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5년간 약 1000억 산재보험료 할인받았다

은수미 의원, 산재 은폐 의혹 제기...현대중 "산재 은폐 줄이려 노력"

등록 2014.05.21 08:30수정 2014.05.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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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작업 장면. ⓒ 현대중 노조 제공


현대중공업의 산업재해 사망사건이 서울시장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대주주(10.15% 지분 소유)인 현대중공업이 최근 5년간 1000억 원에 가까운 산재보험료를 할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현대중공업 11개 사업장 산재보험료 납부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총 955억7358만 원의 산재보험료를 할인받았다. 해마다 평균 191억여 원의 산재보험료를 할인받은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렇게 거액의 산재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일상적인 산재를 은폐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쪽은 "노조쪽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현대중, 산재보험료 해마다 평균 191억여 원 할인받아

산재보험료율은 산재사고의 유무에 따른 재해율을 기초로 산정된다. 이것은 업종(업종별 요율)과 산재사고 정도·규모(개별실적 요율)에 따라 달라진다. 위험정도가 적은 업종일수록, 산재사고 정도·규모가 적을수록 그 비율은 낮아진다. 그에 따라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산재보험료도 줄어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업종별 요율과 개별실적 요율을 병행해서 운영하고 있다. 즉 산재보험료율이 기본적으로 업종별 요율로 정해지지만, 개별 사업장의 산재 정도·규모를 적용해 최종 산재보험료율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강선 건조·수리업(주로 선박 건조분야)을 예로 들어보자. 이곳의 2013년 업종별 요율은 0.27%(원래는 천분율을 사용해 '27퍼밀'로 표시하지만, 독자가 쉽게 이해하기 위해 백분율로 바꾸어 표기함-기자주)이었지만 개별 사업장의 산재 정도·규모를 적용해 최종 산재보험료율(개별실적 요율)이 0.1728%로 산정됐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170억여 원을 할인받아 총 302억여 원의 산재보험료를 냈다.


은수미 의원이 제출받은 '현대중공업(그룹) 11개 사업장 산재보험 할인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현대중공업이 이렇게 할인받은 금액은 2009년 152억여 원, 2010년 161억여 원, 2011년 약 248억 원, 2012년 약 211억 원, 2013년 약 184억 원 등 총 약 956억 원에 이른다. 해마다 평균 191억여 원을 할인받았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의 경우 해마다 산재보험료율이 낮아졌다. 2008년 업종별 요율과 개별실적 요율이 각각 0.57%와 0.5016%으로 높았지만, 2009 0.49%와 0.3724%, 2010년 0.42%와 0.294%, 2011년 0.36%와 0.2304%, 2012년 0.31%와 0.1984%, 2013년 0.27%와 0.1728%로 낮아진 것이다.

특히 산재보험료율 산정 기준인 업종별 요율의 감소비율은 52.6%포인트이었고, 최종 산재보험료율인 개별실적 요율의 감소비율은 약 65.6%포인트로 후자의 감소비율이 높았다. 

이렇게 산재보험료율이 낮아진 만큼 현대중공업의 산재보험료 부담도 줄어들었다. 지난 2008년 냈던 615억여 원의 산재보험료는 2009년 456억여 원, 2010년 354억여 원, 2011년 약 378억 원, 2012년 약 306억 원, 2013년 302억여 원으로 계속 줄었다. 5년 만에 현대중공업의 산재보험료가 반(615억여 원→302억여 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산재보험 할인금액 분석 대상인 11개 사업장에는 현대중공업(강선 건조·수리업)과 군산조선소, 선암공장, 서울사무소, 음성공장, 기전연구소, 건설, 경주의장품물류공장, 울산소각공장, 총무부, 현대예술관이 포함돼 있다. 특히 5년치 할인금액 956억 원은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제외한 수치여서 현대중공업이 실제로 할인받은 산재보험료는 이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청노조, 산재은폐 확인... 은수미 의원 "산재 은폐로 보험료 크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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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사퇴 선언하는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분수대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7년 동안 국회에서 얻은 경험을 서울시민의 삶을 위해 바치겠다"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이희훈


현대중공업의 산재보험료율이 낮아지고 그에 따라 할인금액이 많아졌다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나는 사업주가 산업안전을 강화해 산재 정도·규모가 줄었거나 같은 업종의 산재정도·규모가 줄었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적게 부담하기 위해 산재를 은폐했을 가능성이다.

