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권우성
"스트레스를 받는다."지난 20일 오후 2시 출판사 후마니타스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박상훈 대표는 최근 정치 관전평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럴 정도로 갑자기 이루어진 안철수 신당('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통합 선언에 시퍼런 날이 서 있었다.
"일상적으로 정치적 성과를 내서 선거에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선거에서 한 판 도박을 하듯이 게임을 걸어야 하는 정치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강한 정당 혹은 좋은 정치가 사회갈등을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온 박 대표에게 지금의 통합신당 국면은 '절망감'을 주는 듯했다. 그는 비관주의자라도 된 듯 "지금은 어떻게 해도 좋아질 것 같지 않은 상태다"라고 토로했다.
안철수 의원이 완전히 실패한 몇가지 이유지금 국면의 뿌리는 '안철수 현상'이었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안철수 의원이 '청춘콘서트' 등으로 주목받으면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양당 독점체제를 깨줄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생겨났다. 특히 종북논란과 선거부정 의혹 등을 계기로 진보정당이 급격하게 약해진 것도 안철수 현상이 강력해진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박 대표는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철수 스스로는 중도라고 외치지만 그를 지지하는 마음에는 진보정당의 실험이 좌절된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사람들의 마음도 반영됐다"라며 "'안철수 현상' 자체에는 답답한 사회현실을 넘어서야겠다는 시민적 열망이 있었는데 그것은 평등, 분배 등 진보적 의제들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진보적 요소"가 있었던 안철수 현상은 현실정치가로 변신한 안 의원에 의해 제대로 실현되고 있을까? 박 대표의 평가는 냉혹했다. 그는 "나는 정치인 안철수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정치인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철수는 민주당의 한 구성요소로 사그라들었다"는 것이 현재까지 그의 판단이다.
박 대표는 안 의원이 현실정치인으로서 "완전히 실패"한 이유로 ▲ 이미지 중심주의 ▲ 정당체제를 약화시키는 새정치 대안 ▲ 여론동원 정치 ▲ 갈등 회피적 성향 ▲ 애매한 중도 노선 등을 들었다.
박 대표는 "안철수는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나 일본의 이시하라처럼 기존의 정당체제가 약해지면서 등장한 포퓰리즘이다"라며 "안철수의 경우 이미지 관리가 세력형성 과정의 중심으로써 머릿속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정치적으로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받기 좋은 상품으로 정치가 흘러가고 있다"라며 "이런 평가를 안 받으려면 정당을 조직하고 세력을 형성해 이념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실력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미디어적 주가가 제일 좋을 때 민주당과 통합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에 얼마나 호의적으로 많이 나오느냐가 행동원리의 전부였던 것 같다"고도 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최근 한 강연에서 "매스미디어와 여론조사가 결합한 이미지 정치가 등장했는데 안철수 의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 대표는 "과연 정치인 안철수가 '안철수 현상'을 제대로 실현하고자 제 역할을 잘 해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차례가 됐다"라며 "'안철수 현상' 속에 숨겨진 열망을 개인적으로 전유하게 된 명망가 안철수, 초선 의원 안철수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인기를 얻기 위해 '약속 윤리' 동원하는 것은 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