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선거운동원'으로 나선 <동아>, 딱 걸렸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 16차 보고서] 여당 입장에만 치중한 보수언론의 선거보도

등록 2014.05.30 15:23수정 2014.05.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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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일주일도 안 남았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기에, 선거운동은 온갖 로고송으로 떠들썩하던 이전에 비해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상대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흑색 선전만은 여전하다. 연관성 없는 사건들을 짜깁기해 의혹을 부풀리거나, 선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후보자의 사생활을 캐묻는 식이다.

공정한 선거보도를 위해 언론은 이런 흑색 선전을 걸러내고 비판해야 마땅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왜곡해 확대 생산하는 행태를 보였다. 일부 보수 언론들은 철저히 여당 입장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을 내보내며 여당의 '선거 전략실'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연대한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이와 같은 내용을 지적한 16차 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검찰 수사가 '급식논란' 때문? 오해 유도하는 언론들

서울시장 선거에서 최근 가장 크게 부각된 이슈는 '감사원 급식 조사결과 논란(아래 급식 논란)' 문제다. 작년에 서울시의 요청으로 진행된 감사결과에는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학교에 공급된 농산물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123건 중 2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잔류농약이 포함돼 있었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다.

이에 정몽준 후보가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며 의혹을 제기하자 박원순 후보는 "인근 밭의 농약이 바람에 날려 일부 묻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이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에 보낸 조치요구서에도 농약 검출에 대한 요구는 없었다.

언론들은 이 문제를 일제히 크게 다뤘다. 선거 중에 불거진 의혹을 보도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없지만, 왜곡 보도를 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감사원 결과 발표(22일) 뒤 불과 일주일여 만에 이뤄진 검찰의 서울친환경농산물센터 압수수색은 급식 재료의 농약 검출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이 수사는 오세훈 전 시장의 재임기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납품업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서울친환경농산물센터 직원의 비리를 적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수사 시기가 의혹 제기와 겹쳐 유권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에 야당은 '관권 개입'이라고 반발했고, 이에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들은 마치 검찰의 친환경농산물센터 압수수색이 농약 검출 의혹 등과 관련된 것인양 보도했다. 공정선거감시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TV조선>은 28일 뉴스 <"농약 급식"…"관권선거" 공방>에서 "검찰이 두 후보의 쟁점사안인 '농약급식' 문제와 관련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압수수색의 목적을 잘못 적시한, 명백한 오보다.

5월 28일 TV조선 <뉴스쇼 판> 화면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MBC>는 28일 뉴스 단신 <서울 친환경센터 수사 잠정 중단>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이 서울 친환경유통센터와 관련된 비리 수사를 다음 달 지방 선거일까지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며 검찰의 정치 중립성 훼손을 염려하는 김 총장의 발언만을 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급식 논란' 보도 이후에 짧게 처리되었고, 혐의를 받은 비리가 무엇이고 언제 일어난 것인지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급식 논란'과 관련된 비리 수사가 중단된 듯한 인상을 준다.

<채널A>도 28일의 <정몽준 39.6% vs 박원순 50.5%…지지율 10% 이상 차이> 보도에서 "'농약급식'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서울 친환경유통센터를 검찰이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박원순 죽이기'가 시작됐다며 (야당이) 강하게 반발했다"고 언급했다. 이 역시 마치 '급식 논란' 문제 때문에 검찰 수사가 시작된 듯 한 혼란을 주는 보도다. 언론이 사실관계를 뚜렷이 밝히지는 못 할 망정,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여당에는 "어떻게 준비했나", 야당에는 "왜 그런가"

언론이 여당 편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비단 보도에서만이 아니었다. 종편 프로그램들은 실제 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도 편파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26일에 방송된 <TV조선>의 <신통방통>은 서울시장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 캠프 대변인들을 각각 전화로 연결해 인터뷰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용은 사뭇 달랐다. 정 후보 측에는 주로 선거 준비 상황이나 핵심 공약, 일정과 계획 등을 묻는 질문을 했지만, 박 후보 측에 던진 질문은 정 후보 캠프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

사회자가 정 후보 캠프의 대변인에게는 "선거 준비가 잘 되고 있느냐",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 채무 감축 주장을 두고 정 후보는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던진 뒤, 박 후보 캠프 대변인에는 "서울시 재정 감축 문제로 논란이 있는데 박 후보는 이 문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박 후보의 부인인 강난희 여사에게 대외적으로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는 식이었다. 심지어 박원순 후보측에는 말미에는 광주지역의 공천 논란과 야권연대를 둘러싼 야당 지도부의 갈등에 대해 묻기도 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이를 "질문 자체가 편파적으로 구성되었다"고 지적하며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들에게 각 캠프의 동향을 묻는 질문을 해야 할 시간에 사회자는 반대 측의 공격 질문만을 쏟아낸 뒤, 새정치민주연합의 갈등 상황을 부각하는 부정적 질문을 덧붙였다"고 비판했다.

5월26일 TV조선 <신통방통> 사회자 질문 ⓒ 민주언론시민연합


여당의 시각으로 선거를 바라보는 행태는 일부 보수지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27일자 4면에 <"여 '대통령 눈물'후 하락세 멈췄지만 여전히 어려운 싸움">이라는 제목의 5단 기사를 냈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대통령 눈물'이라 감성적으로 묘사하는 등 철저히 여당에 초점을 맞춘 제목이다. 선거 판세를 다루는 보도는 여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노골적으로 여당 입장만을 반영한 제목을 걸어놓은 것이다.

5월 27일 동아일보 4면 기사 ⓒ 동아PDF


보고서는 이 기사를 두고 "사실상 여당의 선거운동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녹아있다"고 비판하며 "'선거 전략실'에서 나올만한 문건이 버젓이 지면을 통해 나왔다"고 꼬집었다.

선거보도, 기존 어떤 선거 때보다 부실

한편,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지방선거 D-40일부터 5월 26일까지의 선거 보도를 분석해 내놨다. 해당기간동안 지상파 3사와 YTN, 종편 저녁종합뉴스 전체보도량 중 선거보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7.1%였다.

이에 대해 감시단은 "6·4지방선거 관련 보도는 사실 기존 어떤 선거 시기보다 부족하고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KBS는 4.1%로 선거보도가 가장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도 내용의 대부분은 중앙당 차원의 움직임이나 광역단체장 선거에만 집중돼 있었고, 기초단체장이나 교육감 관련 보도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선거종류별 분석 ⓒ 민주언론시민연합


선거보도 주제별 분류 표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날 보고서에는 이외에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수석들을 지나치게 띄워주는 방송사의 보도 행태와 세월호 참사 관련, '유병언과 구원파' 문제만을 집중 보도하는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함께 실렸다.

* 공정선거보도감시단16차 보고서 전문보기
1) '농약급식'만 부풀리는 방송, '관권 개입 의혹'에는 모르쇠
2) 유독 정몽준 후보에게만 유리한 언론보도
3) 조선, 동아는 여당의 '선거 전략실'을 자처하는가
4) 청와대 비서실은 '방송사'가 지키겠습니다.
5) 보수언론 "세월호의 모든 책임은 유병언이다"
6) 6일 남은 선거운동기간, 선거보도 늘리고 제대로 알려라!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 #지방선거 #언론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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