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투성이' 경인운하에 훈장 준 MB정부

3일 공정위 담합 발표... 건설사 비리만 있을까

등록 2014.04.05 21:22수정 2014.04.0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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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역 난간에서 바라본 경인운하 공정위가 경인운하 참여 건설사들이 담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했다. 시민단체들을 이미 예견된 결과라면서, 담합을 방조한 국토부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3.5.18 촬영) ⓒ 이철재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대형 건설사들이 경인운하 사업에 짬짜미를 한 것을 확인하고 이들 업체에 1000억 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들 건설사들이 2009년 1월 강남구 한 식당에서 모여 6개 공구별로 참가 건설사를 미리 정하기로 결정해 입찰 시 들러리를 세우는 등 담합행위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인운하는 인천시 시천동에서 서울 개화동을 잇는 길이 18Km, 폭 80m, 수심 6m의 인공수로 이명박 정권이 2009년 3월 공사를 착공해 2012년 5월 완공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비용편익분석(B/C)이 1.065 나와 경제성이 있다는 것에 근거했다. MB 정권은 이 사업을 통해 2만5천~2만8천 개의 일자리와 3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경인운하 실체는 참담했다. KDI 원장이 자존심을 걸며 호언장담했던 물류 예측치는 당초의 7%에 그쳤다.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배로 2시간 이상 가는데 애초에 경제성을 기대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던 사업이다.

뻔히 보이는 담합, 그러나 함구했던 감사기관

텅 비어 있는 경인운하 경인운하는 KDI가 내린 경제성이 있다는 분석을 근거로 MB정권이 강행했는데 1년 평가 결과 물류 예측치의 7%에 불과해 실패한 국책사업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4.2.5 촬영) ⓒ 이철재


지난해 5월 경인운하 1주년 평가 토론회에서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경인운하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었거나 강행되어 온 다수의 실패한 국책사업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논설위원마저 '토건족'이란 표현을 써가며 "'참 아름답고 거대한' 오시범 사례"라고 꼬집을 정도였다.

경인운하는 4대강 사업처럼 모든 문제점이 이미 예견됐다. 담합도 마찬가지였는데 경인운하를 시공사가 설계와 시공을 일괄해 책임지는 턴키입찰로 발주하면서 담합이 예견됐다. 턴키입찰은 비리와 담합의 주요 대상이 되기 때문에 남발을 막기 위해 긴급재해복구, 국제행사, 군사목적 등으로 한정해 발주하면서 주로 장대형 교량 및 해저터널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사업에 적용됐다.

그러나 경인운하는 수로 굴착과 교량 건설, 조경 시설 설치 등 토목공사 중에서 가장 쉬운 공사로만 하기 때문에 턴키로 발주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2009년 10월 국정감사에는 대형 건설사들이 같은 계열사를 동원해 들러리를 세우거나, 한 공구에서 3개 업체가 1억 원 차이로 경합하는 등 담합 증거가 제시됐다. 경인운하의 공사 금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은 88~90%에 이르는 상황이다.

2조 원짜리 자전거 도로 수경시설 경인운하는 운하가 주된 목적이고 자전거 도로는 부대시설인데, 운하의 경제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자전거 도로 옆 수경 시설'처럼 느껴진다. (2013.5.18 촬영) ⓒ 이철재


최석범 수자원기술사는 자신의 책인 <4대강 X파일>에서 "턴키입찰 공사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 일반 경쟁 입찰처럼 낙찰률이 40~70%이지만 담합의 경우는 90~98%의 비율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드러난 수치들은 누가 봐도 담합이 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공정위 등 감사기관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개인적으로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 등에게 경인운하의 효과 검증 및 턴키 발주 사유, 90% 낙찰률에 따른 담합 여부 조사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 정도면 사업 발주처인 국토부와 수공이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서라도 담합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보 부존재', 즉 담합여부에 대한 조사는커녕 관련한 정보조차 없다는 것이다. 담합이라는 근거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사전에 방지하거나 사후에 관리하지 못한 것은 명확한 진상조사와 함께 분명한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턴키입찰의 3대 비리 가능성


