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전입시험, 시·군이 무슨 보충대인가

시·군 공무원, 일 할 만하면 빠져 나가

등록 2014.04.27 18:19수정 2014.04.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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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청, 휴일임에도 출근한 직원들이 많다. ⓒ 신광태


"시·군이 보충대인가. 어떻게 일을 할 만하면 다 나가나."

지난 주 화천군청 몇몇 직원에게 '강원도 전입시험 제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제도가 시·군 입장에서 볼 때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의견을 정리했다. 어느 직원이 말한 보충대란 군 장병이 부대 배치를 받기 전 보직 명령이 날 때까지 숙식제공과 봉급, 수당의 지급 등 일시적인 행정 지원을 하는 시설을 말한다.

위급한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응소가 관건이다

"(도청에 가면)진급이 빠르잖아요. 또 춘천에서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 수 있고."

금년도 전입시험에 응시했던 한 직원의 대답이다. 또 화천군의 6급 직원인 김 아무개씨는 자신의 동기는 도에서 4급 서기관으로 있다고도 했다. 진급에 있어서 도와 시ㆍ군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공무원들의 꽃은 진급이란 말도 있다. 진급을 위한 도 전입시험 응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입시험' 응시자격은 8급 또는 갓 7급으로 진급한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도청직원의 결원에 따라 어느 정도 경력과 능력을 겸비한 직원을 채용한다는 제도다. 그런데 시ㆍ군 입장은 정반대다. 매년 '도(道)일괄' 또는 '지역공채'를 통해 부족한 정원을 충당한다. 신규직원에 대한 교육비를 비롯한 역량향상 비용 부담은 해당 기초단체의 몫이다. 행정경험이 전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교육 등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그렇게 갈 거라면 뭣 하러 시ㆍ군으로 시험을 봤는지 궁금하다."


이유는 딱 하나다. 산골동네이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각 시ㆍ군에서는 이에 대한 폐단을 막기 위해 '거주지 제한'이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험응시 당해 연도 1월1일 이전부터 (최종시험인) 면접 시험일까지 본인의 주민등록지가 당해 지자체로 되어 있고, 그곳에 거주한 합산기간이 3년 이상인 사람이 그 대상이다.

그렇다 보니 역현상도 발생한다. 시험실시 전 주소지를 미리 시험에 응시할 지자체에 옮겨 놓는 사람들이 다수다. 말 그대로 주민등록만 이전했기 때문에 '시험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으로도 볼 수 있다. 행정에서는 실제거주 사실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주소만 옮겨 놓았기 때문에)시험 합격 이후 그들의 거주지는 근무지가 아닌 자신이 살아온 인근 시이다. 문화적 혜택이 열악한 산골마을로 이주할 이유가 없단다. 주민들과 밀접한 행정을 펴는 시ㆍ군에선 산불이나 갑작스런 수해 등의 사건ㆍ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응소가 관건이다. 인근 춘천시에서 화천까지는 40분여 소요된다. 촌각을 다투는 사안발생시 즉각적인 대처는 어렵다.

"봉급은 화천에서 받고 쓰는 건 자신이 살고 있는 시에서 쓴다면 지역경제에 어떤 도움이 된단 말인가."

(인근 시에서)출퇴근 하는 직원들의 비율이 높은 부서에서는 회식도 시에 나가서 한다는 말도 들린다. 읍내 어느 상인은 (인근 시에서 출ㆍ퇴근하는)공무원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화천군에서는 급여의 일부를 지역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지급한다. 미미한 금액이라도 지역소비 촉진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일부 직원은 이를 현금으로 '깡'을 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매년 도청 전입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

광역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전입시험은 년 1회 정례적으로 필기시험인 영어(30문항)와 논술(2문항), 면접시험으로 구분 실시한다. 국제화시대에 맞추어 영어에 비중을 둔 것인지, 영어만 잘하면 업무를 잘 할 것으로 판단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나도 주말 외국어 반을 신청했는데, 왜 자체 심사에서 탈락됐는지 확인 좀 해 줄래."

강원도에서 매년 추진하는 '주말 외국어 반'. 지속적인 영어공부 동기 마련을 위해 지난 2월 신청을 했는데 탈락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젊은 직원들 양성을 통해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렇게 선정한 다수가 9급 또는 8급 직원들이다. 그러나 그 방침과는 다르게 일부 직원은 '전입시험'을 목적으로 지원을 했단다. 지자체에서 (외국어공부를 위한)교육비까지 부담하며 광역자치단체로 보내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민주국가에서 똑똑하기 때문에 선택된 사람이 뭐가 문제가 될 수 있나?"

모 직원이 제시한 의견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남아있는 직원들은 바보라는 논리로 비칠 수 있다. 일에 치여 사는 직원은 (전입시험 준비를 위한)공부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매년 단골처럼 강원도 전입시험에 응시하는 직원도 있단다. (오직 도청으로 가는 것이 목적인)사람들이 과연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은 부분이기도하다.

파견근무를 거치거나 강등을 조건으로 도청으로 가야한다?

"아니 지금도 그곳에선 (도청) 본청으로 가기 위해 사업소를 거쳐야 하거나, (한 직급 낮추는)강등제도를 시행하나요? 여긴 없어진 지 오랜데..."

지난해 모 광역단체 인재개발원 중견관리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나간 적이 있었다. 과목은 행정기관의 SNS를 이용한 홍보. 강의 중 '2010년도에 지사가 도청으로 수평이동을 제안했지만, 그곳 직원들의 반대로 포기했던 이야기'(관련기사)를 했다. 이 말이 끝나자 교육생 한 명이 일어나서 내게 한 질문이었다.

도청에서 각 시ㆍ군으로 시달한 전입시험 관련 문서에는 아직도 그런 문구가 보인다. 전입시험 합격자는 (본청으로 즉시 발령을 받는 것이 아니라)먼저 사업소 근무를 원칙으로 1년 내외 파견근무 후, 결원 발생 시 순차적으로 전입조치 된다고 되어 있다. 또 기술직 중 7급은 한 직급 강등해서 와야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왜 이런 제도를 고집할까. 도가 시ㆍ군의 상급기관임을 내세우기 위함? 도청이나 시ㆍ군직원은 같은 지방직이다. 도청에 근무하는 직원과 시ㆍ군 소속 공무원이 어떻게 다른지 한번 따져볼 일이다.         

"전입시험에 합격한 사람에 대해 뭐라 할 것이 아니라, 시ㆍ군에서 적절히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표면상 이치에 맞는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시험합격을 목적으로 시골 지자체를 선택했고, 그것을 도(道)로 가기위한 발판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차라리 과거처럼 (현제 20%시행) 전적으로 시장군수 추천제를 도입하는 것이 도와 시ㆍ군 간 정보교류를 통한 지역발전 도모를 위해 적합한 제도라고 본다.
#화천군청 #강원도 #전입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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