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도 만신도 다 신이 있어야"

고은 시인과 고성주 만신이 만나다

등록 2014.04.21 13:59수정 2014.04.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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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고은시인(좌)과 고성주회징(우) 그리고 만남을 주선한 수원시인협회 김우영회장(중앙) ⓒ 하주성


대단한 사람들이 만나는 것을 흔히 '세기의 만남'이라고 표현을 한다. 그런 만남이 이루어졌다. 지난 20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지동 고성주(60·경기안택굿보존회장)씨의 집에 고은(81) 시인이 찾아왔다. 이 만남은 수원시인협회 김우영 회장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첫 만남부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고은 선생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이시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열 번이나 올랐다. 고성주 회장 역시 우리 무속을 지켜가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큰만신이다.

"같은 고씨네요."
"그러네요."
"고씨들은 제주 고씨밖에 없어요. 다 친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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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시인 메모지에 일일이 기록을 하는 고은시인 ⓒ 하주성


끝없는 대화가 이어져

고은 선생이 고씨의 내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제주 삼성혈부터 고주몽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곁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처음부터 주머니에서 종이와 볼펜을 꺼낸 고은 선생은 고성주 회장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일일이 메모를 하신다.

고은 선생은 참 소탈하시다.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떨치고 계신 분이 말씀 한 마디도 허투루 듣지를 않는다. 일일이 메모를 하면서 궁금한 것은 재차 묻고는 한다.

"저는 5~6세부터 신기가 있었나 봐요. 어릴 적에 화령전에 계시던 이동안 할아버지께 가서 소리도 배우고 춤도 배웠어요. 당대의 내로라하시는 선생님들이 제 별명을 초립동이라고 지어주셨죠."

고성주 회장이 이야기를 하자. 고은 선생이 "이런 이야기는 모두 녹음해서 책으로 엮어야 해요. 우리 역사인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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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주 내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고성주회장 ⓒ 하주성


"처음 내림을 받고나서 3년 동안은 신어머니 밑에서 정말 머슴보다 못한 생활을 했어요. 음식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심지어는 장 담구는 법까지 배우지 않은 것이 없어요.

장독을 깨끗이 닦았는데, 신어머니가 다시 닦으시는 거예요. 그러면 속으로 불평을 참 많이 늘어놓았죠. 그렇게 엄하게 배웠기 때문에 지금도 못하는 음식이 없어요. 저희집에는 40년이 지난 씨된장과 간장이 있어요."

그렇게 두 시간 가까이 훌쩍 지났다.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갈 수 있었지만,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자리를 뜬다. 짧은 만남이 서운한 듯 몇 번이고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헤어짐을 섭섭해 한다.

"시인도 만신도 다 신이 있어야"

고은 선생과 김우영 회장과 함께 지동 순대타운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에는 고성주 회장이 전통방식으로 제조한 고추장 한 통을 들고.

"시인도 신이 있어야 해요. 순간적으로 글을 쓸 때 느낌이 오는 것이 다 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신이 없으면 좋은 글을 쓸 수가 없어요."

막걸리 한 잔을 앞에 놓고 고은선생과 이야기가 자연 내림굿이며 지노귀굿 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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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회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일이 기록을 하는 고은시인 ⓒ 하주성


"고성주씨는 참 착한 듯해요. 첫 느낌부터가 사람이 참 순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다시 한 번 부탁하지만, 고성주 만신의 이야기는 모두 녹음을 해야 해요. 그래서 책으로 펴내야 해요. 우리 역사의 한 면도 놓치면 안 되니까요. 더구나 만신들의 살아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죠."

다음에 고성주 회장이 굿을 할 때 꼭 함께 자리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 드리겠다는 약속을 한다.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고은 선생과의 자리는 참으로 훈훈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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