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 전통, 그 뿌리는?

고대 전통, 성경, 인도주의적 심볼 등 의견 다양

등록 2014.01.04 15:44수정 2014.01.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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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스컴들은 사형 보도에서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 내용을 꼭 포함한다.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에 대한 책이나 블로그, 웹사이트 등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먹는 것이 인간의 행위 중 가장 인간적이기 때문에 죽음을 직전에 둔 사람의 식사는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법 전문가들은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는 엄격한 사형 과정에서 인도적인 예우를 제공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단죄와는 구별된 사형 집행과정이라고 해석한다. 즉 사형수라 할지라도 그의 한편에는 악의가 없는 인간적 면모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의 유래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학자들도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일부에서는 그 근원을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찾는다. 구약 성경 이사야서 22장 13절의 "내일 죽으리니 먹고 마시자 하는도다"는 구절이 사형장의 마지막 식사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어떤 학자는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가 본래 사형 집행자와 법 시스템에 용서를 구하는 것을 상징한다고 지적한다.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는 준비 과정도 엄숙한 편이다. 플로리다주는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 비용이 40불을 넘지 않게 규정하며 지역에서 구입한 재료로 감옥에서 식사를 준비하게 한다. 패스트 푸드는 허용하지 않는다.

플로리다에서 사형 집행 명령이 내려지면 사형 당일 오전 6시에 아침 식사가, 그리고 마지막 식사는 오전 10시에 제공되며 이때 방문객과 함께 먹을 수 있다.

1976년 연방 대법원이 사형제를 부활한 이래 플로리다에서 처음으로 사형당한 존 스팽크링크는 형무소장의 아이디어로 그와 함께 잭 다니엘 상품 휴대용 술병에 담긴 위스키 소량을 나누어 마셨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사형수에게 이같은 특권을 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이후 알콜은 금지됐다.


일부에서는 사형수에게 마지막 식사는 사치스러운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다른 한 편에서는 잠깐이나마 자유를 누리게 하는 선물이라고 옹호한다.

그렇다면 사형수들은 그들의 마지막 식사로 무엇을 택할까. 최근 <올랜도센티널>은 플로리다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를 소개했다.

희대의 살인마 테드 번디, 특별 식사 거부

1999년 잭슨빌의 한 사형수는 생전에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시켰다. 그의 마지막 식사 메뉴는 랍스터, 감자 튀김, 새우 튀김 반 파운드, 조개살 튀김 6온스, 통 마늘빵 반쪽, A&W 루트비어였다.

그런가 하면 연쇄 살인마였던 한 여성은 사형 집행 9시간 전에 커피 한 잔만을 마셨다. 역시 연쇄 살인마로 유명한 테드 번디는 특별 식사를 거부했다. 감옥 측에서 스테이크와 계란을 내놓았으나 이 또한 거부했다. 반면 게인스빌 여대생들을 연쇄적으로 살인한 데니 롤링은 랍스터, 새우, 구운 감자, 딸기 치즈케 , 스윗티를 마지막 식사로 택했다.

사형수 2명은 멕시칸 음식인 타코를 마지막 식사로 택했다. 탬파의 한 강간범은 두 개의 살라미 샌드위치와 피넛 버터 젤리 샌드위치 반쪽을 먹었다. 플로리다 팬핸들 지역 살인범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프라이드 민물 켓피시, 프라이드 가지, 허시 퍼피, 스윗티를 원했다.

로더데일 레익스의 여성을 살해한 죄로 최근 사형을 당한 윌리엄 하프라는 남성은 다양한 초콜릿이 들어있는 12온스짜리 초콜릿 상자, 저먼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요청했다.

플로리다에서 가장 최근에 사형 당한 킴브로라는 남성의 마지막 식사는 피자 두 쪽, 그린토마토 튀김, 닭 튀김, 닭똥집, 초콜릿칩 아이스크림, 프룻 펀치였다.

한편 미국에서 사형수가 가장 많은 텍사스주 일부 사형수들은 마지막 식사를 종교적 혹은 정치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성찬식을 하거나 진리, 평등, 세계 평화를 주문하는 것이 그것이다. 혹은 자신의 식사를 노숙자에게 기부해 달라고 요청한 이도 있다.

그러나 2011년 텍사스는 로렌스 브루어라는 한 백인 인종차별주의자가 연회 만찬과 같은 음식을 주문한 후 먹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둔 사례가 발생하자, 87년동안 고수해온 마지막 식사 대접을 없애버렸다.

흑인 남성을 픽업 트럭에 매달고 아스팔트길을 3시간 동안 달려 희대의 살인마로 낙인 찍힌 그가 주문한 음식은 치킨 스테이크에 그레이비와 양파를 얹은 치킨 스테이크, 치즈 오믈릿, 오크라 튀김, 흰 빵에 바베큐 고기 얹은 것, 파히타, 피자, 아이스크림, 땅콩 과자 등이었다.
덧붙이는 글 <플로리다 코리아위클리>에도 실렸습니다.
#사형수 #마지막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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