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사례관리' 얼마나 효율적인가?

지역아동센터 심화평가를 마치고

등록 2014.05.12 14:05수정 2014.05.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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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7일 본인이 시설장으로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보건 복지부 산하 기관인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에서 실시하는 심화평가를 받았다. 전국 4천개의 지역아동센터[이하 시설]는 3년마다 한 번씩 시설 운영과 관련된 평가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게 되어 있다.

 

시설중 상당수는 2012년, 2013년을 거치면서 평가를 마쳤고 남은 시설들은 올해 평가를 받는다. 보통 하반기에 평가를 진행하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일정이 모두 4,5월에 잡혔다. 종사자들은 무척 당황스러웠다. 3,4월은 시설 종사자들에게 가장 바쁜 시기이기 때문이다.

 

새해 예결산과 신입생 돌봄 신청서등 준비할 서류가 많다. 지자체에 보고해야 할 보조금 정산과 학부모 모임, 가정방문도 대부분 이 시기에 몰려있다. 더구나 이번 평가는 공교롭게도 도에서 진행하는 특정감사와 맞물렸다. 고민 끝에 매년 3월로 계획했던 가정방문은 심화 평가 이후로 미룬 채 심화 평가 준비를 했다. 그리고 평가는 끝났다. 염려했던 것에 비하면 당일 평가는 무난했다.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처럼 평가 준비가 쉽지는 않았다. 평소 부족했던 아동관련 서류를 정리하고 운영 체계를 세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평소에 준비하지 못한 것을 지적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한 시설당 종사자는 고작 두세명 남짓이다. 일상 업무만으로도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현장에서 매일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사회복지사로서 그리고 평가를 책임지고 준비해야 하는 시설장으로서 이번에 진행된 심화평가와 지역아동센터 운영과 관련된 문제점을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거북이보다 느린 사회복지 통합망의 개선이 시급하다

 

사회복지통합망[이하 사.통.망]은 매년 반복되는 문제다. 지난해에도 사.통.망은 '고도화'라는 이름으로 기능을 대폭 바꾸었다. 기능은 복잡해지고 사.통.망을 통해서 할 일은 늘어났다. 평상시에는 편리한 점도 많다.

 

그렇지만 연초에는 상황이 다르다. 공문을 보내면 함흥차사가 따로 없다. 걸어서 십 분이면 도착할 서류가 열흘이 넘도록 전달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농담이 아니다. 기능을 몰라 전문 상담사와 통화를 하려면 기본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올해도 이런 문제들은 3월이 넘어갈 때까지 반복되었다. 가장 바쁜 시기에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사.통.망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더구나 다음 평가는 사례관리를 비롯한 서식을 모두 사.통.망으로 작성해야 한다. 어차피 사용해야 할 프로그램이라면 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둘째, 현장 평가 위원의 전문성과 종사자들의 한계에 관하여

 

이번에 실시한 심화평가는 교수와 현장 전문가 두 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평가를 다녔다. 본인은 평가위원의 전문성을 지적하고 싶다.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전문성이 높은 탓에, 그리고 시설을 잘 아는 탓에 평가를 받아야 하는 종사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오히려 현장을 잘 모르는 교수위원이 더 인간적이었다. 점수를 더 받고 못 받고의 문제가 아니다.

 

지적을 많이 받았던 부분은 문화/교육/보호/특성화로 대표되는 프로그램의 영역이다.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의 실행/계획/평가에 관한 부분이다. 평가 위원의 지적대로 프로그램을 계획/실행/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맞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문제는 이를 계획, 실행, 그리고 평가까지 해야 하는 종사자들은 하루하루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실행은 많지만 대다수 시설들이 계획과 평가가 부실한 이유다. 현장위원이 요구한대로 맞추려면 종사자들은 지금보다 아동을 돌볼 시간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다음 평가를 생각한다면 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심화평가에서 강조된 사례관리는 얼마나 효율적인가?

 

이번 심화평가가 이전에 진행되었던 평가와 가장 다른 점이라면 사례관리 부분이다. 사례관리를 한마디로 정의 하기는 쉽지 않다. 간단히 말하자면 시설을 이용하는 클라이언트(아동)를 위하여 지역사회의 물적, 인적자원을 통한 종합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중 지원이 더 필요한 아동 4명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서비스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심화 평가 기준에서 사례관리의 비중과 점수는 가장 높았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45점이다. 보건복지부가 강조하는 사례관리의 주요한 목적은 센터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높여 그에 맞는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정서적 지지가 열악한 아동 중에서 상황이 더 열악한 아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복지부와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을 중심으로 지역아동센터 현장에 사례관리 업무를 도입 할 때 그 명분이 되었던 것은 지역아동센터의 전문성과 유용성을 높이고, 그런 전문적 업무를 실시하는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다."

 

"2014년 지역아동센터 운영 매뉴얼을 보면 지역아동센터 사례관리 업무를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지역아동센터의 정체성에 과연 부합하는 것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모든 아동들을 사례관리를 하라고 한다면 지역아동센터는 돌봄을 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례관리를 하는 기관이고."​

 

<성태숙, 전지협 정책위원장>​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돌보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종사자 입장에서는 사례관리의 필요성은 십분 인정한다. 사례관리를 통해서 아동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시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이를테면, 아동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꾸준한 상담, 연계를 해야 하는 점이다. 보호자에게 사례관리를 설명하고 필요할 경우 설득까지 해야 하는 점이 쉽지 않다. 사례관리 도중 보호자의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실무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사례관리를 하기 쉬운 아동이나 보호자를 택하려는 유혹에 빠지지는 않을까. 또한 사례관리를 통해서 종사자의 전문성이 높아졌다고 종사자들의 처우가 개선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미 지난 두 번의 평가를 통해서 배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향후 진행될 평가는 집중 지원아동을 넘어서 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의 특성상 돌봄과 사례관리를 따로 놓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돌봄과사례관리중 무엇이 우선일까? 이것은 지역아동센터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례관리를 모든 아동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서 현장 실무자로서 생각 할 때 그동안 진행되었던 사례관리의 효용성을 진지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

 

이번 심화평가의 사례관리 대상이었던 아동은 작년에 고등학생이 되면서 본 시설을 졸업했다. 평가를 앞두고 보충 할 서류가 있어서 아동을 만났다. 아동에게 사례관리 과정에 대해서 물었다. 아동은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시설에서 진행한 프로그램도 좋았다고 했다. 해당 아동에게 가장 필요했던 지원은 재정의 이유로 지원을 할 수가 없었다. 운영 매뉴얼을 보면 실패 사례도 인정한다고 나와 있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해당 아동의 사례관리는 그나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2014.05.12 14:05 ⓒ 2014 OhmyNews
#심화평가 #지역아동센터 #사례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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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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