정보 부존재 통지 국토부 및 수공 등에게 경인운하에 대한 효과 검증 및 턴키발주 사유, 담합 여부 조사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으나, 정보가 없다는 회신이다. ⓒ 이철재


공정위의 담합 발표에 대해 환경정의는 성명에서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경인운하 사업의 문제가 건설사의 불법과 비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 대변인도 "경인운하에서 건설사의 입찰담합 뿐만 아니라 정부의 담합 방조 여부도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턴키입찰 비리는 담합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 <4대강 X파일>에서는 턴키입찰의 세 가지 비리를 정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업체들이 관계 공무원들에게 특정 사업을 턴키 입찰할 수 있도록 불법로비를 한다는 것이다. 업체와 공직자의 유착관계에서 뇌물이 오가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다.

두 번째는 시공업체가 대학교수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평가위원에게 로비를 하는 단계다. 턴키입찰 심사는 기술력(70점)과 사업비(30점) 등으로 기준을 삼는데, 이를 심사하는 기술평가위원을 대상으로 치열한 로비전이 이뤄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세 번째가 바로 업체 간 담합 비리 과정이다. 여기서 특정업체 밀기 및 나눠먹기 등이 벌어진다.

최석범 기술사는 "특정 업체가 담합을 거부해 '왕따'로 찍히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담합 비리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며 턴키입찰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경인운하는 MB 정권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강행했다는 점에서 다른 문제점 및 비리도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철저한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혈세 낭비, 비리 사업 그래도 훈장 수여

경인운하 서훈자 명단 혈세낭비, 불법 등으로 얼룩진 경인운하에 대해 MB 정권은 이 사업의 공로로 22명에게 훈장 및 포장을 수여했다. ⓒ 대한민국 관보 화면 갈무리


경인운하 사업이 2조 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되고, 불법으로 얼룩졌음에도 MB 정권은 2012년 5월 25일 경인운하 완공을 기념해 이 사업의 공로로 수공 및 건설사 관계자들에게 훈장과 포장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경인아라뱃길사업 김종해 본부장(현 워터웨이플러스 사장 - 경인운하 관광레저 사업 전담 회사)과 노재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전 국토부 수자원정책관)에게는 은탑산업훈장이 수여됐다. 이어 현대건설, SK건설 등 건설사와 수공 관계자 등에게 국민훈장동백장(1명), 동탑산업훈장(3명), 철탑산업훈장(1명), 산업포장(15명) 등 22명에게 수여했다.

현재 이들 외에도 경인운하 때문에 훈·포장 및 대통령·총리·장관 표창장을 받은 인사들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받은 훈·포장은 4대강 사업으로 훈장과 포장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혈세낭비 및 불법의 상징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서훈 취소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경인아래뱃길 사업 유공'관련 서훈 명단 (2012. 5.25)

■ 은탑산업훈장 (2명)
김종해 한국수자원공사, 노재화 대한건설정책연구원

■ 국민훈장동백장(1명)
고 박한욱 전 지역발전협의회

■ 동탑산업훈장 (3명)
권헌직 현대건설(주), 유태종 에스케이건설(주), 남기두 삼성물산(주)

■ 철탑산업훈장(1명)
고창환 (주)대우건설

■ 산업포장(15명)
김태열 한국수자원공사, 김재복 한국수자원공사, 임성호 한국수자원공사, 오진만 GS건설(주),  김문섭 한국수자원공사, 김현철 한국수자원공사, 임완제 동부건설(주), 양만배 현대산업개발(주), 김정현 GS건설(주), 김병진 삼성물산(주), 김주태 (주)태아건설, 유영환 산하건설(주), 김대영 풍림산업(주), 정의택 한국수자원공사, 김민수 현대건설(주)
덧붙이는 글 개인블러그(blog.naver.com/ecocinema)에도 올립니다.
#경인운하 #담합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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