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일베, 누가 누굴 닮았나?

혐오의 대상이 있어야 가능한 존재들

등록 2014.04.12 15:08수정 2014.04.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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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입네 하는 이들이 일베 이용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이해할 수 없는 미친놈'의 범주에 자리한다. 그도 그럴 것이 5.18광주항쟁 희생자들의 시신이 나란히 놓여있는 사진을 "홍어말리는 중"이라고 표현하는 몰역사적 행태는 그렇다 손 치더라도 사망한 할아버지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경지에 오른 비인륜적 행위는 누가 봐도 눈살을 찌푸리기 마련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베 이용자는 과연 소수일까?


일베에 대한 세간의 기사는 두가지 정도로 압축되는데 하나는 이러한 몰역사적이거나 비인륜적인 행태에 대한 기사이고, 다른 하나는 공중파에 일베 마크가 노출되는 사고을 담은 기사이다. 공중파에 일베 마크가 노출되는 방송사고는 외주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역량으로 시간에 쫒겨 제작되는 방송환경의 탓도 있을테지만 이는 그만큼 일베가 대중화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통계적으로 보자면 일베의 하루 평균 시간당 방문자는 40만에 육박하며 동시접속자수가 2만을 넘고, 총 회원은 100만이 넘으며, 인터넷순위사이트 '랭키닷컴'에 따르면 일베는 유머·재미 분야에서 여전히 1위를 자랑하고 있다 . 이른바 국정원댓글사건의 국정원 여직원이 주로 활동한 공간이 일베였다는 사실은 일베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증이고, 보수논객으로 알려진 조갑제씨도 칼럼을 통해 일베를 "2030세대 안에서도 활동적인 우파"라며 "SNS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해 18대 대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치켜세운바 있다.

이쯤 되면 우리의 희망사항이 만들어낸 거짓인 '일베 이용자가 소수일 것이다'는 관념은 사라진다. 그렇다면, 일베 이용자들이 이상한 사람들일까? 과연? 하루 평균 시간당 방문자가 40만이 넘는데 이런 사이트의 이용자가 모두 이상한 사람들이라면 2위인 오유(오늘의 유머)는?

보수성향의 일베, 안보이슈에 관심 없다

필자는 일베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알아보기 위해 일베가 생긴 2011년 4월 이래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시기인 2013년 9월 말까지 일베에서 정치이슈가 집중되는 '정치 일간베스트' 게시판을 분석하였다.

이슈가 집중되는 구간을 설정하기 위해 일간 누적 게시글 수(정치 일베로 추천된 글의 수)가 많은 날들과 일간 누적 추천 수가 가장 많은 날들을 종합했고, 이를 통해 10개 정도로 이슈가 집중되는 구간을 특정할 수 있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일베가 갖고 있는 보수적 성향 때문에 당연히 '북한' '핵' 등 안보이슈에 민감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10개의 이슈에 북한의 핵실험이나 전쟁위기가 들어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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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이슈집중구간 정치일베게시판 상위 20위 닉네임 주요활동구간-일간 누적 게시글 수-일간누적 추천 수를 종합한 그래프, 이를 토대로 여론이 집중되는 10개의 구간을 추출할 수 있었다 ⓒ 조용신


10개의 이슈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2011년 10월)' '19대 총선 당일(2012년 4월)' '안철수 아파트 다운계약서 이유(2012년 9월)'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2012년 11월)' '18대 대선 당일(2012년 12월)' '개그맨 정태호의 박근혜 풍자(2012년 12월)' '윤창중 성추행·5.18폭동논란(2013년 5월)' '국정원 댓글 파문(2013년 6월)'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 발표(2013년 8월)'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논란(2013년 9월)'이었다.

그 중 일간 누적 게시글 수와 누적 추천수가 가장 많은 날은 2012년 12월 19일과 24일이었는데, 알다시피 12월 19일은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이었다. 그렇다면 24일은 무슨일이 있었을까?

당신이 웃어넘긴 개그에도 일베는 화력을 집중한다

2012년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12월 24일. 그날 정치일베 게시판의 누적 게시글 수 는 566개였고 누적 추천수는 93367에 달했다. 박근혜의 승리이자 일베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는 18대 대선 당일 12월 19일에 각각 560개, 84541개였던 것보다 많은 숫자이다. 과연 그날은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간은 하루 전, 일요일이었던 23일 저녁 9시경으로 돌아간다. 언제나처럼 KBS의 인기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방영되었고, 당시에 한창 인기를 끌던 '용감한 녀석들' 코너가 당연하게 전파를 탔다. 개그맨 정태호씨가 특유의 말투로 연기를 하며 대사를 던졌다.

"드디어 18대 대통령이 결정됐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번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 님. 잘 들어. 당신이 얘기했듯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
기업을 위한 정책, 학생을 위한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
하지만 한 가지는 하지마라. 코.미.디.
코미디는 하지마. 우리가 할 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 국민들 웃기는 건 우리가 할 테니까, 나랏일에만 신경 쓰기 바란다. 진짜 웃기고 싶으면 개콘에 나와서 웃기던지."


