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무공천 논란, 새누리당 그 입 다물라

[주장] 약속 깬 건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비판할 자격 없어

등록 2014.03.28 11:51수정 2014.03.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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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선출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대회장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최근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보자면, '유치하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한 게임에 두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게임 룰에 관한 문제이니만큼, 폐지하려거든 다 폐지하고, 유지하려면 다 유지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한 쪽은 유지하고 한 쪽은 폐지하다 보니, 완전히 선거판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는 여야 모두 국민 앞에 약속한 사안이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새누리당은 사태를 즐기고 있고, 그것을 지키려는 새정치민주연합만 바보가 되게 생겼다. 공약을 어긴 정당은 이득을 보고, 공약을 지킨 정당은 막심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새누리당은, 그 뻔뻔함이 도를 넘은 듯 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기초공천 폐지 방침을 철회하자는 주장이 나오자 "대국민 약속을 뒤집으려는 검은 속내"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자신들이 한 일을 이미 잊었나 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본인들이 아예 지키는 시늉도 안 하고 파기해 버린 약속이다. 만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이후 무공천 방침을 철회한다고 해도, 그것은 지키려는 노력이라도 한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아예 지킬 생각도 없었던 새누리당이, 지금 와서 누구를 비난하고 있는지,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들 앞에 나와 표를 달라고 요구하는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새누리당의 그러한 뻔뻔함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새정치민주연합이 떠안고 있다. 거기다가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는, 기초선거 무공천이 신당 추진의 기반이 된 만큼, 번복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약속 파기 세력을 국민들이 심판해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는 그야말로 '환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커짐으로써, 한숨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신당 창당의 명분을 지키려다가 신당이 망해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금 신당의 체력은 지방선거에서의 대패를 떠안아도 될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이 상황에서 야당이 약속을 철회하더라도, 국민들은 몰라도 새누리당에게 비판 받을 일은 아니다. 거대한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이 정국을 몰고 왔고, 결국 야당도 약속을 어기게 만든 책임은 오로지 새누리당에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지금이라도 입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새누리당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촉구하는 바다.
#지방선거 #기초선거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당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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