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통일대박', 진보는 구경만 할 건가

'분단 70년'에 정상회담 개최될까... 이산가족 상봉은 '첫단추'

등록 2014.02.17 17:12수정 2014.02.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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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접촉이 12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회담장 로비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북측 단장인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통일부 제공


남북이 두 차례의 고위급 접촉을 통해서 이산가족 상봉, 비방중상 금지, 고위급 접촉 지속 등을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숨통이 트였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공개회담임에도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에서 '깜깜이 회담' '밀봉회담'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키 리졸브 훈련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두 차례 고위급 접촉의 과정과 결과를 분석해보면, 이번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 대해서만 논의했을 것으로 볼 수 없다.

과연 이산가족 상봉만 합의했을까?

이번 두 차례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최고책임자의 의지가 간접적으로 교환되었다는 점이다. 북측 대표인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은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신뢰를 그렇게 강조하니 우리가 '통 큰 용단'을 내려 믿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2차 회담 이후인 지난 15일 '판문점 합의,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첫 결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신문은 기사를 통해 고위급 접촉은 "북의 최고 수뇌부가 통일에 관한 결심을 이미 정책화해 구체적 행동으로 옮겨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과정은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믿고 앞으로 통일을 위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올해 초부터 남북 최고책임자들은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대박'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통일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후 실무협의과정에서 주춤거렸지만 그때마다 두 정상의 의지가 작용해서 이산가족 상봉 합의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을 남북관계의 첫단추라며 밀어붙였다. 북한에서도 최고지도자의 특명에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이산가족 상봉 합의 과정에 두 정상의 의지가 직접 작용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첫날인 12일 고위급 접촉이 4시간 이상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두 차례의 전체회의를 하고 이어서 두 차례의 수석대표회의를 했다. 전체회의 시간만 총 약 3시간 20분이다. 그리고 두 차례 수석대표회담은 45분간 진행되었다. 전체회의에서 양측은 간단한 인사말, 기조발언, 상호 질문과 답변, 추가설명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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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회의 모습. ⓒ 통일부 제공


네 시간은 남북 양측이 정책기조에 대해서 충분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상호간에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공동보도문을 내기 위한 수석대표회담에 들어갔던 것이다. 물론 첫날 고위급 접촉은 공동보도문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북한의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은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개성에 머물면서 공동보도문을 작성하라는 평양의 훈령을 받았다. 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고 거기서 신속하게 공동보도문이 합의된 배경이다.

짚어봐야 할 대목은 첫날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이 나눈 대화이다. 첫날 고위급 회담이 추후 접촉 약속 없이 종결되었지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결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민경욱 대변인은 13일 오전 "(이번 고위급 접촉을 통해) 북측의 의도를 확실히 알았고, 우리도 북측에 우리의 원칙을 확실히 설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북측이 존엄 모독, 언론비방과 중상, 키 리졸브 등 주제를 얼마나 크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남측 대표였던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도 최종 결과를 설명하면서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북측에 충분히 설명했고 북측도 이해를 했다고 말했다.

남북, 네 시간 동안 어떤 대화 나눴을까

민경욱 대변인, 김규현 1차장의 발언과 첫날 회담의 시간 등을 고려한다면 남북은 양쪽의 정책기조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박근혜 정부 임기동안의 남북관계 목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지 의견이 오고갔을 것이다.

여기서 주복할 만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1월 6일 연두회견에서 내년이 분단 70년이라고 하면서 '통일시대'를 준비하겠다고 한 점이다. 마치 1990년대 초반 시민사회와 종교계에서 1995년 분단 50년을 통일원년으로 만들자고 캠페인을 전개했던 것을 연상하게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1990년대에 1995년에 국가연합식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연설한 바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면 남북관계는 '분단 70년'을 향해 달리게 되어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현재 북한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대변인도 북한이 최고존엄 모독, 언론비방과 중상, 키 리졸브 등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해가 있다면 DMZ 국제평화공원, 북한의 특구에 대한 남한의 진출 등 후속 조치들이 이어질 수 있다. 2014년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해가 될 수 있다.

물론 3월까지 진행될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에 미국의 B-52, F-22와 같은 전략무기가 참가하지 않는 것,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쌓여 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에 활용하기 위해 다시 종북몰이를 하려는 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의 첫단추이고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신뢰의 벽돌을 하나 놓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난제를 해결할 방법도 생기기 마련이다.

과거 1960년대 말 1.21 사태, 울진삼척 공비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극심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에 8.15평화통일선언을 했다. 그리고 1971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렸고, 이러한 흐름속에서 1972년에 7.4남북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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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패턴은 2013년 8.15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 약속, 2014년 이산가족 상봉, 2015년 분단 70년 통일시대준비를 위한 이벤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분단 70년의 최대 이벤트는 남북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북미대화도 시작해야

이 과정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될 수 있다. 이미 2월 중순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 중국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남한 정부가 비핵화를 위한 방안을 선구적으로 만들고 남북대화를 통해서 북한을 설들하고, 6자회담을 통해서 창조적인 방안을 만들었던 것에 비해서 한국정부의 역할은 미약하다.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의미 있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북미대화와 6자회담을 시작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도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결국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 "통 큰 용단"을 내린 북한이 북미대화를 위해서도 통 큰 용단을 내려야 한다. 캐네스 배씨를 계속 억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이 통 큰 용단이 될 것인지는 미국의 만족도에 최대한 근접시키는 선에서 북한이 찾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시절 악화된 남북관계의 잔재와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관계 등의 난제가 있지만, 남북관계는 발전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퇴보한 통일논의를 본격적으로 활성화시켜야할 시기이다. 우리 사회에서 통일논의가 활성화된 것은 해방 이후 세 차례 있었다. 4.19 혁명 이후 1960년대, 6월항쟁 이후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0년대 초중반이다. 이때는 진보가 주도하는 시기였다.

현재의 통일논의는 보수가 주도하고 있다. 진보는 당혹스러워하면서 멀쭝거릴 게 아니라 '통일이 대박'이고 '통일이 미래'라는 주장들을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한 정책과 방안을 개발하고 실현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경쟁하고 협력하는 통일논의의 백화제방 시대를 열고, 표현의 자유도 더욱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시민의 참여로 완성되는 통일시대 준비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이고, 한반도평화포럼과 통일맞이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접촉 #분단 70년 #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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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서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때 우리는 평화를 발견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평화이고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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