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으로 출마하려는 당신에게

[착한 정치컨설팅 23] 진짜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등록 2014.04.08 18:44수정 2014.04.08 18:45
3
원고료로 응원
요즘만큼 다이나믹한 대한민국 정치를 보여주는 현실도 드문 것 같습니다. 6·4 지방선거가 3각 구도에서 결국 일대 일 양자구도로 변화가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지난 22편은 민주당으로 출마하려던 예비 후보자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오늘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으로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예비 후보자를 위한 전략적 조언을 할까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는 사람이 웬 새누리당 컨설팅? 하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글을 보시고 평가해 주세요.

이 착한 정치컨설팅을 대한민국 국민들이라고 한다면 잘 숙지하셔서 예비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새누리당 후보님들, 퀴즈 맞혀 보실래요?


○○○, 이 사람은 일본군에 학병으로 징집되었다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광복군에 가입을 했지요. 1947년에는 반공단체인 조선민족청년단의 최연소 고문으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누구일까요?

●●●, 이 사람은 해방 후 서울대의 우익 학생운동지도자 그리고 극우단체인 조선민족청년단 지부장, 한국전쟁 중에는 연정 해군대령의 보좌관을 역임 했습니다.

△△△, 이 사람은 신의주 반공의거의 배후 인물이자 공산주의가 싫어서 월남한 사상가이자 철학자, 종교인이었습니다. 누구일까요?

▲▲▲, 이 사람은 소련군의 행패가 너무 심해 고양인 평안북도 삭주에서 월남했습니다. 이후 한국전쟁에서는 국군 통역장교로 복무했고 이후 대학교 교수와 언론인으로 활동했습니다. 누구일까요?


□□□, 시인 윤동주와 절친한 친구사이였고 한국전쟁 기간에는 미군통역장교로 복무했습니다. 휴전협상 회담장에는 옵서버로 참가해서 역사적인 휴전회담을 지켜보았지요. 누구일까요?

다섯 사람이 나열되었네요. 퀴즈의 답을 맞힐 수 있나요? 간단하게 답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은 장준하, ●●●은 계훈제, △△△은 함석헌, ▲▲▲은 리영희, □□□은 문익환입니다. 이해됩니까?

새누리당의 합리성, 볼 수 없는 것인가요?

사실 지금의 대한민국의 보수정당의 대표격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위의 이름들은 대단히 불편한 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력이 큰 정치세력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진실을 바꿀 수는 없지요.(그래서 교과서 문제가 터진 것이지만요) 정작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입니다.

제가 새누리당의 이름으로 출마하려는 많은 후보님들께 굳이 이런 불편한 진실을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새누리당으로 출마하는 사람들 모두 '수구꼴통보수'라 보지 않습니다. 이는 역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아니 진보당이나 노동당, 녹색당이나 사회당으로 출마하려는 사람 역시 '종북좌빨'이라고도 보지 않습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칼로 무 자르듯 나눌 수 없습니다. 진보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새누리당에 있을 수 있고,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진보정당에 있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름의 당사자들은 그가 어떤 정치적 스탠스를 취했든 간에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서 노력했던 이들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그 자체가 이를 증명합니다.

그럼에도 권력은(새누리당의 전신인 과거의 독재정권은!) 이들을 모두 불온한 사상을 가졌고,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에 역행을 한, 제거의 대상으로 삼았지요. 그런데 21세기가 시작하고도 10년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과거 독재정권의 '낙인찍기'와 별반 다른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역사를 평가하는 새누리당의 합리성, 정녕 볼 수 없는 것인가요?

진짜 보수가 지키려는 가치 – 두 사람의 사례

진보와 보수의 차이, 좌파와 우파의 차이, 그 역사적 연원과 한국정치의 현실을 이야기 하려면 한참 걸립니다. 그런 헛수고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보수는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라고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겠군요.

굳이 외국의 에드먼드 버크니 디즈레일리니 하는 외국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보수주의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장준하나 계훈제 등의 인물이 새누리당 전신 정권들로부터 '빨갱이'낙인을 찍었으니 이들 말고 조선의 위대한 보수주의자들을 통해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는'보수주의의 참된 모습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a

인천 강화군 화도읍 사기리에 위치한 이건창 생가.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 30호로 지정되었다. ⓒ 문화재청 홈페이지


첫째 인물은 영재 이건창(寧齋 李建昌, 1852년~1898년)입니다. 그는 조선 최후의 문장가이자 지금으로 치면 어마어마한 원리원칙주의자였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왕 고종이 지방관을 보낼 때 "그대가 가서 잘못하면 리건창이 가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할 정도니 암행어사 이건창의 곧은 인품을 알만 하지요.

이건창은 동학교도들이 난을 일으키자 '짐승을 사냥하듯 소탕해야한다'라는 주장을 할 정도로 보수주의자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민란을 수습하는 직책인 안핵사로서 도지사격인 관찰사를 두 명씩이나 파직을 시킵니다. 지금도 강화도 이건창의 생가를 들리게 되면 마을의 노인들이 한 마디씩 한다고 합니다.

