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 여정을 돕는 사람들

상조 의전도우미 교육 체험기

등록 2014.04.10 14:42수정 2014.04.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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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하면 슬프고 음침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 원류는 '축제'라는 말이 있다. 즉 삶의 순환구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남은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례 절차의 본 의미라는 것이다. 


이 마지막 '축제'를 돕는 이들은 누구인지, 또 이 사람들에게는 어떤 덕목이 필요한지 따라가 보았다.

지난 10일, 기자는 국내 최대 상조업체 중 한 곳이라는 A 상조에 전화를 걸어 도우미 아르바이트에 대해 문의했다.

"11시까지 사무실로 오셔서 저를 찾으세요,"

40대 초반쯤으로 짐작되는 여성분이 친절하게 전화에 응대한다.

강북 모처에 있다는 A 상조 사무실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감색 제목을 입은 사람들이 웅성대며 사무실을 누비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기자와 통화했던 '김 팀장(가명)'이 "아까 전화 주신 분이죠?"하며 의자를 내주고 커피도 타서 갖다준다. 잠시 후 다른 여자분 한 명도 도우미 자리를 구하러 왔다며 기자 곁에 앉았다.

이곳의 교육 담당이라는 복지사분이 기자와 또 다른 여성 지원자를 앉혀 놓고 이른바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했다.

"저희 상조가 주관하는 장례서비스에는 약 500만 원의 비용에 10여 명의 인력이 포함돼 있습니다"라고 복지사분은 입을 열었다. 10명의 인력 중에는 장례행사 지도사, 행사집행 집사관, 복지사와 의전 도우미, 리무진 승무원 등이 포함돼 있다고.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가 상조 도우미인데 최근에는 또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20대 남성분이 도우미로 오면 상주측에서 상당히 좋아하시더군요."

어떤 업종에서건 연령이 낮은 쪽을 선호하는 경향을 이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교육 담당자가 강조하는 도우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시간엄수'이다. "사망자가 나오면 우리는 한 시간 내로 달려가야 합니다"라고 복지사분은 밝혔다.

서비스업 종사자 대부분에게 적용되는 규율들은 상조 도우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단 휴대폰은 진동으로 해 놓아야 하고, 장례식장 안에서 문자나 전화 통화는 엄금이다. '입조심' 역시 중요한 항목이어서 근무 중 고인에 대한 이야기나 사적인 대화를 할 경우, 상주나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복지사분이 또 한가지 강조하는 것은 '음식 집어먹기'에 대한 것이다.

"식중독 사고가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음식은 위생처리를 매우 철저하게 합니다. 따라서 손으로 집어먹거나 하는 일은 절대 금물이죠. 간혹 남은 음식을 싸 가지고 가는 도우미들이 있는데 이 역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A 상조의 경우 90세 이상 노인들의 '호상'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조문객들은 고인이 아닌 상주를 보러 오며, 상조의 서비스 정도가 곧 '영업전략'이 된다고.

"주변에 암 환자나 노부모가 있는 분들이 오시면,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게 됩니다. 이때 우리 상조가 훌륭한 서비스를 보여 준다면 그것이 바로 영업이 되는 거죠" 복지사분은 말했다.

30여분의 강의를 마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전화를 받아준 김 팀장이 기자를 따라온다.

"이곳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와요. IMF 때 사업실패를 겪은 분들도 있고, 가장이 월급을 내놓지 않아 생계를 위해 나오는 주부들도 많지요."

김 팀장의 경우 두 아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용돈도 벌 겸 도우미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보통 처음 시작하는 경우 월 소득이 150만 원, 실력을 인정받으면 승진할 수 있고 월 600만 원의 고소득도 가능하다는 것이 상조 측의 설명이다.

죽은 이를 보내는 '축제'를 준비하는 상조도우미. 그러나 상조도우미가 일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삶'이었다.
#상조 #도우미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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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관련하여 식생활 문화 전반에 대해 다루는 푸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대학가의 음식문화, 패스트푸드의 범람, 그리운 고향 음식 등 다양한 소재들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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