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중심이 아닌 앵커시설을 찾아야!

여수 원도심권 활성화 방안 토론회 열려

등록 2014.04.08 11:56수정 2014.04.08 11:56
0
원고료로 응원
a

여수진남문예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 모습 ⓒ 오문수


지난 4일(금) 오후 2시, 여수진남문예회관에서는 원도심권의 도시재생과 워터프런트 연계 및 정비방안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여수지역발전협의회가 주최한 토론회에는 시민 300여 명이 참석했다.

도시기능이 집적된 중심시가지를 의미하는 원도심은 신도시 위주의 개발정책에 따른 교육, 경제 기반의 집단이동, 기반시설 노후화로 인한 슬럼화 현상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신도심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활기찬 시가지와 경제 활성화로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형편으로 떠나지 못한 채 남아있는 사람들은 소외감으로 열패감에 빠져있다. 여수시 종화동에서 남산동에 이르는 원도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여수지역발전협의회 정일선 이사장의 인사말이다.

"원도심의 쇠퇴화는 어느 도시할 것 없이 발생되는 문제로 세간에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종화동에서 남산동에 이르는 육지부와 돌산을 잇는 돌산 1,2대교 사이에는 호수 같은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호수 같은 바다가 아니라 '바다호수'라는 개념으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면 바다호수를 에워싼 육지부의 공간을 워터프런트를 포함하여 낭만과 꿈이 있는 창조적 도시로 도시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심포지엄을 마련했습니다."

여수는 아름다운 항구와 매력적인 친수 공간, 천혜의 자연환경, 임진·정유의 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기거하며 나라를 구한 구국의 도시와, 여순사건의 시발지라는 아픔도 간직한 역사 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그동안 여수시나 시민단체가 주최한 수차례의 원도심 활성화 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그러나 장점만 지적했지 해서는 안 될 기피사항에 대한 지적은 거의 없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신선한 내용으로 발제를 한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정창무 교수의 발제를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정창무 교수에게 주어진 연구 주제는 ▲원도심과 워터프런트 연계 및 정비방안 마련 ▲원도심권의 재생을 위한 테마 개발이다. 워터프런트란 도시가 큰 강이나 바다 호수 등과 접하고 있는 공간을 말한다.

정부는 자산 100조 원에 달하는 국민주택기금을 주택도시기금으로 확대 개편한 뒤 첫 투자처로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삼았다. 도시재생 선도지역은 평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달에 선정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선정될 11곳의 도시재생 선도지역은 주택을 전면 철거 후 아파트를 짓는 기존의 뉴타운 개발 방식이 아닌 현지를 일부 보존해가면서 개량해 상공업지역을 재생하는 개념이다. 여수시도 도시재생 선도지역 근린재생형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여수시가 제시한 비전은 '예술바다, 문화주거, 활력상가'의 세 가지다. 여수시가 구상한 근린재생형 사업 내용이다.

▲ 물리적 재생 – 충무공 이순신과 만나는 임진왜란 유적길 복원, 박람회 역사거리 조성, 빈점포를 활용한 예술교육프로그램 운영, 진수성찬 식객거리 조성  ▲사회적 재생 – 빈상가를 활용한 레지던시, 시민 1인 1예 프로그램, 충무공 이순신 발명대회 개최 ▲ 경제적 재생 – 박람회 개최도시 네트워크 설립, 유람선이 조망되는 '북적북적 천객만래' 노천음식거리 조성, 마을 기업, '천사길 공방', '천객만래 여수밤바다' 설치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 리오데자네이로, 나폴리는 워터프런트를 개발해 아름다운 도시로 변했다. 바다와 인접한 도시인 인천과 부산도 원도심과 워터프런트를 연계한 정비방안을 마련했다.

미항의 공통점은 역사와 신화, 전설을 이용한 스토리텔링과 랜드마크 건축물 보유, 크루즈 시설, 마리나 시설,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 뛰어난 해양경관 보유, 이벤트 유산을 관광자원화와 지역 고유 먹거리와 노래 등이다. 여수는 위에 든 거의 모든 조건을 구비해 세계4대미항을 꿈꾸고 있다.

