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모피아 왕국'... 23개 금융사 낙하산만 124명"

[현장] 야당-금융학계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모피아'에서 독립시켜야"

등록 2014.03.27 16:10수정 2014.03.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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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준 민병두 이종걸 이학영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토론회가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모피아 개혁과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 필요성'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 김시연


동양 사태,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등으로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더 절실해진 가운데 '모피아'가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 새 기구가 탄생하더라도 재무부(재정부) 출신 관료를 일컫는 '모피아'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2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기준·민병두·이종걸·이학영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주최로 열린 '모피아 개혁과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 필요성' 토론회의 화두 역시 '모피아'였다.

"한국 금융은 '모피아 왕국'... 금융정책-감독-업계-로펌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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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현재 자산규모 상위 업체들의 모피아-금피아 낙하산 현황 자료. 관련사진 보기를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민병두 의원실 제공)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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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현재 자산규모 상위 업체들의 모피아-금피아 낙하산 현황 자료. 관련사진 보기를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민병두 의원실 제공) ⓒ 오마이뉴스


이날 토론회에서 직접 발제를 맡은 민병두 의원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상위권 금융회사 23개에서 '모피아',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 낙하산 인사(외부 영입 경영진, 사외이사, 감사 등)를 분석한 결과, 연인원 124명(중복 인물 포함)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 출신이 86명이었고, 금융감독원 출신도 38명에 달했다.

5대 금융지주회사 가운데는 재경부 출신으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윤용로 전 부회장이 3년을 버틴 하나금융지주가 14명(중복 제외 5명)으로 가장 많았고, SC금융이 11명(4명), 신한금융이 7명(3명), 우리금융이 5명(2명), KB금융이 4명(2명) 순이었다.

시중은행 가운데는 SC은행이 15명(6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이 9명(5명), 씨티은행이 7명(3명)으로 뒤를 이었다. 증권사는 대우증권이 9명(5명), 생명보험사는 한화생명이 5명(2명), 손해보험사는 LIG손보와 삼성화재가 각각 4명(1명/2명)으로 가장 많았다. 매년 연임 등으로 중복되는 인물까지 포함한 숫자지만 중복 인물을 빼더라도 50여 명에 달했다.

민병두 의원은 이날 "한국 금융은 정책도 모피아, 감독도 모피아, 업계도 모피아, 대형 로펌도 모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모피아 왕국'으로 전락했다"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키우는 과도한 재량주의가 금융업계 '모피아-금피아 낙하산'을 낳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주식 한 주도 없는 민간 금융지주회사에서 낙하산을 보냈지만 '4대 천황'이란 상징으로 대통령 권위에 고개 숙이게 만드는 정치적 효과 말고는 얻는 게 없었다"면서 "결국 득을 본 건 모피아들이고 민간 회사도 모피아를 포획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2003년 카드 대란 사태를 시작으로 2009년 키코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지난해 동양 사태와 올해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가 발생한 원인도 1998년 '통합 금융감독체제' 출범 이후 금융정책 실패와 금융감독 실패가 동시에 발생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대안으로 ▲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해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역시 금융위에서 독립시키는 한편 ▲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감독 구조를 관치에서 민간 주도로 바꾸고 ▲ '금융기관 모피아 낙하산 방지법'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독립'에 힘 싣기... '소피아' 막을 방법도 찾아야

현재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놓고 여야 정치권과 학계에서 논란이 치열하다. 정부여당은 현재 금융위원회를 유지하면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쪼개는 방안(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법안)을 내놓았다. 반면 야당에선 금융 건전성 정책과 감독을 맘는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과 감독을 맡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쌍봉형 모델(이종걸-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법안)을 제시한 상태다.

지난해 7월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금융학자와 전문가 143명 공동 선언을 주도한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역시 이날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독립성 측면에서 야당 안과 같은 '쌍봉형'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정부여당 안에 대해서는 "금융산업과 감독은 통합하고 감독정책과 집행은 분리한 이명박 정부 개편 체계의 오류가 지속돼 금융기관 건전성과 금융소비자에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는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고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분리하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모피아 낙하산 금지뿐 아니라 관료 중심 권력 구조 개혁이 함께 필요하다"면서도 "금융소비자보호가 '관'인 모피아에서 독립한다고 자동으로 '민'을 위한다는 보장도 없고 '소피아(금소원 출신)'가 안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선진적 제도를 많이 도입했지만 있는 것이라도 제대로 작동했으면 지금 같은 사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제도 개선 못지않게 집행이 잘 되도록 꾸준히 지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민병두 #금융위원회 #모피아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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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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