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통공사, '마닐라 경전철 사업' 국제입찰 무산

"입찰조건 변경되는 바람에 참여 못해" vs. "허술한 준비로 세금낭비, 문책해야"

등록 2014.06.09 13:54수정 2014.06.0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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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통공사(아래 공사)가 사외이사 전원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필리핀 마닐라 경전철 1호선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아래 마닐라 경전철 운영사업)'이 무산됐다.

공사는 필리핀 정부가 국제입찰 조건을 변경함으로써 입찰에 참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사가 급하게 준비하면서 입찰 준비과정이 허술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필리핀 정부가 마닐라 경전철 운영사업을 국제입찰에 부치자, 현대로템은 올해 2월 말 공사 쪽에 컨소시엄 '에코레일'을 함께 구성에 입찰에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공사는 3월 초에 현지출장을 다녀왔고, 3월 중순에는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그 뒤 3월 14일부터 4월 7일까지 인천발전연구원(아래 인발연)이 사업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그리고 공사는 4월 9일 특수목적법인 '에코레일'과 필리핀 마닐라 경전철 운영사업 국제입찰 참여를 위한 합의각서(MOA: Memorandom of Agreement)를 체결했다.

공사는 4월 17일 국제입찰 참여를 결정하기 위한 첫 이사회를 열었다. 그 뒤 이사회를 두 번 더 열었으나 사외이사들이 반대해 결정을 못했다가, 5월 9일 사외이사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당연직 이사만 참여해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 결정 후 공사는 국제입찰 참여를 추진했으나, 필리핀 정부가 입찰조건을 바꾸는 바람에 '에코레일'은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마닐라 경전철 운영사업은 필리핀 교통통신부 마닐라 경전철 운영청에서 발주했고, 총사업비는 약 650억 페소(한화 1조6900억 원)다. 총사업비 중 46%(약 300억 페소, 한화 7790억 원)를 차량 구매와 차량기지·환승역 건설 등의 정부 주도 사업으로, 나머지 54%(약 350억 페소)를 경전철 운영과 연장선 건설 사업 등 민간자본 사업으로 시행할 계획이었다.

공사 신사업개발처는 "국제입찰 발주 당시 정부와 민자의 사업비 비율이 '46% 대 54%'였는데, 나중에 필리핀 정부가 민자 몫을 최대 40%까지로 낮췄다"라면서 "민자 사업비가 줄어들자 재무구조와 사업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에코레일' 쪽에서 필리핀 정부에 입찰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필리핀 정부가 입찰(마감)을 (5월) 28일로 강행해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에코레일 쪽에서 지난달 24일 문서로 알려줬다"라고 설명했다.

공사는 국제입찰 참여가 무산된 뒤 아직까지 내부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필리핀 정부가 지난달 28일 마감한 입찰에는 업체 한 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필리핀 정부가 공식 발표하지 않아, 공사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공사 신사업개발처는 "입찰에 컨소시엄 7개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중 한 군데만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국내 코레일 컨소시엄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공사 내부에 정해진 방침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국제입찰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라면서 "(향후) 사업(입찰)이 있다면 검토할 계획이"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경실련, 정보공개청구... 공사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공사 당연직 이사들이 사외 이사가 전원 불참한 가운데 국제입찰 참여를 가결한 것도 문제지만, 그 준비과정이 허술했다는 점에서 입찰 참여 무산 후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공사가 국제입찰을 서둘러 준비하다보니 준비과정이 미흡했다. 공사가 사업 참여 타당성 용역을 맡긴 인천발전연구원은 3월 14일부터 4월 7일까지 불과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용역을 마쳤다. 타당성 분석을 위한 현지출장도 두 번에 불과했다.

게다가 필리핀 정부가 입찰조건을 변경했다는 것을 입찰 마감을 불과 며칠 앞두고 알았다는 점에서, 정보 수집이 부실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달 28일 입찰 마감 전에 공사에 사업 타당성 분석 보고서 공개를 요청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아래 인천경실련)은 입찰 참여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공사의 해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최혜자 인천경실련 사무국장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허술하게 준비하면서 결국 혈세만 낭비했다"라면서 "게다가 이번 입찰 참여 과정은 지방공기업법 위반 논란까지 야기했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공사는 인천경실련이 청구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공사는 "타당성 분석 보고서를 공개할 경우 입찰 정보가 경쟁사에 들어갈 위험이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인천경실련은 지난 2일 '입찰이 무산됐으니 공개해야 한다'며 다시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공사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면서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혜자 사무국장은 "공사가 타당성 분석 보고서 공개를 거부할 경우 행정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허술한 준비로 혈세를 낭비한 만큼 용역비와 필리핀 공무국외여행 출장보고서, 자료수집비 등의 정보 공개를 추가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인천교통공사 #인천경실련 #마닐라 경전철 #에코레일 #의정부경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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