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해성인문학 네트워크를 소개합니다

김해숙 그녀가 궁금하다

등록 2013.12.25 16:34수정 2013.12.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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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열정이 흘러, 그 무엇이 흘러 해성네트워크는 여기 청주시 금천동 125-14  건물 5층에 자리를 잡았다. 해성 네트워크가 여기에 오기까지 보낸 시간은 13년이다. 23일은 해성이 30평이었던 둥지를 떠나 59평 공간으로 이사한 날이다. 함께 모이고 같이 밥을 해먹고 뜻을 모아 공부하는 넓은 공간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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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회원들이 하나씩 만들어와 정성들여 차려진 적녁식사. 너무 맛있어서 과식한 사람들이 많았다. ⓒ 이소영


내가 들어서자 잔칫날에 어울리게 한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100여 명의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자 이 공간은 200여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로 가득차 대부분 쪼그리고 앉아 있거나 일부는 방으로 밀려들어가 고미숙 선생님의 목소리만 들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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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이 날의 축하강연 ⓒ 이소영


해성 인문학 네트워크, 네트워크이니 분명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을게다. 바로 '감이당'이다. 감이당은 고전연구가 고미숙이 이끄는 인문학 공동체이다. 공부하고 싶은 이는 누구나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강좌와 세미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서울 충무로에 자리하고 있다.

감이당과 해성네트워크가 연결되기까지 감이당은 수유너머라는 공간을 너머왔고 해성은 청주역사문화 학교가 노래하는 나무로 그리고 지금의 해성네트워크가 되어 서로 연결되었다. 고미숙이라는 고전 연구가와 김해숙이라는 사람의 만남은 공동체간의 연결을 낳았다.
감이당과 해성네트워크가 추구하는 가치는 이날 고미숙 선생님의 강연을 통하여 알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의 강의 첫마디입니다.

"인문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이다.내가 증명해 보이겠다."

너무나 약장사 같아서 다음 내용을 어떻게 이어갈까 궁금해 하며 들었다. 1시간 강의의 요지는 이러했다.


"우리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예수나 석가, 넬슨 만델라나 간디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을 닮기 위해 그들의 삶은 배우고 쫓아서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과 반대의 삶을 사는 공부를 하고 그들과 반대의 가치를 추구하며 그들과 반대로 사는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

구운몽의 주인공은 8선녀를 처첩으로 두고 부귀 영화와 누리며 세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삶을 살았으면서도 말년에 석양을 보고 허무의 눈물을 흘린 이유가 뭘까? 인생무상이 아니라 바로 부귀 영화의 무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허무한 욕망을 쫓는 것이 아니라 진리가 어디 있는지 깨닫고 앎과 삶이 일치되게 사는 것,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인간이 인생을 허무하지 않게 진정한 즐거움을 찾고 똑바로 살 수 있는 것이 인문학 공부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가 바로 해성 네트워크가 감이당과 연결된 이유이고 13년전 역사 문화 학교가 김해숙 선생님에 의해 해성네트워크로 성장한 이유다. 나는 해성네트워크의 개소식을 보고 적잖히 놀라게 되었다. 감이당의 대중지성 수강생인 김해숙이라는 분이 청주에서 따로 그룹을 이루어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개소식을 둘러보고 나는 무척 궁금해졌다. 이런 커다란 공간이 생기게 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평범한 가정주부가 사람을 모으고 같이 공부하고 강사를 양성하여 도서관에 파견하고 감이당이라는 곳과 연결되기까지 나는 김해숙이라는 사람에 대해 해성네트워크의 탄생에 알고 싶어졌다. 돌아온 다음날 김해숙 선생님과 통화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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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 선생님 청주 해성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다. ⓒ 이소영


- 해성 네트원크는 몇년도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01년도지요. 처음에는 벤처붐을 타고 열린 충북 여성창업경진대회 1등을 하게 됐고 여성보육센터에 무상입주하고 지원을 받는 혜택을 받아 어른들 역사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역 문화제 프로그램 계발같은 것도 하고요. 여기서 강사를 배양하면 여성인력이 창출되잖아요. 바로 교육과 인력창출이 결합된 것이지요.

저는 역사 교육을 잘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슬럼프에 빠졌고 많이 주춤했지요. 한계를 느끼자 공부를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르치는 게 뭔가라는 고민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해오름 아카데미라든가 발도르프 교육을 배우면서 교육에 대한 답을 찾다가 2010년 인문학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작은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고요."

- 감이당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한 5년 전부터 신문을 통해 수유 너머의 글들을 보게 되었어요. 저에겐 이것이 맞는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홈페이지를 들락거렸고 올해 감이당에서 공부하게 되면서 인연을 맺게 된 것이지요."

해성네트워크 전에 청주역사문화 학교를 하다가 정말 쫄닥 망한적이 있다고 한다. 선생님이 좌절하지 않고 지금 일어선 원인을 물었더니 그 이유가 재밌있다. 생계였다고 한다. 좋아서 시작했고 돈을 보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망하고 보니 이걸 안하면 생계가 막막해서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인문학이 밥 먹여 준다는 고미숙 선생님의 말이 맞나보다.

김해숙 선생님은 사실 자신은 별로 배우지도 못했다며 전문대 학력이 다라고 한다. 사람을 모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지금의 해성이 되기까지 그냥 부딪쳤고 남들이 고민할 때 몸으로 뛰었다고 한다. 그것이 자신의 힘이라고 한다.

원대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인문학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던 것도 아니다. 망했던 적도 있지만 그걸 실패라고 생각하지도 창피해 하지도 않았으며 절실한 것을 향해 그냥 왔더니 이 자리라고 한다.

멋진 사람이다. 머리만 돌아다니며 '하고싶다 하고 싶다'만을  하는 나는 요즘 이런 사람들이 무척 좋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냥 한다. 안되면 할 수 없는 일이지 뭐. 사실 '열심히 꾸준히 하다보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말에 우리는 '되겠지'라는 말에 더 촛점을 맞춘다. 그리고 안되면 어쩌지에 먼저 불안하고 걱정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하고 싶으면 '열심히 꾸준히'에 촛점을 맞추고 '되겠지'를 버리고 살려고 노력한다. 안되면? 안되면 하고 "싶은 걸 했던것" 이것이야말로 기쁨이 아닌가 싶다.

오늘 김해숙 선생님을 통해 다시 "그냥 한다"가 어떤 것인가를 보았다.
#청주 해성인문학네트워크 #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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