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권리 빼앗는 GMO와 TPP

[주장] TPP무관세 빌미 주는 쌀시장 관세화 개방론 '위험천만'

등록 2014.03.31 13:59수정 2014.03.3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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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부터 본격화하는 한미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협상이 국내 친환경 농업과 급식의 위축과 더불어 유전자조작생명체(GMO) 국산 개발 활성화, 쌀시장 관세화 개방, 외국산 혼합쌀 합법화, 그리고 30개월령 이상의 지엠(GM)호르몬 젖소고기 수입과 맞물려 우리 농업의 자멸과 먹을 권리 상실을 자초할 수 있다.


최근 몬산토를 비롯한 다국적 화학기업들과 생명공학 기업들은 지구촌 먹거리 산업은 물론, 미국과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일 미국 유기농소비자협회에 따르면 몬산토를 비롯한 미국의 식품대기업과 화학기업, 생명공학기업들은 자국 정부와 주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지엠오 표시제를 가로막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몬산토 듀퐁 바이예르 등 화학기업과 생명공학 다국적 기업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와 범대서양자유무역협정(TAFTA) 등을 통해 공청회와 같은 공식적인 여론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속성검사를 내세워 지엠오 표시제 무력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유기농소비자협회는 "다국적 기업들이 반소비자, 반환경, 담합의 무역협정이 지엠오 표시제와 금지정책의 추진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면서 "정치적인 면에서 핵심 정치세력, 그리고 많은 미국의 지방 정부 관료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반민주적인 독점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많은 나라의 정치·환경·노동의 지도자들은 TPP와 TAFTA가 국가 주권, 지속가능성과 경제정의를 훼손할 것이라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미국 유기농소비자협회의 진단은 TPP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엠농축산물 교역 확대와 지엠오 보급 확산을 꾀하는 TPP가 지엠오 표시제를 가로막고, 국내 친환경 먹거리 생산과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선 한미FTA와 한EU FTA 협정문이 지자체의 친환경급식 지원을 명문화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들끓었다. 지자체의 친환경급식 지원을 위한 유예조항이 한미FTA와 한EU FTA협정문에 명확하게 담기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TPP를 앞두고 한미FTA의 완전한 이행을 독촉했고, 정부와 여당은 이를 의식한 듯 국내 친환경 농산물의 주된 유통경로인 친환경 학교 급식을 노골적으로 반대해 왔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경기도의 친환경 급식 지원예산 삭감, 서울시 교육청의 친환경 농산물 급식 의무사용 비율 감축과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이용의 대폭 축소, 경북도의회의 기존 학교급식지원 조례 폐지와 같은 친환경 학교급식의 퇴행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TPP와 FTA는 예외없는 개방과 관세철폐와 같은 강도 높은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관세 수입을 줄이는 재정부담을 짊어지면서도 무관세로 농축산물을 수입하는 저율할당관세(TRQ)물량을 매년 3%씩 늘려야 한다.

TPP참여는 최근 우리 농업의 현안으로 떠오른 쌀시장 고율관세 개방과세계무역기구(WTO) 후속 협상 중단에 따른 기존 의무수입물량 유지로 엇갈린 논란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무관세 의무수입과 관세철폐를 지향하는 TPP을 앞둔 와중에 쌀의 관세화를 주장하는 것은 우리 농업을 하루 아침에 몰락으로 몰아갈 수 있는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하면 쌀의 조기 관세화 개방이 불가피하다. WTO 협정에 따라 들여와야 하는 쌀의 의무수입물량(8%)과는 별개로, TPP의 발효와 함께 무관세 TRQ물량을 매년 3%씩 늘려서 수입해야 할 처지다.

이런 와중에 쌀의 관세화 개방을 운운하는 것은 TPP가 요구하는 쌀의 관세철폐, 또는 TPP 발효가 유력한 내년부터 무관세 의무수입량(TRQ)을 매년 3%씩 늘려야 하는 엄청난 재앙을 자초할 것이 뻔한 일이다.

농촌진흥청 주관 아래 지엠실용화사업단은 2월 17일 농업생명공학응용을위한국제서비스(ISAAA) 회장 클라이브 제임스를 초청해 미디어간담회를 열었다. 박수철 GM실용화사업단장은 이 자리에서 "지엠작물이 상용화하면 친환경 관련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큰 파장이 일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지엠실용화사업단은 국산 지엠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식용작물 중 제초제 저상성 잔디는 이미 개발됐다. 식용작물로 바이러스 저항성 고추가 개발됐으며, 두 가지 지엠벼가 개발 중이다.

지엠실용화사업단은 올해 안에 최소 지엠작물 4종이 2016년 실용화를 목표로 심사를 받을 예정이고, 2020년까지 20종류의 지엠작물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내 재배 여부는 실용화 완료 시점 여론에 따라 정부 결정에 의해 실행된다.

