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인터뷰] 김형태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공동대표

등록 2014.04.05 09:47수정 2014.04.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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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깨미동) 소속 교사들은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고 절제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각 교실에서 '미디어 다이어트'와 '스마트폰 바구니 운동'을 진행 중이다. 깨미동 공동대표인 김형태 교사(가운데 뒤쪽)가 담임으로 근무하는 경기도 시흥 서촌초 5학년 교실에 놓여진 '스마트폰 바구니'에 학생들이 개인 스마트폰을 넣어두고 있다. ⓒ 권우성


누군가 내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들여다보고 통제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지정된 애플리케이션 외에는 이용할 수 없게 한다면?

최근 교육 당국이 스마트폰 중독을 줄인다며 초·중·고등학교에 원격 제어앱 '아이 스마트키퍼' 사용을 권장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8일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원격 제어앱을 확대 보급한다고 발표했고, 강원도교육청도 시범학교를 시작으로 모든 학교에 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청소년(10~19세)은 4명 중 1명꼴이다. 학생 보호 차원에서 앱 사용 등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오히려 인권 침해 등 부작용이 더 많다는 주장이 맞부딪히고 있다.

이에 청소년 미디어 교육에 힘쓰는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아래 깨미동) 공동대표 김형태 교사(경기 시흥 서촌초)는 2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스마트폰을 빼앗기보다 '절제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깨미동'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미디어 사용법을 가르치기 위해 1999년 만들어진 단체로, 현재 600여 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다.

"아이들 '스마트폰 중독' 심각... 원격 통제 앱은 위험한 발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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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미동' 김형태 교사 "아이들은 학교와 친구들이 재미있으면 자연히 스마트폰을 안 쓴다". ⓒ 권우성


김 교사는 최근 도입되고 있는 원격 통제 앱에 대해 "어른의 시각에서 나온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건강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그저 청소년들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제어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아이들은 학교와 친구들이 재미있으면 자연히 스마트폰을 안 쓴다"면서 "무조건 스마트폰을 뺏기보다는 먼저 휴대폰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써야 할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들과 달리 현재 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스마트폰 등을 접했기 때문에, 인터넷·스마트폰의 한계나 단점을 배울 새도 없이 여기에 익숙해져 버렸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깨미동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온라인보다 직접 손으로 하는 오프라인 활동들을 권장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게임 중에 내가 지고 있다고 해서 판을 뒤엎지는 못하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게임에서는 하다 안 되면 컴퓨터를 꺼버리면 그만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상대방보다 내 감정이 중요해지고, 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점점 개인화돼가는 거죠." 

온라인이 더 편해진 아이들은 자연히 중독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김 교사는 "반 아이들 중 80%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면서 "수업 종료 후 다른 반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니 하나같이 다 복도에서 스마트폰 게임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장에서 보는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미디어 다이어트·스마트폰 바구니' 해보니... 놀면서 변하는 아이들 

깨미동 교사들은 이런 중독을 사전에 예방하고 절제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각 교실에서 '미디어 다이어트'와 '스마트폰 바구니 운동'을 진행 중이다. 미디어 다이어트는 학생들이 스스로 일정 시간을 정해 스마트폰·컴퓨터·TV 등을 사용하고, 그 외에는 이용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것을 뜻한다. 또 스마트폰을 바구니에 넣어, 필요할 때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깨미동 교사들은 '스마트폰 바구니 패키지(조립 세트·4인 가족 기준)'를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학기 초 집집이 하나씩 나눠줬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만나는 학부모들마다 "잘 쓰고 있다"면서 두세 개씩 더 가져갔다고 한다. 실제로 김씨가 가르치는 교실 책상 위에도 '별에서 온 아이들', '사채업자' 등 모둠 이름이 쓰인 노란색 '스마트폰 바구니'가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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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스마트폰 바구니'로 쏙...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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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바구니에 넣어 필요할 때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 권우성


"중요한 건 '자율성'이에요. '바구니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지만 안 넣어도 괜찮아요. 대신 휴대폰을 안 하면 왜 좋은지를 설명해주고, 그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를 제공해줘요. 저번에는 그래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고집부리는 아이가 있었는데, 옆에 앉은 친구들이 되려 '지금은 휴대폰 하는 시간 아니잖아'라면서 설득하더라고요. 아이들도 다 알아들어요."

스마트폰 중독, 나아가 학교 폭력의 대안으로 깨미동 교사들은 '놀이'를 생각해냈다. 어울려 노는 문화, 경쟁이 아닌 협력의 놀이문화가 회복될 때 아이들의 배려와 창의력도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를 위해 김 교사는 실제 매일 한 시간씩 아이들이 '놀이시간'을 가진다. 6주가 지난 현재 아이들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처음에 '놀자'고 했을 때 아이들이 제일 처음 했던 말이 뭔지 아세요? '선생님, 스마트폰 해도 돼요?'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 무슨 놀이를 하고 놀까 생각하면서 굉장히 즐거워해요. 내 세계에만 빠져있는 게 아니라 옆 친구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고요. 아이들이 웃고 떠드니까 교실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김씨는 "스마트 러닝 연구 학교 공개수업에 간 적이 있는데, 교실 안에서 타자 치는 소리만 들리고 정적이 차가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앞에 있는데도 굳이 댓글로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이게 과연 좋은 교육인가'란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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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놀이에 빠져드는 시간. 교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음악소리, 박수소리로 생기가 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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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노는게 더 재미있는 아이들. 스마트폰은 책상위에 덩그러니...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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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시간 20분이다" 선생님 말씀이 떨어지자 마자 아이들이 교실바닥에 둘러앉아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스마트폰 중독 해결? 열정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김씨는 이어 "놀이를 통한 회복은 초등학교뿐 아니라 수업량이 많은 중·고등학교, 일반 가정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깨미동 교사들은 이를 위해 실제 적용 가능한 방법들을 모아놓은 책 <좋은 엄마가 스마트폰을 이긴다>를 지난 1월 내놓았다.

"결국 '열정의 차이' 같아요. 깨미동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20~30분이라도 틈틈이 쪼개서 아이들을 놀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계세요. 일반 가정이요? 사실 아빠는 술 마시는 시간, 엄마는 쇼핑하는 시간 줄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잖아요. 아니면 딱 하루만, 주말에라도 짬을 내서 온전히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고요."

깨미동 교사들은 지금도 2주마다 만나 특강을 들으며 다양한 '놀이'에 대해 연구 중이다. 올해 말에는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면 좋을 만한 '놀이매뉴얼'을 내놓을 예정이기도 하다. 김씨는 "스마트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교육적 도구로 쓰이는 것도 환영이지만 그 전에 기본적 소양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의 말이다.  

"사실 저는 스마트폰도 시험 봐서 자격증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잘못 쓰면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피해가 가는데, 지금은 애들에게 스마트폰이란 칼을 쥐여주고 '휘둘러봐라' 하는 식이잖아요. 사람이 먼저라는 것, 온라인을 통해 만나는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깨미동 #스마트폰 중독 #청소년 스마트폰 #미디어 다이어트 #스마트폰 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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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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