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은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해야

등록 2014.01.22 18:33수정 2014.01.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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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특보 출신과 측근 인사들을 공영방송 사장에 앉혔다. 이렇게 정권에 의해 투하된 낙하산 사장들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려 노력하기보다는 임명권자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정권 편들기에 나서면서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은 크게 훼손됐다.

이처럼 방송의 공정성이 낙하산 사장들에 의해 훼손되자, 2012년 문화방송(MBC) 기자들이 훼손된 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곧이어 MBC 전체 구성원들이 파업에 참가하면서 170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파업이 시작되었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이 정치권력에 의해 파괴되면서 언론 노동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 대신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공정방송을 국민들의 품에 되돌려 달라며 투쟁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낙하산 사장들에 의해 변질되고 찌그러진 방송 저널리즘을 바로잡기 위해 MBC 노조가 벌인 170일간의 파업이 끝나자, 김재철 전 MBC 사장은 파업에 참가했던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탄압을 시작했다. 파업에 참가해 공정한 방송의 회복을 외쳤던 MBC 노조원들을 해직과 중징계라는 칼날을 이용해 방송현장과 회사에서 쫓아냈다. 유능한 인력들이 방송현장에서 축출되고 공익적 프로그램들과 비판적 저널리즘은 방송현장에서 사라지고만 것이다.

이처럼 무너진 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파업에 참가했다가 김재철 전 MBC 사장으로부터 해고와 중징계 처분을 받은 MBC 노조원들이 MBC 사측을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해고 및 징계 무효 확인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 및 징계 무효 확인 소송에서 "MBC가 원고들에게 내린 징계 처분을 모두 무효로 확인하고, 해고자에게는 각 2000만 원, 나머지에게는 각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MBC의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에 대한 해고와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결과로 환영할 만 하다.  

특히, 이번 소송의 판결문에서 재판부가 "방송 매체는 일반 기업과 달리 표현의 자유와 올바른 알권리 보장을 위해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 보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방송의 공정성을 위한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힌 점은 방송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 그리고 방송의 이러한 사회적 역할과 책무 수행을 위한 방송 종사자들의 임무를 명확히 규정해 주고 있어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에 대해 방송법은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6조1항) 하고, "방송은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함에 있어 의견이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서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6조9항)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방송사들은 이러한 방송법의 규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방송국 종사자들은 이러한 방송법의 규정을 지키고 따르는 것이 근무조건이 된다. 따라서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밝힌 "방송사 등 언론매체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 공정성의 의무가" 있고, "이러한 공정방송의 의무는 헌법과 방송법에 규정된 것으로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이자 근로조건에도 해당 한다"고 밝힌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즉,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의 사회적 책무인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의 훼손을 바로잡기 위해 MBC 노조원들이 벌인 파업은 근로조건을 위반한 MBC 사측에 대한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MBC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히고, 사법부의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주요 일간지 광고지면에 싣는가 하면, 자사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해 비판하는 보도를 내 보냈다.

이러한 MBC의 행태는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뻔뻔스러운 태도로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올 것이다. 특히, 소송 결과에 대한 MBC 사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홍보하기 위해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의 예산 1억5000여만 원을 광고비로 집행하고, 공공의 재산인 공영방송의 전파를 사측의 일방적인 입장을 항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공금유용과 전파의 사유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공영방송 MBC의 공영성과 공익성을 망가뜨린 당사자인 MBC 사측이 이번 판결을 통해 밝혀진 불법적인 해직과 징계에 대해 참회하기는커녕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고 '항소'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MBC 사측은 더 이상의 경거망동을 삼가하고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여 불법부당하게 징계와 해고를 당한 MBC 노조원들을 즉각 원상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MBC #공영방송 #방송의 공정성 #최진봉 #근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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