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법 국회 통과..."새정치, 복지와 결별"

찬성 140 반대 49 기권 6...'반대한다'면서 기초연금법 처리 도운 새정치연합

등록 2014.05.02 23:19수정 2014.05.0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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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초연금법 통과 처리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기초연금법안을 의결하고 있다. 이날 국회는 정부 ·여당의 기초연금법안을 재적 의원 195명 중 찬성 140명, 반대 49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 유성호


지리한 진통을 이어가던 기초연금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기초연금법안을 가결했다. 재적 의원 195명 가운데 찬성 140명, 반대 49명, 기권 6명으로 처리됐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함으로써 기초연금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발목 잡아 7월 기초연금 지급이 무산됐다"는 비판이 일 것을 우려해 새정치연합 스스로 반대해 온 법안 처리 과정(보건복지위 처리, 법사위 처리, 본회의 처리)에 협조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기초연금법' 반대한다면서도 국회 통과 도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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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급법안 통과, 퇴장하는 안철수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법이 통과되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와 양승조 의원이 이에 반발해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 연계와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차별 지급하는 정부여당의 기초연금법안에 대해 반대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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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법안 처리 협조 구하는 최경환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연금과 연계된 정부·여당의 기초연금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처리된 기초연금법안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월 10만~20만 원을 차등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국민연금 수령액이 30만 원 이하고 가입기간이 긴 가입자에게 2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결국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갈수록 최대 20만 원의 기초연금 수령액은 점차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미래세대가 받을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보건복지위원회 발언에서 "국민연금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인데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면 국민연금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라며 "이에 새정치연합은 여러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정부여당은 기존 입장만 반복하고 버티고만 있다, 정부안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은 보건복지위를 열어 법안 처리의 길을 열어줬고, 법사위에서도 해당 법안 통과를 묵인했다. 반대표를 던지며 명확한 의사를 표하면서도 정족수를 채워 본회의 개최에 협조했다.

이는 '야당 발목잡기' 비판이 이어져 지방선거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서다. "새정치연합 때문에 어르신들께 기초연금을 지급 못했다"라는 새누리당의 공세로 지방선거에서 불리한 국면에 처할 것이 우려돼 기초연금법안 처리에 동조해준 것이다. 원내지도부 핵심관계자는 "4월 국회에서 기초연금법안 통과 못 시키면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정부여당이 추진한 기초연금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없이 일정 비율의 노인층에게 20만 원을 차등 없이 지급하는 자체안도 함께 표결에 부치며 구색을 맞췄다. 해당안은 부결됐다.

본회의에 앞서 새정치연합은 3시간 동안 의원총회를 열며 토론을 이어갔고, 기초연금법안 처리 여부를 지도부에 위임했다. 이에 지도부는 이날 오후 보건복지위를 열어 기초연금법안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후 "의원 전체 총의로 직권상정을 포함한 다른 여러 가지로 결정할 수 있도록 당 지도부에 위임했다"라고 밝혔다. 당초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여야 합의로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기초연금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도록 건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나, 최소한의 절차를 밟아 나가기로 정리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130명 의원을 상대로 기초연금법 처리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휴대전화 투표 방식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기초연금법 처리 찬성이 73명, 반대 35명, 기타 3명, 무응답 19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달 30일 진행한 의원 전수조사에 비해 찬성은 10명, 반대는 9명 줄어든 결과다. 기초연금법안 처리 찬성 의견이 점차 우세해진 것이다.

"오늘 새정치연합이 복지·정치와 결별... 자존심이 있다면 이렇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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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연금제도 파탄내는 야합반대 정의당 박원석, 김제남, 정진후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정부·여당의 국민연금 연계한 기초연금법안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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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기초연금 약속 지켜라"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정부·여당의 국민연금 연계한 기초연금법안을 의결하자, 통합진보당 이상규, 김재연 의원이 이에 반대하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결국, 기초연금법안은 처리됐지만  끝까지 처리를 반대한 35명의 의원들과 진보정당 및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초연금법안 처리에 반대해 온 보건복지위 소속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뒀다. 김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여러분은 오늘 새정치연합이 복지·정치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고 계시다"라며 "야당이 여당의 법안을 통과시켜 주기 위해 하루 동안 보건복지위, 법사위, 그리고 본회의까지 통과시켜주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냐, 우리가 자존심이 있다면 이렇게 할 수 없다"라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의총이 끝나면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동일한 내용의 발언록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의원직 사퇴를 공식화 했다.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 역시 "광란의 질주가 시작됐다, 5시 17분에 보건복지위를 연다고 문자를 보내고 (3분 후인) 20분에 복지위를 열었다, 이게 말이 되냐"라며 "아무리 급해도 지켜야 할 절차가 있고 인간의 양심이 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군사쿠데타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라며 "오제세 위원장은 전대미문의 모습을 연출한 데 대해 책임지길 바란다"라고 발언한 후, 보건복지위 회의장을 퇴장했다.

본회의에서도 기초연금법안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 발언에서 "새정치연합은 당내 반발로 합의안 수용이 이뤄지지 않자, 부결될 게 뻔한 수정동의안을 내놓고 자기면죄부 주기에 급급하다"라며 "매번 하는 척만 하는 코스프레 정치, 국민 앞에 생색만 내는 기만의 정치다, 이것이 새정치냐"라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면 공적연금 제도가 무너지게 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받게 된다면 어느 누가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하겠냐"라며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은 가중돼 결국 제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 제도를 정쟁의 소재로 삼아 날을 지새우다가 오늘과 같은 졸속 입법에 이르게 된 책임을 여야 지도부는 져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초연금법 #국회 본회의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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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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