보다시피 정치권에 대한 전형적인 풍자개그였지만, 일베에서는 난리가 났다. 개콘이 저녁 늦게 방영하는 프로그램임을 감안하면 이 난리의 증거가 다음날인 24일에 나타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날 정치일베 게시판에 랭크된 글들 중 일베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상위 20개 닉네임들이 다수의 추천을 받은 글들의 제목은 이렇다.

'[속보] 뉴데일리에서 다시 정태호 박살내려 한다(2차뉴스) 좀 도와주자!!'
'개콘은 이미 방송법 위반이다. 방통위에 민원 넣는 게 즉답이다'
'우파 연예인들이 좌빨 무서워서 글을 못쓰는 것처럼... 좌빨 연예인들도 우파 무서워서 글 못 쓰게 해야한다'


이 글들 중에 '[속보] 뉴데일리...도와주자!!(링크)'에서 좌표(url)가 링크된 네이트의 기사에는 그야말로 '화력 집중'이 집행됐다. 개콘의 서수민PD와 정태호씨의 비난하는 댓글과 빨갱이 운운하는 댓글이 1천개가 넘는 추천을 받았고, 일베성향의 다수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려 올라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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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 정태호의 박근혜 풍자 개그 이후, 일베 회원들이 '화력'을 집중한 네이트 기사의 댓글 ⓒ 조용신


일베에 올라가는 글쓰기 비법

일베에서 인기가 있는 글들은 '대상'이 있는 글들이다. 일베의 탄생이 서로 간 '친목질'을 금기시 하는 전제에서 가능했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성격은 전무하고, 한국사회의 보수진영이 그렇듯 담론형성의 기능도 불가하다. 따라서 일베의 모든 글들은 어떠한 대상에 대한 비판(또는 비난이라해도 무방하다)이나 지지(또는 맹목적 애착)의 성격을 띤다. 물론 그중에 제일은 '비난'과 '공격'이다. 따라서, 일단 일베에 올라가려면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이 좋다. 그가 '종북 혐의'를 받는 자라면 더욱 좋고 대중적 인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다.

다음으로 자극적인 '짤'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짤'은 이미지 파일을 말하는데, 커다란 홍어 사진이나 노무현 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풍자한 사진이면 더 좋다. 물론 내용과 전혀 무관한 섹시한 여성아이돌의 사진도 좋고, 전땅크(전두환)의 사진도 좋다. 가능한 자극적이어야 하고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합성되고 조작되어 현실을 비틀수 있는 만큼 비틀어 놓은 사진이면 더욱 좋다.

지금은 삭제되어 없어졌지만(이상하게도 조사 이후에 삭제된 글들이 많다. 국정원 댓글 수사의 영향일까?) 2012년 5.18즈음에 게시된 '전효성 민주화발언이 논란인 게 존나 역겨운 이유.EU'라는 제목이 붙은 게시글은 정치일베 전체에서 가장 많은 추천수인 3533개의 추천을 받은 바 있다(현재의 데이터로도 2위의 추천수이다). 이 글이 압도적 추천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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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삭제된 정치일베 역대 추천수 2위의 게시글 지금은 삭제된 정치일베 역대 추천수 2위의 게시글 ⓒ 조용신


이 글에는 '섹시한 여성아이돌과 민주화의 적들이 얽힌 이슈', '옴팡지게 넘쳐나는 욕설', 게다가 큼지막한 '홍어 짤'까지 있으니 말이다. 이 글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일베 이용자들이 진보진영에게 갖는 피해의식이다. 왜 진보적인 연예인들의 정치적 언사는 표현의 자유이고 언론의 자유라고 하면서, 전효성이 "우리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했다고 비난하냐는 의식. 이 글이 압도적 추천을 획득한 것은 이러한 요소에 대한 공감대 때문인데,  일베 이용자들은 진보진영과 자신들이 대칭적 위치에 놓여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듯 하다.

예를 들어 '이명박은 쥐박이' '박근혜는 닭근혜'하면서 왜 '노무현은 노알라' '김대중은 쩔뚝이' 라고 하는 것을 문제 삼냐는 것이다. 웃기지도 않는다며 코웃음을 내뱉을 수 있겠으나, 일베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실은 개탄스러워 마지 못할 좌좀천국인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진보진영도 조롱과 희화화와 풍자의 방법론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일베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조작'도 어느정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일베 이용자들은 '팩트'에 열광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게이들아! 이것이 팩트다'라고 던지면 '아! 이것이 진실이구나'라며 받아들인다. 모 시사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한 중학생이 '일베에서 역사를 배웠어요'라고 말한 것은 다른 이들에게 충격이었겠지만, 일베 이용자들에게 있어서 결의높은 '일밍아웃'으로 칭송된다. 그들은 학교와 언론이 알려주지 않는 진실을 일베에서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일베게시판' 에서 가장 많은 추천수를 자랑하는 글은 닉네임 '운지했숨니꽈'가 작성한 '(스압)영화 [변호인]을 발라버리는 영화 [기업인]'이라는 제목의 글( 링크)이다. 이명박의 생과 업적을 다량의 짤과 함께 정리한 글인데,  곳곳이 조작과 날조다.