지엠실용화사업단이 지엠벼를 상용화하고 생명공학기업과 특허권을 나눠 갖고 보급에 앞장선다면, 미국과 같이 지엠오의 100% 차단과 유기재배 허용 조항을 동시에 담고 있는 기형적인 유기농식품 제도가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 미국에서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지엠오 종자의 친환경 농업 잠식 현상이 우리 땅에서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라 국산 지엠벼가 상용화해서 국내에 시험재배에 들어가거나 소량이라도 수출을 하게 되면 장차 중국산과 미국산 지엠쌀 수입을 막을 도리가 없다. 쌀의 관세화 개방 추진은 TPP와 맞물려 고율관세 유지가 아닌 무관세를 지향할 것이며, 한국은 글로벌 지엠쌀의 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09년 개악된 양곡관리법에 따라 외국산 쌀과 국산 쌀이 혼입돼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지역 미곡종합처리장(RPC)의 국산 쌀 재고부담을 더하고 있는 혼합쌀 유통은 머잖은 장래에 외국산 지엠쌀 유통의 첨병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에선 2006년 지엠쌀과 일반 쌀이 섞여 유통돼 미국 정부의 지엠오 관리체계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11년 미국 정부는 쌀 재배농가들에게 7억5000만 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건은 미국 정부의 지엠오 정책의 신뢰성이 의심받는 계기로 자리했다. 또한 지엠오가 막대한 사회경제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미국 소비자연맹의 마이클 한센 수석연구원은 "시판용 쌀에 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해 개발이 중단된 지엠쌀(LLRICE 601)이 혼입돼 유통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당시 아칸소 주정부가 지엠쌀의 꽃가루가 퍼져 기존 쌀을 오염시켰다고 의심했을 뿐, 미국 농무부는 지엠쌀의 혼입과정과 혼입된 쌀의 유통량을 파악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1990년대 중반 몬산토에 이어서 LG생명과학이 젖소 성장호르몬을 내놓으면서 사실 한국은 유럽이나 대만과 달리 지엠 성장호르몬을 사용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문제삼지 못한 게 사실이다. 몬산토가 개발한 지엠젖소성장호르몬은 젖소의 우유생산량을 1.5배에서 2배가량 늘리면서 소의 체력을 고갈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동물성 단백질 사료와 지독한 항생제 투여를 강요했다. 이에 따라 우유 생산을 비정상적으로 늘리는 지엠성장호르몬은 미국에서 젖소 암소를 중심으로 다우너 증후군이 만연하고, 광우병이 잇따르는 원인을 제공했다.

미국 정부는 TPP 입장료로 한국 정부에게 쌀시장 개방과 함께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면 자국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으로 꼽히는 미국 젖소암소고기가 국내에 상륙한다. 친환경 학교급식의 위축은 지엠 농식품과 지엠 성장호르몬에 찌든 미국산 젖소고기에 학교급식을 내줄 공산이 크다.

미국의 몬산토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은 TPP를 지엠오 보급 확산과 교역 확대, 그리고 지엠오 반대와 표시제를 잠재울 수 있는 유리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TPP참여를 앞두고 참여국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호주, 캐나다와 밑지는 FTA를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TPP선결과제로 내세운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정 체결은 TPP협상의 향방을 결정지을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철폐를 지향하는 쌀시장 개방과 무관세 쌀수입이라는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농후한 TPP는 지엠오 보급 확산와 교역 확대를 동반하고 있다.

그 직접적인 피해는 지엠오에 밀려날 친환경 농업, 그리고 주는대로 먹어야 하는 친환경 학교급식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누려야 할 먹을 권리는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먹을 권리를 지키고 후손들에게 건강한 삶과 먹거리를 전하기 위해 정부과 시민. 그리고 농민은 한마음 한뜻으로 한국인의 먹을 권리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는 한미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 협상과 TPP협상이 우리의 미래와 희망을 저버리지 않도록 진정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올 4월부터 6월까지 본격화할 잇따른 지엠오와 쌀, 그리고 쇠고기 협상이 우리 사회가 인권의 기초인 먹을 권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P.S. 첫 번째 먹을 권리를 위한 시민모임-한국인의 먹을 권리를 위해 맞서라!

3월 31일(월) 서울 서초구 양재2동 223번지 양곡도매시장 315호 회의실에서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한미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 협상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기를 바라는 첫 번째 '먹을 권리를 위한 시민 모임'이 열린다. 우리 정부는 당초 4월중순부터 보름간 예정된 협상기간을 앞당겨 4월10일 이전에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의 먹을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이 글은 <식량닷컴>에 재능기부 형태로 오늘 제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양해바랍니다.
#TPP #GMO #유기농식품 #관세화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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