이 가운데 사업주가 산재발생에 따른 산재보험료 상승에 부담을 느껴 산재를 은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재보험율이 지난 3년 동안 지급한 산재보험급여를 기준으로 조정됨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산재보험급여를 많이 받을수록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산재보험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노조는 지난해 3월 10일 간 울산 동구지역 병원 10곳을 잠복해 조사한 결과, 산재 은폐 가능성이 있는 106건의 사례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본인의 동의를 거친 40건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에 조사를 요청했고, 조사가 완료된 13건 가운데 11건이 산재를 은폐한 사례였다(2013년 9월 5일 현재 기준).

민주노총의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에서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총 39건의 산재 은폐 사례를 적발했고, 노조쪽(하청업체 노조 포함)은 2004년부터 최근 2014년 5월까지 총 237건의 산재은폐 사례를 고발한 바 있다.

이렇게 산재사고를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공상처리(일반보험 처리 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노조쪽의 주장이다. 공상처리할 경우 산재사고 피해 노동자는 요양급여나 장애급여 등을 받을 수 없다. 반면 그만큼 사업주의 산재보험료 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에 산재로 처리하기보다는 공상처리하는 사례가 많다.  

은수미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산재보험요율이 0.5%에서 0.17%로 줄어들면서 2008년 615억 원이었던 산재보험료가 2013년 302억 원으로 줄어들었다"라며 "그 이유가 강선건조 및 수리업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대부분 산재를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공상처리한 결과로 추정된다"라고 주장했다.

은 의원은 "사업장별 개별요율뿐 아니라 업종별 요율 역시 줄어들고 있는 것은 '강선건조 및 수리업'에서 산재사고 발생이 줄었기 때문인데, 현대중공업의 규모를 감안하면, 현대중공업 산재 은폐가  '강선건조 및 수리업' 업종 요율 축소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라고 추정했다. 

은 의원은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서, 안전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산업재해로 해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을 어떻게 안전하게 바꿀 것인지 이것부터 책임있게 답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현대중쪽 "산재 은폐할 이유 없어... 노조쪽의 일방적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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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작업 장면. ⓒ 현대중 노조 제공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회사가 산재를 은폐해서 이득을 얻을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산재를 은폐할 이유가 없다"라며 "그것은 노조쪽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회사측은 산재 은폐를 찾아내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한 뒤, "부서장이 산재를 은폐할 경우 직위 해제 조치를 내리는 등 강도높게 대응하고 있다"라며 "특히 1급부터 5급까지 모든 산재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금도 쌓아두고 있어서 산재를 은폐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산재보험료는 직원수와 사고율(재해율)에 의해 산출되는데 그것을 할인받았다고 하는 것은 산재보험료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20일 <오마이뉴스>는 지난 20001년부터 2014년 4월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97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연평균 7.3명의 산재사망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에서 '공식 집계'한 산재사망 노동자수다(관련기사 : 현대중 연평균 7.3명 산재 사망... 정몽준 '안전문제' 말할 자격 있나?). 노조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산재사망자가 있었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병원 진료자 10명 중 1명만 산재 신청
은수미 의원실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현대중공업의 또 다른 산재 은폐의 증거로 내놓았다.

은 의원실이 최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현대중공업 병원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일 이상 입내원 환자'와 '총 진료비 50만원 이상 진료자'는 각각 6956명과 8653명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산재를 신청한 수는 573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4일 이상 입내원 환자'와 '총 진료비 50만 원 이상 진료자'가  5605명과 7028명이었다는 점을 헤아리면, 10명 중 1명 정도만이 산재를 신청한 것이다. 은 의원은 이를 두고 "일상적인 산재 은폐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4년간 이렇게 산재을 신청한 573명 가운데 569명이 산재로 판정받았다. 지난해 산재로 판정받은 노동자는 158명(신청 178명)이었다.


#현대중공업 #정몽준 #은수미 #산재보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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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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