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대표 사퇴... 독일 극우정당의 말로?

[해외리포트] 2007년 회계조작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NPD

등록 2013.12.31 09:52수정 2013.12.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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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독일도 정치적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극우정당인 독일 민족민주당(Nation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아래 NPD)에 대한 뉴스들도 그 중 하나였다.

지난 10월,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인근에서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 난민이 탄 배가 침몰해 360여명이 희생됐다. 이후 람페두사 섬 내에서 벌어지는 난민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도 난민 수용에 대한 이슈가 첨예화됐는데, 대다수 시민운동가들이 난민들을 환영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NPD의 입장은 달랐다.

NPD는 난민들이 독일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시위를 벌였고, 이런 내용들이 독일 신문 및 방송의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또 최근 독일 상원에선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계속되는 극우주의자 범죄의 배후로 지목받는 NPD를 상대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제소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독일 정당해산 심판, 한국과 이렇게 다르다).

이렇듯 올해 독일 내에서 화제를 몰고 다닌 NPD가 최근 들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이 독일 언론들에 의해 알려졌다. 자금난으로 인해 베를린-쾨페니크(Berlin-Köpenick) 중앙당본부의 당직자 7명 중 5명이 해고를 통보받았다. 또 NPD 대표였던 홀거 아펠(Holger Apfel)은 건강상의 이유로 12월 19일에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고 12월 24일에는 탈당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그의 사퇴와 탈당은 재정위기 및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로 인한 당내 투쟁 및 당내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NPD 자금난 기원은 2007년 결산 조작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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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선거기간에 게재됐던 인종차별적인 NPD 선거벽보. 서베를린과 베를린 중앙지역에서는 이 벽보를 보기 어렵지만, 동쪽 지역으로 오면 쉽게 접할 수 있다. ⓒ 최서우


그렇다면, 대표 사퇴에 일조한 자금난은 왜 발생한 것일까? 사실 NPD는 독일의 대중정당들과 비교하면 소수정당에 불과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방하원에 입성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구 동독 지역의 일부 주의회 선거에서 5% 이상을 획득하며 현재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와 작센주의회에 진출한 상황이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연방하원에 입성하지 못한 소수 정당들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 남슐레스비히 선거인동맹(Südschleswigscher Wählerverband)이 있다. 이들은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 소수 덴마크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으로 1948년부터 현재까지 민주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다. 이는 소수 정당이라고 해서 모두 자금난을 겪는 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NPD의 자금난은 어디서 기원할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2007년의 NPD결산 조작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독일의 경우 정당법 18조에 정치자금에 대한 국고보조규정이 매우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국고보조금의 경우 유럽의회선거/연방하원선거에서 0.5%의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했을 때, 주의회 선거에서 1%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했을 때 혹은 한 선거구에서 유효투표의 10%이상을 획득했을 때, 표당 70센트씩 지원된다. 또 위의 득표율을 충족하면, 400만 표까지는 한 표당 80센트가 추가로 지급된다(최대 340만 유로). 마지막으로, 납부된 당비 및 개인지원금 1유로 당 38센트의 국고보조금이 추가로 지원된다(단, 개인 지원금의 경우 1인당 연 3300유로까지만 가능).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고보조금을 받는 각 정당은 매해 12월 1일 의회에 결산보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2006년 NPD 튀링엔 지부장이었던 프랑크 골코프스키(Frank Golkowski)는 당 후원금 영수증을 부정/조작발급해서 의회에 보고했다. 그 결과 국고보조금을 더 확보하게 되었지만, 후에 연방하원 사무처에서 회계조작여부를 발견했고 국민세금으로 빼돌린 89만 유로를 반환해야 했다.

이후 연방하원 사무처는 NPD에 결산보고서 조작으로 인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 2012년 라이프치히 연방행정법원은 NPD에게 127만 유로(한화 약 18억 4000만 원)의 벌금을 납부하라고 판결했다. 또 당시 재정을 담당했던 어원 켐나(Erwin Kemna) 전 NPD 회계과장은 정당법 위반으로 검찰에 의해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1월, 당시 결산보고가 잘못되었던 이유가 회계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작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어찌 되었건 벌금 127만 유로는 기부 및 세금을 바탕으로 한 국고보조금에 의존한 NPD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최근 NSU사건(신나치주의자단체인 국가사회주의지하당 당원 3명이 외국인 10여명을 10년 동안 연쇄살인한 일)으로 인해 당원들이 줄어들고 있어서, 당비 납부 및 개인지원금 조달도 더 열악해졌다. 참고로 2012년까지 NPD가 운용한 정치자금에서 국고보조금의 비율은 40~45%에 육박한다. 이는 다른 독일의 대중정당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독일 NPD의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

현재 연방상원의 정당해산심판 청구와 지난 2007년 회계조작사건으로 인해 진퇴양난을 겪고 있는 NPD. 이들은 다음 유럽의회선거와 10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그리고 작센·브란덴부르크·튀링엔 주의회의 의석을 노리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이번 주의회 선거가 모두 구 동독 지역에서 치러지기에 이들의 내년 선거운동 동향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NPD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브란덴부르크 및 튀링엔주의 경우 지지율이 2% 미만이라 의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현재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작센주의 경우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3%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럽의회의 경우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지지율인 0.5%를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위의 선거에서 지지율이 형편없이 추락할 경우, NPD는 결국 위헌정당해산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파산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최근 NPD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 몇몇 유럽 국가들과 달리 독일에선 극우세력의 영향력이 강하지 않다고 봐도 될 정도다. 이렇게 된 원인은 '나치 청산 역사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수도 베를린은 2013년의 주제를 '파괴된 다양성'으로 정하고 나치시대 당시 역사 및 인권 문제를 거리에서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독일의 일선 학교들도 민주주의를 교육의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고 독일의 보수와 진보 모두 다양성 존중과 민주주의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철저한 역사의식으로 무장된 독일과는 달리 한국 경우 최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왜곡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독일 NPD의 자금난 및 위헌정당해산심판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다.
#NPD #독일민족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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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독일에서 통신원 생활하고, 필리핀, 요르단에서 지내다 현재는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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