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가르침을 불로 지키는 사람들

히에잔 산 엔략쿠지 절을 찾아서

등록 2014.06.10 10:51수정 2014.06.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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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에잔 산 엔략쿠지 절의 곤폰주도 모습입니다. 용마루에 황실을 상징하는 노란 색 국화무늬가 세 곳에 새겨져 있습니다. ⓒ 박현국


8일 오후 시가현과 교토시 사이에 있는 히에잔(比叡山) 산 엔략쿠지(延暦寺) 절을 찾았습니다. 엔략쿠지 절은 사이초(最澄, 766-922) 스님이 세운 천태종 사찰입니다. 히에이잔 산골짜기 여러 곳에 엔략쿠지 절들은 도도(東塔), 사이토우(西塔), 요카와(橫川) 등으로 나눠집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도도에 해당되는 곳에 곤폰주도나 문수루라는 크고 오래된 절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1642년 지은 곤폰주도(根本中堂) 건물은 본당 한 가운데 약사여래불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상 앞에는 사이초 스님이 중국에서 천태종을 들여올 때부터 가지고 온 진리의 불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습니다. 부처의 말씀이 세상을 비추는 빛이라고 여겨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겠다는 맹서로 지금까지 불을 피우고 있다고 합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불이 아니라 부처의 가르침을 진실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겠다고 불을 피우면서 그 불을 안치한 건물 지붕 꼭대기에는 식민지 수탈과 전쟁의 주모자인 천황가의 휘장을 금동 판에 새겨서 지키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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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폰주도 본당에 모신 약사불입니다. 불상 앞에 보이는 고리가 꺼지지 않는 등불을 매달아 놓은 것입니다. ⓒ 박현국


천태종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불교 종파를 만든 여러 교단의 종조들이 히에잔 산에서 수양을 하다가 도를 깨쳐서 여러 종파를 열었습니다. 특히 정토신종의 신랑쇼닌(親鸞聖人)은 호엔(法然)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 호엔 스님이 지금의 곤폰중도 앞 골짜기에서 수도를 하다가 도를 깨쳤다고 합니다.

지금도 골짜기에는 호엔 스님이 수도하던 곳에 건물을 짓고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아래쪽에는 호엔 스님 무덤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무덤은 돌로 단장이 되어 있고, 주변은 깨끗하게 청소도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날마다 사람의 손길이 닿고 있는 듯 생화나 촛불이 밝혀져 있었습니다.

지구 기후 변화와 자연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아직 산속에 있는 곤충들은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산길 바닥에 잎사귀가 담배꽁초처럼 말려 있었습니다. 말린 잎사귀를 펴보니 곤충 알이 두 개 들어있었습니다. 거위벌레가 떼죽나무 잎사귀에 알을 낳고 알이 깨어날 때 까지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 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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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위쪽은 떼죽나무 잎사귀에 싸인 거위벌레 알입니다. 사진 아래는 삼나무 숲과 보라색 광자황금 꽃입니다. ⓒ 박현국


이곳 히에잔 산 속 길가에는 일본 삼나무, 편백, 전나무 등이 기세 좋게 서있습니다. 길바닥에는 일본말로 시소바다츠나미소(紫蘇葉立浪草)라고 하고, 중국말로 광자황금(光紫黄芩)이라고 하는 보라색 들꽃이 피어있었습니다.


일본 절에도 종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절에 있는 종은 한국과 달리 누구나 아무 때나 돈을 내면 칠 수 있습니다. 절에 따라서 다르지만 이곳 히에잔 산 엔략쿠지 절은 종을 한 번 치는 돈은 50엔이었습니다. 누구나 50엔을 돈 통에 넣고 힘껏 종을 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 울림이 이어지는 동안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합니다. 종의 울림이 이어지는 동안 종을 친 사람의 기원이 소리를 따라서 하늘에 전해지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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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위 왼쪽은 절에서 종을 치고 있는 모습이고, 왼쪽은 호엔 스님이 도를 닦던 곳에 세워진 건물입니다. 사진 아래는 호엔 스님 무덤입니다. ⓒ 박현국


가는 법> 교토역에서 히에잔 산 엔략쿠지 절에 가는 버스를 타고 갑니다. 아니면 교토에서 동서선 지하철로 하마오츠에 와서 다시 사카모토행 전차를 갈아타고, 사카모토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엔략쿠지 절에 갑니다.

참고 사이트> 히에잔 산 엔략쿠지 절, http://www.hieizan.or.jp/, 2014.6.9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히에잔 산 엔략쿠지 절 #곤폰주도 #거위벌레 #약사불 #호엔 스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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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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