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작은 꽃이 관심을 달라고 하네요"

새봄, 봄까치꽃의 화려한 외출... 자작시까지 지었어요

등록 2014.03.14 15:11수정 2014.03.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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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합니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빗대어하는 말일 것입니다.

봄이 오는 것도 그럴까요? 때 되면 저절로 올 것 같은 봄도 쉬이 오는 법이 없습니다. 무슨 대가라도 치러야하는 듯이 말입니다.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립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시샘을 부리는 추위가 밉습니다. 그래도 봄은 왔습니다. 새봄입니다.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오는 봄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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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에 움튼 생명 목련, 산당화, 산수유, 장미, 개나리, 철쭉... 봄소식을 전합니다. ⓒ 전갑남


물오른 나뭇가지에 움이 트기 시작합니다. 잎눈, 꽃눈으로 몸집을 줄여 혹독한 겨울을 견딘 나무에 생명의 싹이 고개를 내밉니다. 양지쪽 화단에도 새 생명의 풀이 돋아났습니다.

점심시간, 봄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바람결이 부드럽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기가 좀이 쑤십니다. 코에 바람이라도 집어넣을까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카메라도 챙겼습니다. 고슬고슬한 운동장 흙바닥에서 씩씩한 남학생들이 공을 차고 뛰놉니다. 녀석들, 고래고래 소리는 왜 지르는지요. 그래도 깔깔대고 뛰노는 젊음의 숨소리가 따스한 봄날과 잘 어울립니다.

"야! 공 이리 좀 보내!"
"알았어! 알았다구!"


한 아이가 넘겨준 공을 드리블로 이리저리 움직이다 골문을 향해 내찹니다. 공이 골문을 향해 멋지게 빨려 들어갑니다. 같은 편들이 환호를 지릅니다. 봄날의 활기가 느껴집니다.

아주 작은 보라색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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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녀 소녀들이 봄소식을 전해듣습니다. ⓒ 전갑남


화단에 예쁜 두 여학생이 뭔가를 발견한 듯 재잘거립니다.

"너희들 거기서 뭐해?"
"선생님, 여기 좀 보세요. 꽃이 피었어요? 야생화인가 봐요."
"꽃을 보고 있구나. 보라색 꽃이 참 예쁘지!"
"네. 이렇게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네…."

"그 꽃 이름 알아?"
"이 작은 꽃에도 이름에 있어요?"
"이름 없는 꽃이 어디 있어! 물론 있지!"
"선생님은 알아요?"
"그럼, 선생님은 이 꽃으로 시도 썼는걸!"
"시를요?"

녀석들이 찬찬히 들여다 본 꽃은 봄까치꽃이었습니다.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예쁘게 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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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치꽃 이른 봄, 청초한 모습의 봄까치꽃이 '기쁜 소식'을 전해줍니다. ⓒ 전갑남


봄날 이른 아침,
보랏빛 작은 꽃들이 입 모아 인사합니다.

얼굴가득 수줍어 보입니다.
새봄 먼저 꽃 피우려고,
설레는 가슴 누르며 언 땅에서 얼마를 기다렸을까요?

따사로운 봄바람에는 부끄러움 벗어던지고,
화사한 웃음보 터뜨립니다.
누가 들을까 살짝 걱정하면서요.

꽃 한 송이 버티는 건 하루뿐.
형님꽃 지면 다음날 아우꽃 피고, 또 아우꽃 피고….
여러 봄날 친구하고 놉니다.

꽃이 친구끼리 말합니다.
"우리 살아 있어 행복하지!" 
                              - 자작시 <봄까치꽃> 전부

학생들은 작은 생명에도 당당히 이름이 있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낸 것에 대해 새삼 놀라는 표정입니다.

작아도 기쁨을 주는 봄의 전령사

우리 학교에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준 봄까치꽃. 봄까치꽃은 잔설이 녹고 따뜻한 봄기운 도는 2월 하순경이면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애타게 봄소식을 기다리는 우리들에게 새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봄의 전령사입니다.

봄까치꽃은 그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입니다. 푸른빛이 도는 연보라색의 꽃은 가냘파 보이기까지 합니다.

작고 가냘픈 몸으로 어떻게 매서운 겨울을 났을까? 또 땅이 풀리자마자 꽃을 피워 남보다 먼저 새봄을 알려줄 생각을 했을까?

봄까치꽃, 이름이 참 예쁩니다. 그런데 봄까치꽃의 원래 이름은 큰개불알풀이라 합니다. 꽃이 지고 난 후 씨앗이 개불알을 닮았다하여 그렇게 불렸다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사람들은 그 이름이 민망하여 예쁜 꽃이름으로 개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까치가 울면 좋은 일이 있다고 합니다. 봄의 '기쁜 소식'을 먼저 준 꽃에 까치 이름을 넣어 봄까치꽃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준 것 같습니다. 꽃과 이름이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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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치꽃 여러 봄날 꽃들이 친구하고 놉니다. ⓒ 전갑남


봄까지꽃은 보라색 꽃잎 4장에 수술 2개, 암술 1개가 있습니다. 꽃은 변덕스런 봄 날씨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습니다.

이른 아침, 꽃샘추위에는 닫힌 꽃잎을 파르르 떨다가도 따뜻한 봄볕에 화사한 꽃잎을 펼칩니다. 꽃 한 송이는 해지면 꽃잎을 떨구고 하루를 삽니다. 그리고 다음 꽃송이가 대를 이어 봄이 끝나는 무렵까지 수도 없이 얼굴을 내밉니다. 살아 있어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오손도손 살아갑니다.

꽃의 이름을 안 여학생들이 작고 앙증맞은 꽃을 소중히 여기며 보고 또 봅니다. 작은 생명이 피어난 것을 무심하게 지나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기라도 한 듯이 말입니다.

봄까치꽃들이 낮은 목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작은 생명들이 관심은 사랑이지 않느냐고 가르쳐 줍니다. 봄날이 화려합니다.
#봄까치꽃 #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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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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