복히 쌓여있어. 그래도 정문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학교', '신성 초등학교' 현판이 여전히 사이좋게 걸려 있더라. 광화문에 있는 것에 비하면 아담한 이순신 동상도, 어린 친구들은 낯설어 했던 이승복 어린이 동상도 꿋꿋이 서 있어. 보수하지 않은 건물의 외벽은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드러내지만, 실내의 하얀 벽과 다양한 조명, 서로 다른 크기의 창문은 여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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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스쿨 정면 모습 낡은 외벽과 세련된 창문이 대조 ⓒ 박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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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스쿨 뒤편 모습 건물 뒷편의 모습 ⓒ 박광민


우리가 강당에서 둘러 앉아 서로를 소개했던 것처럼, 기자 만들기에 참여한 27명의 친구들과도 소개를 했어. 우리보다는 폭 넓은 나이대의 사람들이야. 올해 수능을 치르고 온 19살의 고등학생도 있고, 수학선생님을 하고 있는 39살의 누나도 있어. 낡은 지붕 틀이 그대로 남아있는 천정 높은 강당에서 48기 수강생들을 알 수 있었어.

대부분 전문 기자가 되고 싶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기자가 주인공인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 작가, 사회적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행정 고시생도 있어.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대학생, 인터뷰를 잘하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도 있어. 9월에도 그랬는데, '오마이 스쿨'에 오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네.

강당에서는 수업도 들었어. 기사의 큰 틀인 기획부터 기본이 되는 문장에 대해서 배웠어. 현장 취재, 좋은 인터뷰의 조건, 정치부 기자의 세계를 현직 기자 분들이 알려주니까 더 생생하게 와 닿더라. 옆자리 수강생은 기자들이 직접 겪은 에피소드들을 소개할 때, "마치 술자리에서 고 학번 선배의 무용담을 듣는 것처럼 재밌다"고 했어. 기사쓰기 뿐만 아니라 글을 형상화하고 창의적으로 쓰는 것도 배웠어.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어.


참, 내가 지금 있는 곳은 2층 끝 방에 있는 컴퓨터실이야. 9월에는 미처 몰랐는데 이곳에는 29대의 컴퓨터가 있어. 문서작성은 물론이고 무려 인터넷도 된다고! 빔 프로젝트도 설치돼 있고, 수업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야. 48기 수강생들은 이곳에서 1시간 동안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했어. 수업에서 배운 것을 바로 실습하니 막막했던 것을 더 확실하게 익히게 됐어. 마지막 날, 오연호 대표님이 스트레이트 기사를 직접 개별 첨삭 지도 해주신데.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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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스쿨 침실 모습 침대방 창가 쪽 사진 ⓒ 박광민


우리가 환호성을 질렀던 아늑한 침실. 넓은 창으로 눈 덮힌 시골마을 풍경이 내려다 보여. 예닐곱 명이 잘 수 있는 온돌방과 침대 방이 있는데, 원하는 침대 방을 배정 받았어. 침대 매트리스 받치는 부분은 교실의 나무 바닥을 재활용해서 만들었어. 이걸 볼 때 마다 이곳이 폐교였다는 걸 떠올리게 돼.

조촐하지만 산뜻한 식당은 본관 뒤편에 자리 잡고 있어. 벗겨진 이마만큼 시원한 성격의 키 작은 아저씨, 지하철 한 칸에서 3명은 볼 수 있는 아줌마 파마를 하신 키 큰 아주머니 부부가 식사를 챙겨주시지. 우리 밥 먹을 때마다 정갈하고 맛있었다고 감탄했잖아. 48기 수강생들도 매 끼니 만족하며 먹고 있어. 40명이 앉을 수 있는 식당에서 매일 밤, 술을 동반한 뒤풀이를 해. 연예인 이영자가 "입이 열리면 마음도 열린다"고 말했지.

"자식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아서 이곳에 왔어"
"뇌출혈로 죽을뻔 했다가 살아나니 지식에 대한 욕구가 생겼어요"

우리도 그랬지만, 이런 자리가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되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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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모습 자기 소개와 수업이 진행 된 강당 모습 ⓒ 박광민


2박 3일 동안 기자와 기사에 대해서 배운 것 만큼이나 서로 다른, 그러나 교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기뻐. 우리의 관계가 청년학교 마치고 끝이 아닌 것처럼,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8기 수강생들과의 앞으로 인연을 기대하게 돼. '오마이 스쿨'에 올 때 마다 좋은 경험을 하니 어쩌면 공간이 갖고 있는 힘이 아닌가 싶어.

다시 한 번 이곳에 올 계기가 생기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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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천장 옛 페교의 지붕 틀을 그대로 이용했다. ⓒ 박광민


#오마이 스쿨 #오연호 기자 만들기 #청년학교 #청년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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