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무엇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는가?

[주장] 세월호 참사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

등록 2014.06.27 18:43수정 2014.06.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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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오전, 믿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배에는 단원고등학교 학생 325명과 선원 30명 등 47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배는 가라앉아 있었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구조를 기다리던 수백 명의 탑승자들은 '가만히' 구조를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사건을 경험한 정부는 제대로 된 지휘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바다가 잠잠해지기만,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잠잠해지기만 기다렸다. 두 달 여가 지난 지금, 기업의 이욕와 정부의 무능력이 만든 참사로 수백 명이 희생되었고, 아직도 많은 논란과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은 소위 '멘붕'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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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청계천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 한승효


세월호 참사 이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하고 시민들은 새벽 시간에도 거리응원에 나서 한국 대표팀을 응원했다. 몇몇 대학교에서는 예정된 축제를 강행하며 단체로 술과 음악에 취하기도 했으며, 주말마다 주요 거리에는 다양한 문화축제가 펼쳐졌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는 '잊지 않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잊혀져 갔고, 철저하게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한다는 논리대로 세상은 흘러갔다.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는 개인에게도 일일이 침묵을 바라는 것은 탄압적 발상일 것이다. 언제까지 애도해야 소임을 다한 거냐는 반응에는 할 말이 없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외치고 있는 '잊지 않겠다'는 말, 과연 무엇을 잊지 않았으며,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잊지 않겠다'는 말로 모든 흥겨움을 합리화했을 뿐, 달라지는 건 없었다.

세월호, 현재까지도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6·4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6.8%로 19년 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사전투표제가 시행되면서 실질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여유가 더 생겼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세월호 침몰의 책임을 전적으로 정부의 몫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부적절한 운항 관리와 미흡한 사고대응, 잘못된 인사 관행 등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이 있는 만큼, 국민들이 '잊지 않겠다'는 의지는 투표율로 나타났어야 했다.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되었다.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아직도 유병언 회장은 잡히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총체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던 정홍원 국무총리는 신임 총리 선임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는 가운데 유임되었다. 결국,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과연 이 모든 것이 정부의 책임이고, 부패한 기업의 책임이며, 부도덕한 선원들의 책임일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지금의 이 나라는 우리가 만들어 왔고, 해이한 관행들을 우리가 방관했으며, 우리는 많은 사람을 구하지도 못했고 구할 능력도 없었다.

적어도 한국에서 다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바뀌어야 하고, 법과 제도, 정책과 문화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옳고 그름이 점차 희미해지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세상 속에서, 올바른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판단능력을 갖춘 시민의식도 자리잡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희생자 그리고 유가족들이 국민들에게 바라는 마지막 희망사항 일 것이다.

현재까지 세월호 침몰에 대한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호 국정조사특위가 활동을 시작했지만, 활동기간(90일)의 4분의 1이 지난 지금도 관계 기관의 보고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가만히 있는가.

2014년 6월 27일 현재, 사망자는 293명, 실종자는 11명이다.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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