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사람들의 행복 비결, 이거였군요

[부탄여행17-마지막회] 국민소득은 행복의 필수조건일까

등록 2014.01.24 08:35수정 2014.01.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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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사람들이 가장 신성시하며 꼭 한 번 오르고 싶어하는 탁상사원 ⓒ 최오균


부탄 탁상사원은 네 가지 주요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동굴의 내부는 미로처럼 얽혀 있다. 첫 번째 동굴은 파드마삼바바가 암호랑이를 타고 날아와 내렸다는 곳이다. 그 동굴을 지나니 파드마삼바바가 명상했다는 장소가 나왔다. 모든 건축물은 암벽에 만든 계단과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명상터를 지나 어둡고 좁은 통로를 따라가니 열두 보살을 그린 탱화와 파드마삼바바를 형상화한 불상이 나왔다. 가이드 쉐리가 파드마삼바바의 불상 앞에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다. 나도 그를 따라 정성껏 절을 올렸다.


본당 주변에는 몇 개의 부속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포부 라캉' 사원 내에는 파드마삼바바가 당시 악마를 무찔렀다는 세 날로 된 금강저가 보존되어 있다. 본당 위에 있는 건물은 '우겐 체모 라캉'사원이고, 그 위로는 파드마삼바바가 천상에 살고 있다는 도리천을 의미하는 '장포 펠리'사원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파로벨리, 거대한 하나의 수도원처럼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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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기도깃발 타르쵸와 연결된 암벽사원 ⓒ 최오균


하늘에서 내려다본 파로벨리는 여러 가지 동물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계곡 전체가 마치 거대한 하나의 수도원처럼 보였다. 그곳을 찾는 모든 부탄인들은 스님의 가사장삼 같은 고나 키라를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수도사들처럼 보였다.

사원을 나와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는데 용모가 수려한 부탄 가이드가 부탄 전통 복장인 고를 입고 여행자의 팔을 두 손으로 붙들어 부축하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왔다. 진지함과 정성이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온 정성으로 방문객을 모시는 겸손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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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부축하며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부탄의 가이드. 단정하게 차려입은 전통복장에 진지한 표정이 수도사처럼 보인다, ⓒ 최오균


어떤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사원을 참배하고 지친 모습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아들의 팔을 잡고 있는 아버지의 표정이 사뭇 비장한 표정이었다. 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는 소년은 지쳐 보이기는 하지만, 티 없이 맑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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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며 탁상사원을 오르는 소년의 모습이 티 없이 맑아보인다. ⓒ 최오균


바람에 펄럭이는 오색 기도 깃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폭포수, 수직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사원 그리고 수도사들처럼 말없이 묵묵히 길을 걷고 있는 부탄 사람들...

그 느낌을 말과 글로는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가서 직접 느껴 보아야만, 조금이라도 그들의 마음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부탄 사람들은 사원 내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고 직접 와 보라고 하는 모양이다.

부탄에서는 국왕과 왕비도 공식 행사에서는 부탄 전통 복장을 하고 가사를 어깨에 두른다. 국왕은 몸소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고자 왕궁을 버리고 작은 통나무집에서 살며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축구와 농구를 즐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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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밸리에 만발하게 핀 꽃 ⓒ 최오균


나라와 국민은 애써 돈을 벌어 부자가 되려고 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자연보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들은 자기를 내세우려고 하지 않고, 자기를 소멸시키기 위해 많은 기도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탁상사원을 돌아보고 전망대 근처에 있는 카페로 다시 내려왔다. 카페 앞마당 탁자에서 우리는 그 불가사의하게 생긴 탁상사원을 바라보며 '툭빠'로 점심을 먹었다. 카페에서 바라보는 탁사사원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인생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 명예, 권력, 가족, 일….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중요도를 정한다. 경험에 따라 사람의 가치관도 변화한다.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건강을 잃었던 경험이 있다면, 그는 돈이나 명예보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삶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경쟁에서 이겨 출세를 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만이 인생의 승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의 수행과 자기 성찰 그리고 소중한 경험들에 의해서 얻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이 300~400년에 걸쳐서 이룩했던 부를 불과 30~40년 만에 이루어 냈다. 그동안 사람들은 모두 물질의 풍요를 추구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돌파했고, 머지않아 3만 달러를 넘어 설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 97%가 행복하다는 나라 부탄, 그들이 행복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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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기도 깃발이 펄럭이는 탁상사원 ⓒ 최오균


이렇게 초고속 성장을 하여 물질의 풍요를 축적했으면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흐르고 행복이 넘쳐 흘러야 할 텐데,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행복하다'는 말 대신, 불평과 푸념이 더 많이 터져나오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며 한숨만 몰아쉬고 있다.

물질적으로 가난하지 않지만, 마음이 점점 더 가난해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정치권은 서로를 비방하며 한 치의 양보를 하지 않고, 집단 이기주의는 점점 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왜일까?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국민의 97%가 행복하다는 나라 부탄, 그들이 행복한 비결은 무엇일까, 부탄을 여행하는 내내 그 화두가 떠나지를 않으며 마음 속을 맴돌았다. 히말라야에 산정에 위치한 작은 나라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가 채 안 되는 나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총생산(GN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란 커다란 느낌표를 전 세계에 선사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보다 관계의 행복을 더 중요시 하는 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에 만족하고, 푸른 하늘과 천혜의 자연, 깨끗한 공기에 감사한다. 불교의 가르침에 늘 감사 기도를 드리고, 함께 할 수 있는 가족과 가축의 존재에 감사한다.

그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현상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맡기고 만족해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행복의 근원은 그런 곳에 있지 않겠는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 그리고 그 순간들을 만족하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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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000미터에서 발견한 행운의 네 잎 크로버 ⓒ 최오균


툭빠를 먹고 나서 차를 한 잔 마시다가 나는 우연히 발밑에서 행운의 네 잎 크로버를 발견하였다.

"오, 행운의 네 잎 크로버!"

나는 3천 미터 산정에서 발견한 네 잎 크로버를 들고 절벽에 걸려 있는 탁상사원을 바라보았다. 아아, 네 잎 크로버에 비친 탁상사원은 지상에서 마지막 남은 샹그리라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지난 2012년 5월에 여행을 한 내용입니다.
#탁상사원 #부탄여행 #파로밸리 #국민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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