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확인증 찾아 삼만리

6.4 지방선거 봉사활동 후일담

등록 2014.06.19 21:59수정 2014.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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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투표소 들어가는 시민들 ⓒ 오준승


"출구조사 거부하는 사람들, 왜?" 기사의 후일담이다.

"자, 이번 6.4 지방선거 봉사활동한 사람 '확인증' 제출하렴"
".....네?"

6.4 지방선거, 5일 간의 황금연휴가 끝나고 난 다음의 첫 등교일. 조회시간에 선생님은 6.4 지방선거 봉사활동 확인증을 제출하라고 말하셨다. 다른 투표소로 갔던 주변의 친구들도 '네'라고 답하며 확인증을 제출했다. 설마. 나만 확인증 안 받은건가?

"준승아, 너는 확인증 제출 안 하니?"

유일하게 확인증을 제출하지 않은 나에게 선생님이 물어왔다. 나는 확인증을 받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주변의 친구들이 웃었다.

"ㅋㅋㅋㅋㅋ진짜 봉사활동 하고 왔네."
"그걸 왜 안 받아오냐 ㅋㅋㅋㅋㅋ"

그 말을 듣고 있는 나도 당황하고 어이없고 웃기긴 매한가지. 아, 어떡하지. 선생님께 물었다. 어떻게 하죠. 그러자 선생님이 담당 투표소 직원에게 전화해 보라 하셨다. 물론 전화번호가 있을 리 만무. 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땡볕에서 보낸 봉사시간 6시간을 허공에 날려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얼마간 고민 끝에 생각난 것은 강동구 선거관리위원회 전화번호. 스마트폰으로 번호를 찾아 전화했다.

"강동구 선거관리위원회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강동구 ㅇㅇ고등학교 학생, 오준승이라고 하는데요."

그리고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봉사활동을 했는데 확인증 받아오는 것을 잊어먹었다. 그렇게 말하니 그 직원 분이 몇 가지 조회를 해보고는 나에게 물었다. 직접 받으러 올 거냐고. 처음에는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방과후학교가 걸려있어 갈 수 없었다. 선관위는 6시면 마치니까. 그래서 우편으로 보내주실 수 없겠느냐고(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이야기하니 그 직원 분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주소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발급이 안 됐다면 봉사활동 했다는 증명을 어떻게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봉사활동 확인증을 받았다. ⓒ 오준승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우편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강동구 선관위에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선생님께 말씀드린 다음 방과후학교를 빠지고 강동구 선관위로 갔다. 인사를 드리고 사정을 말하니 돌아오는 답.

"그건 동사무소로 가야 하는데?"

별 수 없이 그 길로 동사무소로 향했다. 동사무소에 도착해서 똑같이 사정을 설명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제가 6월 4일날 지방선거 봉사활동을 했는데, 봉사활동 확인증을 받아가는 것을 잊어먹었습니다. 선관위에 갔더니 여기서 봉사활동 확인증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그러자 옆의 과장(?)님이 물어보길. 무슨 일이래? 아, 6.4 지방선거 때 이 학생이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확인증 발급을 못받았데요. 그 말을 들은 과장님이 말했다.

"그런데 발급이 안 됐다면 봉사활동 했다는 증명을 어떻게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발급 못 받는건가? 내 땡볕에서의 6시간이....' 안절부절한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 집에 봉사활동할 때 입었던 옷(선관위 마크가 찍혀있는 옷과 명찰)이 있는데요."

그렇게 얼마간 과장님과 직원 분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직원 분이 나에게 정확히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다. 나는 겪은 대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때 저와 그 아이(나보다 한 학년 어리다)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걔는 안에서 하고 있었고 저는 밖에서 하고 있었어요. 제가 시간이 끝나서 들어가려하니 그 아이가 나오면서 그냥 가면 된다고 했죠. 그렇게 된겁니다. 제가 착각을 한 거죠."

그 말을 듣던 직원 분도 친구들처럼 폭소했다. "그게 진짜 봉사활동 아니니 ㅋㅋㅋ". 그리고 발급을 해주겠다며 학생증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관련 시스템을 통해 알아보던 직원 분.

"음? 그 아이도 봉사활동 확인증 안 발급받았는데?"
"........네?"

알고보니 담당 투표소 관리관이 오전팀인 우리 둘에게 봉사활동 확인증을 발급해주는 것을 잊어먹었던 것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직원들 모두 폭소했다.

나와 투표소 관리관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일. 이렇듯 실수는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많다. 이게 대체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에도 싣습니다. 그리고 학년이 달라서 그런지 그 후배 만나기가 어렵네요. 직원 분께서 걔한테 이야기 해주라고 했는데 말이죠. 혹시라도 이 기사를 본다면 관련 동사무소로 찾아가길 바랍니다.
#6.4지방선거 #봉사활동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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