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최태원 SK회장 실형... 검찰·법원 경시하다 혼쭐?

최 회장 징역 4년, 동생 최재원 부회장 징역 3년6월 확정

등록 2014.02.27 15:40수정 2014.02.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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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 450억 원을 개인 투자금 명목으로 빼돌려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최태원(53)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50) 수석부회장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경우 최고경영자로서의 윤리의식과 준법정신 부재에 따른 범법행위 뿐만 아니라,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여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대법원은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부회장인 최재원이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과 현재 재벌그룹 회장에 대해 실형이 확정된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2005년 6월 서울고법에서 배임죄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그 후 2008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사면 및 복권됐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8년 10월 SK그룹 전반의 재무관리 및 회장의 재산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재무팀장을 통해 SK텔레콤 등 계열사들로 하여금 1000억 원대의 펀드 출자를 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창업투자회사인 김준홍 베넥스인베스먼트 대표와 공모해 465억 원을 빼돌린 뒤 이 돈을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운용하는 펀드에 개인 투자금(선물옵션) 명목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유죄로 확정된 횡령액은 450억 원. 그런데 당시는 최 회장이 사면복권된 지 불과 3개월도 안 된 시점이었다.

검찰의 기소에 최태원 회장은 "펀드는 SK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고, 450억 원이 유출된 사실도 몰랐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1심, 최태원 징역 4년... 최재원 수석부회장 무죄

하지만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원범 부장판사)는 2013년 1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벌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최태원의 범행은 회사 재산을 단기간 내에 대량으로 사적인 목적에 활용함으로써 기업사유화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표출한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고, 국민기업으로 성장해온 SK그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리고 전체 대기업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는 행위로 국민의 실망감은 참으로 심대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누구보다도 기업경영의 합리성과 기업재무의 투명성에 앞장서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오히려 펀드출자 목적의 계열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에 유용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사건으로 경제계에 미칠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우리 경제체제의 공고성과 성숙도의 신뢰를 위해서 피고인에게 관용에 앞서 범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대처의 당위성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기업총수를 위해 계열사 자금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횡령행위의 성격과 오로지 사적 이익의 도모라는 범행의 동기에서 나타난 죄질의 무거움, 자신의 범법행위와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결여된 피고인의 변론태도, 종전에 SK그룹 계열사에 대한 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사면 및 복권이 이루어진 후부터 불과 3개월도 경과되지 않은 시점에서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종합할 때, 그 책임에 상응하는 실형의 처벌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이 드러난 후 물적 담보 등으로 해당 펀드를 원래의 상태로 모두 회복시킨 점이 양형에 참작됐다.

이렇게 실형이 선고되자, 최태원 회장은 항소하면서 말을 바꿨다. "김준홍의 요청을 받고 SK계열사로 하여금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펀드 출자를 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김준홍이 이를 이용해 김원홍에게 송금해 펀드자금을 횡령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횡령의사를 부인했다.

항소심 "수사기관 및 법원을 마음대로 조종이라도 할 수 있는 듯한 태도"

그러자 최태원 회장은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혼이 났다. 먼저 서울고법 제4형사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2013년 9월 일부 횡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최태원 회장에 대한 1심 징역 4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또한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최재원 SK(주) 수석부회장에 대한 횡령과 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6월을 선고하며 SK그룹 최고경영자 형제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이 때 재판부의 질타가 눈길을 끌었다.

"대기업집단의 최고경영자가 기업인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를 도외시하고 개별기업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절차를 무시한 채 지위를 이용해 개별기업의 자금을 동원해 사익을 추구할 경우, 이로 인해 개별기업의 경영을 위태롭게 하고 주주, 종업원, 채권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인에게 피해를 입게 하며, 나아가 주식회사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게 해 우리 경제질서의 근간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아 그에 상응한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최태원, 최재원은 대기업 집단인 SK그룹의 회장, 부회장의 지위를 악용해 자신들의 사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SK 계열사로 하여금 1500억 원에 달하는 펀드를 출자하게 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유출하게 한 점에서 최태원, 최재원의 행위는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최태원, 최재원은 기업인으로서 정상적인 기업경영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정당한 대가를 획득하여야 함에도, 무속인 출신의 김원홍이 마치 신통력을 이용해 막대한 자금을 일시에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믿고 일확천금을 추구하기 위한 동기에서 피고인들의 허황되고 탐욕스런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계열사의 자금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최태원, 최재원은 수사 초기 대책회의에서 횡령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 및 재판에 대비한 대응책으로서 거짓된 내용의 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에 따라 SK계열사 임직원들로 하여금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게 하고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위증을 하게 했으며, 자신들은 그때그때 유리한 방향으로 진실과 허위 사이를 넘나들면서 마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진실과 허위를 뒤바꾸고 수사기관 및 법원을 마음대로 조종이라도 할 수 있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질타했다.

특히 "최태원, 최재원이 수사초기부터 재판과정에 이르기까지 취한 이런 태도는, 피고인들이 과연 기본적인 규범의식이나 준법정신을 지니고 있는지, 법보다 자신들이 지닌 다른 어떤 힘을 더 중시하는 것은 아닌지,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재판제도 및 재판기능을 수행하는 법원에 대해 조금이라도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훈계했다.

재판부는 "최태원은 주식회사제도를 개인적 목적에 활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하면서도 이를 은폐하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지, 향후에도 이런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최태원이 SK그룹의 회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과 최재원 등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독립된 법인격을 갖는 주식회사인 SK계열사로 하여금 횡령범행의 실행을 위한 펀드출자 및 출자금의 선지급을 지시한 점에서 보면, 최태원의 책임은 막중한 것이라고 봐야 하고, 따라서 최태원에 대한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최태원 회장 징역 4년... 최재원 부회장 징역 3년6월

이에 최태원 형제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 회장에게 징역 4년, 동생 최재원 부회장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자신들 모르게 펀드 투자금을 김준홍과 김원홍이 유용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심은 김준홍이 최태원, 최재원과 함께 범행을 공모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공모사실을 인정했다"며 "이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최태원 형제는 또 항소심 변론종결 직후인 2013년 7월 31일 대만에서 김원홍이 체포됐고, 원심판결 선고 전날 국내로 송환된 점을 들어 김원홍에 대한 증인신문을 요구하며 변론재개를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김원홍의 진술이나 입장 등은 이미 제출한 통화 녹취록으로 충분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가 김원홍을 증인으로 신문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원홍을 증인으로 신문해 김준홍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는 것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춰 보다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김원홍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조치가 증거채택에 관한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까지 평가할 수는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최태원 #최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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