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합, 여성가족부의 속내는?

[주장] 한국어 집합교육 폐지와 방문교육 유료화, 문제 있다

등록 2014.03.13 16:08수정 2014.03.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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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한 10여 년 전 TV에서 일본 농촌으로 시집 간 한국여성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낯선 외국 땅에서 이주 여성으로 살아가는 애환이 담긴 프로였다.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낯선 그곳에서의 삶이 안쓰러워서 였을까. 눈밭에서 머릿수건을 쓰고 있던 한국 여성의 뒷모습이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6년 전쯤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 여성들을 위한 단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의 그 TV프로그램을 되새기며 그 일을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피부색까지 달라 차별이 심할 그들에게 믿고 의지가 되는 언니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 3년 전 난 드디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방문지도사로 일하게 됐다. 나의 일은 집집마다 방문해 아이들에겐 생활지도를 하고 부모들에겐 부모교육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가방 싸는 법부터 책상정리 하기, 숙제 도와주기, 동화책 읽어 주기, 자기의 마음 읽기, 만들기 등을 한다. 부모교육은 아이의 나이에 따라 임신기, 유아기, 아동기로 나누는데 그 시기에 부모가 꼭 해야 하거나 알아야 할 것들을 가르쳐 준다.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말하는 법, 아이와 할 수 있는 놀이, 이유식 만드는 법, 한국 음식 만들기, 자기 마음 알고 다스리기, 한국 문화 소개, 부부 상담 등이다.

#사례1. 처음 대상자 집에 방문해 보니 태어난 지 한달 밖에 안 된 아기가 온 몸에 땀띠가 나 있었다. 아기가 감기가 걸릴까 봐 무서워 한 여름인데도 긴 옷을 입힌 것이다. 게다가 아기는 변비에 걸려 있었다. 엄마가 분유에 정량보다 물을 많이 탄 탓이다.

#사례2. 지민이는 말을 하기는 하지만 상대방은 지민이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간단한 단어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말이 늦다 보니 인지능력도 떨어져 또래에 비해 더 어리게 행동했다. 베트남인 엄마가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사례3. 올해로 5학년이 되는 수연이는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 받아내림이 있는 뺄셈, 구구단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나누기도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곧잘 하던 수학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위의 일은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며, 실상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방문교육을 받은 후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기 엄마는 아기가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이유식을 만드는 법 등 기본적인 엄마 노릇을 하게 됐다. 지민이는 짧은 문장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말하게 됐고, 수연이 또한 40~50점 받던 수학 점수를 80점을 받고 기뻐했다.


지난해 말경 여성가족부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다문화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합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명분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리고 다문화 가족이 한국인과 자연스럽게 섞이기 위한 것이라 한다.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정책, 그 속내는?

하지만 속내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중복지원과 과도한 지원을 빌미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폐지 수순을 밟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2014년 사업이 막 시작되는 2월 중순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2014년 사업지침서를 내려 보냈다.

작년과 달라진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가형 169→148백만 원/ 나형 149→118백만 원으로 예산 삭감( 다문화센터는 실적에 따라 가형과 나형으로 예산이 편성됨 )
2. 한국어 집합교육 지자체로 업무 이관
3. 언어영재교실 단계적 폐지
4. 방문교육 사업 축소 및 유료화-한국어교육 폐지 및 부모 및 자녀생활교육 하반기 유료화.

위의 내용을 보면 여성가족부의 복지예산이 증액되었음에도 다문화 가족지원센터 예산은 줄어들었다. 핵심 사업인 한국어 집합교육과 방문교육이 없어지거나 유료화되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 편입되기 위한 수순으로 통합이 아닌 실질적인 폐지에 가깝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내용이다.

다문화가족들에게 과도한 지원이나 중복지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문화가족의 잘못이 아니다. 정부 부처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다문화가족 정책을 일원화 하지 않고 나누어 갖기식 행정을 펼친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그 피해는 다문화 가족에게 돌아가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와의 통합수순으로 시행하려하는 한국어 방문교육 폐지와 부모교육 유료화는 결혼 이민자의 한국 생활 부적응을 초래할 수 있다. 아이가 어리거나 센터가 멀어 한국어 집합 교육을 들을 수 없는 이주민 여성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를 테고 대부분 집안이 넉넉지 않은 그들이 돈을 내면서까지 부모 교육을 받을 리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부부간의 소통부재 및 불화, 자녀들의 학력 저하, 청소년기의 탈선, 사회부적응을 초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계층간 고착화로 인한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으며 한국사회의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게 할 것이다.

내가 만난 이주민 여성들 대부분은 심성이 곱고 모성애가 지극하며 감사할 줄 알았다. 그들은 한국 여성과는 결혼하기 힘든 나이 많은 농촌총각과 저임금 근로자들의 아내가 되어주고 있다. 또 한국 여성들이 기피하는 시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으며 아이도 많이 낳는 등 한국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친정집과도 같은 유일한 존재인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합한다는 미명하에 없애 버리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다문화정책을 폐지 또는 축소할 것이 아니라 정책을 일원화하여 중복지원을 없애고 그 특성을 감안하여 사업을 세심하게 독립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다문화 아이들을 이중언어를 할 수 있는 나라에 필요한 고급 인재를 만들 것인지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 것인지는 국가 하기에 달렸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합반대 #결혼 이주민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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