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는 왜 리니지의 배를 갈랐나

리니지 모바일 상품 출시에도 냉담... 유저들 "수익 내기 위한 졸작"

등록 2014.03.27 10:31수정 2014.03.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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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시장에서 리니지는 신화로 통한다. 2000년대 최고의 인기 온라인 게임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유저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학창시절부터 시작해 십여 년 넘게 게임을 지속해온 '린저씨'라 불리는 30~50대 성인 유저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린저씨들이 요즘 하나 둘 리니지를 떠나고 있다. 바로 엔씨소프트에서 새롭게 출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리니지 모바일-헤이스트' 때문이다. 26일 엔씨는 리니지 모바일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리니지 모바일은 온라인게임 리니지와 데이터 연동을 통해 얻은 포인트를 게임 내 각종 아이템과 경험치로 보상 받을 수 있다.


계획대로라면 기존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콘텐츠인 만큼 환영받아야겠지만 현재 리니지 게시판은 며칠 전부터 올라온 유저들의 불만 글이 가득하다. 대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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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모바일 헤이스트 ⓒ 엔씨소프트


추억과 역사를 간직한 온라인 게임 리니지

리니지는 1998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후 벌써 16년 가까이 됐다. 당시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피시방 붐을 일으키며 학생뿐 아니라 성인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으며 계속된 콘텐츠 개발과 업데이트로 국내 최고의 게임이란 타이틀을 유지했다.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3D 게임들이 출시되고 수많은 게임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리니지는 인기를 더해갔다. 물론 리니지와 린저씨가 있게 만든 가장 큰 핵심은 게임의 '단순함'이었다.

화려함으로 포장된 복잡한 게임 구조 속에서 답답함을 느낀 성인 유저들은 다시 리니지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쉽게 몬스터를 사냥하고 아이템을 얻고 상대와 전투를 할 수 있는 방식, 그것이 바로 리니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게임을 하면서 느낀 소중한 추억과 역사도 유저들에겐 게임을 유지하게 하는 이유로 작용했다. 때문인지 월 2만9700원이란 높은 수준의 정액이용료를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이를 적당한 가격으로 여겼다.

리니지의 변화와 떠나가는 유저들

하지만 서서히 리니지에 변화가 시작된다. 월 이용료와 함께 게임에 꼭 필요한 캐시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상업성을 높인 것이 시작이었다. 분기별 판매하는 액세서리 아이템들은 유저들에게 꽤 큰 부담이었으며 불만도 많았지만 게임사 측에는 상당한 이익을 안겨다 주었다.

문제는 상업적인 내용을 추가하면서 단순함이 점점 사라지고 정작 필요한 게임 운영에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각 서버마다 자동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 유저들의 게임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유저들은 자동 캐릭터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게임사에 제기했으며 엔씨 측도 꾸준히 제재조치를 한다고는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기 수준이다. 또한 최근 들어 잦은 서버다운과 랙 등이 발생하며 명성에 맞지 않은 운영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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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게시판에 불만을 제기하는 유저들 ⓒ 엔씨소프트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한 엔씨

이번에 출시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리니지 모바일-헤이스트'는 리니지 유저뿐 아니라 많은 대중에게 큰 관심을 모았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아직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와 같은 획기적인 게임 콘텐츠를 발표해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완벽히 빗나갔다. 리니지 모바일은 수익 성과를 내기 위해 성급하게 만들어낸 졸작이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아무런 콘텐츠도 없이 단순히 연동 시스템을 통해 기존 유저들에게 혜택을 주는 수단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리니지 모바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월 1만 원이 넘는 이용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며 특정 사냥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유저들은 이제 월 3만 원 가까운 비싼 정액 이용료를 내고도 게임 상 모든 콘텐츠를 즐기지 못하게 됐다.

더욱 복잡해지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 들여야 할 비용은 상승하면서 정작 필요한 서비스 개선은 되지않자 유저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몇 년씩 묵묵히 게임을 했던 린저씨들도 게임을 떠난다는 말이 나온다.

리니지 게시판의 한 유저는 "엔씨 입장에서 리니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황금알로 부족해 이번 모바일 업데이트와 상품 판매로 배를 갈랐다"고 말한다. 결국 본질적인 강점을 강화하지 않고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리니지에도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미 엔씨는 지난 1월 발생한 특정 서버의 게임 화폐인 아데나 복사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바 있다. 또한 최근 며칠은 이번 콘텐츠와 연관된 서버다운과 버그성 플레이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 이러한 악재들이 겹치면서 리니지 모바일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주가는 내리막을 치고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이 유저들을 고려하지 않은 운영이 계속되고 린저씨들이 떠난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 리니지도 어느새 사라질지 모른다.

한편,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오토프로그램 근절을 위해 사이트 폐쇄 조치, 이용자 제재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헤이스트는 이용자들에게 리니지의 경험을 모바일로 확장한 최초의 앱으로 현재 기능 외에도 모바일에서만 즐길 수 있는 혜택을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리니지 #리니지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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