구경거리를 분산하지 말고 앵커시설을 찾아야

각 지자체는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볼거리 중심의 이벤트를 벌인다. 일회성 이벤트를 하면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찾아올까? 정창무 교수는 적정규모의 주민이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부산에서는 영도대교 도개, 야시장 개장, 광복로 트리문화축제 등으로 유동인구가 늘었고 상가 매출도 급증했다. 여수엑스포가 끝난 뒤 박람회장 인근과 원도심 일대의 상가는 인적이 드물다. 관광객 126만 명이 다녀가고 직접 수입만 해도 136억 원에 달했던 함평나비축제 결과는 어땠을까? 함평나비축제 관계자를 만난 정 교수의 얘기다.

"함평나비축제로 돈을 번 사람들은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해요. 부산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성공이 가능했지만 함평은 돈을 벌면 외지로 떠났다고 합니다. 여수 인구 29만은 중간지대로 이벤트만 하자는 건 애매합니다."

a

여수엑스포시설지구와 앵커시설 ⓒ 정창무


실제로 엑스포가 끝난 다음해인 2013년 여수 인구는 전년보다 656명이 줄었다 (2012년 – 295215명, 2013년 –294565명). 그렇다면 침체된 원도심 지역을 다 부수고 완전히 새로 도시를 건설하는 뉴타운식 개발은 어떨까?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 뒷골목을 직접 걸어봤던 나는 지저분한 거리 모습과 낡아빠진 아파트에 실망했었다. 시드니 뒷골목이 사진 속에 보이는 것만큼 화려할까? 아니다. 남해군에서는 독일마을이 성공을 거두자 미국마을, 일본마을을 조성했지만 실패했다. 향촌전원마을을 개발해 분양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조성 원가의 70%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정 교수의 얘기다.

엑스포가 한창이던 2012년 여수 주요관광지의 유료입장객 순위를 보면 향일암(84만 명), 전라남도 수산종합관, 흥국사, 아쿠아플라넷여수, 디오션리조트 워터파크 순이다. 이에 반해 무료입장객 순위를 보면 오동도(990만 명), 돌산대교, 진남관, 방죽포해수욕장, 금오도, 손양원목사기념관 순이다.

정 교수는 "여수는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문화관광이 가능하지만 분산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머물지 않고 지나가기 때문에 돈을 안쓴다"고 분석했다. "수많은 관광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고 지적한 그는 해남과 곡성, 담양의 예를 들었다.

황토마을, 땅끝 관광지, 해양자연사박물관이 있는 해남에서는 각종 체험을 통해 206만명의 관광객이 왔고, 대나무 향기따라 떠나는 여행이란 담양의 죽녹원은 111만명, 기차마을과 레일바이크로 유명한 곡성은 119만 명이 다녀갔다.

정 교수는 앵커시설을 찾으라고 권한다. 앵커시설이란 한 마디로 종합지원센터나 핵심시설을 의미한다. '피부병 치료하러 오라!'고 광고했던 설악워터피아는 물 하나만 가지고도 607만 명이 다녀갔다.
a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원내용 ⓒ 정창무


앵커시설로는 문화집회시설(멀티플렉스, 공연장, 전시장), 위락시설(게임센터, 어뮤즈센터, 카지노), 상업시설(백화점, 할인점), 운동시설(스포츠, 경기장, 레포츠) 기타시설(목욕, 식음료)가 있다.

숙박하는 사람이 돈을 가장 많이 쓴다. 2012년도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의하면 앵커시설을 찾는 내국인의 경우 스키장, 자연경관, 문화재, 온천, 주제공원 순이다. 한편 외국인의 경우 안보명소, 한류관광, 자연경관 순이다.

"이벤트로는 지역을 개발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정 교수는 가능성 있는 앵커시설을 구상하고 차별화와 융복합을 통해 스토리텔링으로 지역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원도심살리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3. 3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4. 4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5. 5 남자의 3분의1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