예를 들어 이명박이 국회의원시절 선거비용 축소신고로 선거법위반 유죄판결을 받아 재판 중에 의원직을 사퇴한 것에 대해 "그 자신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사퇴한 것으로 날조하고 있고,  서울시장 재임시절 "수도 서울의 부채를 기하학적으로 줄이고"라고 기술하고 있으나 오히려 서울시의 부채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새누리당 내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게다가 대통령 재임시절 "여러 좌파단체와 좌파시민들은 이명박 시절 허리가 휘어 죽어버리겠다고했지만....오히려...평등지수가 높아졌다"고  써놨지만, 사실 이명박이 대통령 노릇을 하는 동안 한국의 각종 평등지수와 행복지수등이 모두 곤두박질 쳤다.

이처럼 '의원직 사퇴' '서울시장 역임' '대통령 역임'라는 객관적 사실만을 두고 나머지 사실을 조작하고 날조해도 일베에서는 아무도 문제제기하는 이용자가 없다.  우리편에 대한 좋은 얘기는 모두 사실이 될 것이며, 종북좌빨들에 대한 얘기는 나쁜건 더 나쁘게 되고 좋은건 더 안좋게 된다. 오죽하면 이 조작과 날조의 글에 "갓카는 닥베입니다(일베와 인연이 없는 이들을 위해 풀어쓰자면 god과 같은 각하는 닥치고 베스트입니다)"라는 댓글까지 달렸겠는가.

예외상태가 필요한 박근혜, 호모사케르가 필요한 일베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지오 아감벤은 '예외상태가 현대사회의 통치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여기서 예외상태란 쉽게 말해 평시가 아닌 상태를 말하는데,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사건을 좋은 예로 들 수 있겠다. 미국은 9.11이라는 예외상태가 발생한 이래로 테러방지를 위해서는 기소조차 하지 않고 누구나 구치할 수 있는 '애국자법(patrot Act)'을 발효했는데, 이 법은 아프간전쟁이 끝나고 대통령이 바뀐 후에도 개정에 개정을 거쳐 지속되고 있다. 마치 한국전쟁 이후 60년이 지났는데도 국가보안법이 여전한 것과 같이.

박근혜 정권은 예외상태 통치술로 아주 잘 활용하는 정권으로 보인다. 이명박도 다르지 않았지만 '천안함 사건'을 통해 현실적 적대관계인 북한을 직접적으로 불러들이는 아마추어 같은 모습과 박근혜 정권은 또 다르다. 박근혜는 '기억'을 소환한다.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의 기억'을 소환한다는 것이다. '종북담론'이 바로 그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가 불거지자, 제 2야당의 현직 국회의원이 내란음모혐의로 의원회관에서 국정원직원들에게 연행되어 나오는 장면을 연출해 냈다. 그 뿐이랴, 대선개입 문제를 제기하는 프랑스 교민들도 천주교 신부님들도 모두 종북이 되었고 이를 방어하려는 이들도 모두 '종북 비호세력'이 되었으며 캐논 DSLR이 장착된 초고성능 무인비행기가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떠올려보라, 박근혜 정부 이래로 '평시'였던 적이 언제였던가.

다시 일베로 돌아와 보자. 일베 이용자들에게 '적'으로 부상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참히 파헤쳐지고 욕을 먹는다. 중요하게는 적대화 된 혐오의 대상들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조롱에 매우 무감하다. 일베 이용자들에게 적대화 되는 이들은 마치 고대 로마에서 죽여도 살인죄로 처벌받지 않는 대상인 '호모사케르'와 동등한 자리에 위치지어 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 8월 내란음모사건 발표 당일 이석기의원이 자취를 감춘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글은 <이석기는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글이었는데, 이 글에는 자살을 하느냐 마느냐의 토론은 물론 "아마 지금 봉하마을로 가있을꺼다" "씨발 이제뭐 운지가 특권이노"라는 식의 댓글까지 달렸다. 일베 이용자들 사이에서 그들은 이미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 대상이 된 것이다.

눈치 챘겠지만, 박근혜정권과 일베는 누가 누굴 닮았는지 모를 정도로 비슷하다. 혐오의 대상이 없으면 절대로 유지될 수 없는 존재들. 혐오의 대상을 찾아 혈안이 되어 있는 존재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박근혜 정권과 달리 일베 이용자들은 매우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분단과 혐오의 정치가 있는 한 일베도 계속된다

한국사회에서 '빨갱이', 그리고 빨갱이의 완성체인 '종북'이라는 언어가 강인한 생명력을 갖는 이유는 60년 동안 발전해온 강고한 분단체제로 부터 기인한다. 또 '무찔러야 하는 공산당'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가 아니었으면 이 사회에 이리도 지독한 혐오의 정치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

일베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일베라는 하나의 웹사이트의 생명은 길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베라는 존재가 한국사회의 분단체제라는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이 사회에서 지금의 일베보다 더 우려스러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희대 석사학위 논문 <예외상태와 파시즘의 한국사회:일간베스트저장소를 중심으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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