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버스 해고노동자 노동탄압에 자살 시도, 뇌사 판정

전화기에 유서 남겨 "다음 생에는 버스기사 대우받는 세상에 태어날 것”

등록 2014.05.01 12:54수정 2014.05.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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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오전 해고 노동자의 자살 시도라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신성여객지회 진OO 조합원이 4월 30일 밤 자결을 시도해 1일 오전 현재 뇌사 상태다.

신성여객(전주시내버스)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4월 30일 11시 10분 경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신성여객 건물 현관 위에서 진OO 조합원이 목을 맨 채 떨어졌다고 한다. 동료들이 진OO 조합원을 내리려고 시도하며 112와 119에 신고했다.

진OO 조합원을 내리려고 애를 썼지만 신성여객 현관 구조상 여의치 않았고, 7~8분 후 119 구조대가 도착해서도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내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20~30분이 소요됐다. 11시 50분 경 전북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심폐소생술 등 조치로 심장을 다시 뛰게 했고,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CT 검사 등을 했으나 의료진은 뇌사 상태임을 판정했다.

의료진은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한 시간이 길어 뇌가 많이 죽은 상태라고 전했다. 1일 오전 현재 약물을 투여하며 더 악화되지 않게 조치하고 있지만 뇌가 조금 깨어나 활동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거라는 게 의사의 판단이다. 의료진은 일단 72시간 동안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진OO 조합원은 2010년 전북버스 투쟁을 시작해 수차례 해고와 노동탄압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민주노조를 사수하려고 싸웠다. 전북버스 투쟁이 시작된 것은 2010년이다. 당시 한국노총 어용노조가 통상임금을 1인당 100만원으로 합의하자 노동자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민주노조를 결성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 투쟁에 돌입했다.

투쟁 과정에서 진OO 조합원은 2012년 6월부터 9월까지 구속을 겪했다. 집행유예로 출소한 후 업무에 복귀하려 했으나 사측은 징계위원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노조과 진OO 조합원이 업무복귀 내용증명을 보내고 징계위원회 중단을 요구했으나 그해 10월 30일 해고를 통보받았다. 해고 사유는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과 진OO 조합원이 재심을 청구했지만 11월 13일 사측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또다시 해고를 통보했다. 그는 복직을 요구하며 법정투쟁에도 나섰다. 지노위에서 승소하자 2013년 초 회사는 자신들의 징계위원회 절차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고 진OO 조합원을 복직시켰지만 일을 주지 않았고, 그해 3월 또다시 그를 해고했다.

그 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했지만 결과는 패소였다. 진OO 조합원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었으며 그 선고날이 바로 노동절인 오늘(5월 1일)이었다. 광주지방법원은 1일 오전 9시 50분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은 부당하다"며 진 조합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신성여객에게 '복직'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이행금이 부과하는 게 수순이다. 진 조합원은 2012년 3월 해고 이후 임금도 모두 받을 수 있다.

신성여객 사측은 "조끼를 벗고 들어오면 복직도 시켜주고 돈도 주겠다"고 회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고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계난이 극심했지만 진OO 조합원은 굴하지 않았다.

진OO 조합원은 유서를 통해 "신성 동지 여러분, 사측놈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말라"고 호소하고 "그동안 형님 동생들 고맙고 고마웠다"며 함께 투쟁했던 동료들에게 인사했다. 또 "나같이 억울하게 해고 당하는 일이 없도록 똘똘 뭉쳐 투쟁해서 여러분의 권리를 행사하라"고 말하고 "다음 생에는 버스 기사가 대우받는 곳에서 태어나겠다"며 안타깝게 이별을 고했다.

진OO 조합원의 유서 내용을 아래에 공개한다. 그는 자신이 발견됐을 때 동료들이 볼 것을 감안했는지 핸드폰 임시보관함에 유서를 넣어놨다. 또 평소 친했던 동지들에게 예약문자를 발송해 오늘 오전 7시 20분부터 몇몇 동료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내용의 문자가 도착했다.

<진OO 조합원 유서>
버스 파업이 벌써 몇해인가. 나는 열심히 투쟁했습니다. (중략)하지만 나는 그간 (중략) 엉망이 되어 버렸네요. (중략) 너무 억울하네요. 신성 동지 여러분, 사측놈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마십시오. 그동안 형님 동생들 고맙구 고맙습니다. 또다시 나같이 억울하게 해고 당하는 일이 없도록 똘똘 뭉쳐 투쟁해서 여러분의 권리를 행사하세요. 그동안 동지들의 따뜻한 위로 고맙습니다. 다음 생에는 버스 기사가 대우받는 곳에서 태어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세계> 온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전북버스 #민주노조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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