"이 집의 앞길은 아무나 그냥 지나는 곳이 아니여. 대감님 집이기에 말이나 가마는 타고 지나가지도 못하고 반드시 내려서 걸어가서도 안 되고 기어가야만 되었어. 우리 어머님이 시집오시며 가마를 타고 오시다가 이 집 앞에서는 내려 그냥 기어서 오셨다고 들었어!"- 박석무, 2008년 10월 3일 경향신문, '역사의 땅, 사상의 고향' 中

이건창의 할아버지 이시원(李是遠)이 프랑스가 강화도를 침범한 병인양요 당시에 양잿물을 마시고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 자신이 뿌리 깊은 보수주의자가 된 것은 이런 강직한 가풍의 탓도 있겠지만 당시의 개화파, 지금으로 치면 진보파의 가벼운 처신, 부박함, 경솔함을 경멸한 탓이라고 합니다.

이건창은 그 누구보다 중국의 사정에 정통했으며 개화당의 인물들과 깊이 교류했으나 그가 정작 위정척사파나 수구파와 다른 보수주의자인 이유는 그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다른 이들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가 지키려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요?

a

1909년 촬영 황현 사진. ⓒ 천연당 사진관

두 번째 인물은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5∼1910)입니다. 그 사람을 보려면 그 친구를 보라는 말이 있지요? 황현은 이건창의 친구였습니다. 이건창이 47살의 한창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보고 싶어서 차마 눈을 감지 못하겠다던 친구였습니다.

황현 역시 동학난을 일으킨 무리에 대해서 깡그리 잡아 죽여야 한다는 보수주의자였습니다. 하지만 생원시에 장원급제를 했지만 도저히 벼슬길에 나갈 마음이 없었지요.

"도깨비 나라의 미친놈들 속에 들어가 미친 도깨비가 되라 하느냐?"며 초야에 묻혔지요. 그러다가 끝내 1910년,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치사량의 아편을 먹고 음독을 합니다. 그는 유서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내가 꼭 죽어야 할 이유가 있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황은이 망극해서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지만 500년 선비를 키운 나라에서 나라가 망하는 날에 죽는 사람이 하나 없다면 어찌 통탄할 노릇이 아니겠냐? 이 어지러운 세상에 몇 번이나 목숨을 버리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지만 오늘은 참으로 어찌 할 수 없어 목숨을 끊는다."- 한홍구, 대한민국 史 중

약기운이 퍼져갈 때 동생에게 웃으면서 고백했다고 합니다.

"죽는 것도 쉽지 않아. 내가 약을 마시려다 입에서 약사발을 세 번이나 떼었어. 내가 그처럼 어리석다네."

참으로 장엄한 죽음이었습니다. 누가 죽으라고 시킨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500년이나 이어온 나라가 망하는 날, 그것을 원통히 여기면서 죽는 사람 한 사람 나오지 않는다면 후손들이 뭐라고 여기겠느냐는 보수주의자의 절절한 고백입니다. 그가 지키려는 가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후보자의 덕목, 역사 앞의 진정성

진보와 보수를 떠나 선거판에 들어서게 되면 우선 모든 사람들이 '표'로 보입니다. 당연히 목소리가 큰,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게 되고, 표를 구걸하고, 언론에 한 줄이라도 날 수 있을까 하고 고심합니다.

이런 모습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정작 후보자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 앞에 있는 유권자에 대한 진정성입니다. 유권자를 표로 보지 않는 진정성, 굴곡의 역사를 버텨 온 우리 국민에 대한 진정성, 역사 앞의 진정성 말입니다.

굳이 제가 새누리당으로 출마하려는 후보자님에게 콕 짚어 '역사 앞의 진정성'을 이야기 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례로 든 이건창이나 황현은 아니더라도 장준하, 계훈제, 함석헌, 리영희, 문익환이라는 사람들은 보수주의자 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의 아이콘처럼 상징화 되었습니다. 보수가 마땅히 먼저 나서서 지켜야 할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상황이 이들을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인권이라는 가치, 민주주의라는 가치, 언론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법 앞의 평등이라는 가치 등 보수진영이 먼저 제시하고 지키겠다고 이야기할 가치는 너무나 많습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국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보수후보가 마땅히 먼저 그 가치를 내세우면 우리 국민들은 아낌없이 지지합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종북'논쟁으로 정치판을 이끌어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대체 새누리당은 북한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요.

새누리당으로 출마하려는 후보자님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종북' 말고 보수가 지키려는 진짜 가치를 보여주세요.
덧붙이는 글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는 사람마다 다 제각기 다를겁니다. 백이면 백사람 다 다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에 보수는 인권과 민주주의, 언론자유, 양심자유 등 우리가 상식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를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정치컨설팅 #최요한 #데이타일렉션 #이건창 #황현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AD

AD

AD

인기기사

  1. 1 타이어 교체하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됐다
  2. 2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3. 3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4. 4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5. 5 윤 대통령이 자화자찬 한 외교, 실상은 이렇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