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 위한 '6자회담 재개' 공식은?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 중요

등록 2014.06.25 13:27수정 2014.06.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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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있다. 3월 25일 한미일 헤이그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 합의한 후, 4월 7일 한미일 수석대표 회담과 6월 2일 한미 수석대표 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렸다. 그리고 5월 26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윤병세 외교장관이 회담을 가졌고, 가까운 시일 내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방한하여 북핵문제를 다루기로 약속하였다. 6월 18일에는 한러 수석대표가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실제는 제자리걸음이다. 한미는 여전히 '북한의 선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북중은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되는 평행선을 마무리할 방법은 없는가? 키는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

먼저 미국이다. 역할은 러시아의 6자회담 복귀와 '북한의 선 변화'라는 전제조건의 완화이다. 일단 러시아가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 3월 21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떼내 합병했다. 3월 27일 미국은 러시아 결정을 뒤집는 유엔총회 결의안까지 이끌어 냈지만, 러시아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때문에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하리코프 주가 주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에게 병합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2개 주의 결정을 인정하지만, 미국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미국이 현상유지를 인정하는 선에서 러시아와 타협하지 않는 한, 러시아의 6자회담 복귀는 요원하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도 미국에게 달려 있다. 2012년 2. 29합의 이전에 '북한의 선 핵폐기'가 미국의 전제조건이었지만, 이후는 '비핵화 조치 항목'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14년 4. 17 한미회동에서 '비핵화 사전조치'에 유연성을 부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6. 2 한미회동에서는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요구함으로써, 다시 강화되고 있다. 어쨌든 미국의 양보와 6자회담의 가능성은 정비례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폐쇄성이 정권의 내구성을 보장해 줌으로써, 북한이 먼저 물러설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걸프전쟁, 아프간전쟁, 이라크전쟁에 이어 북한침공까지는 미국의 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북한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국이다. 역할은 미국에 대한 설득과 일본에 대한 이해이다. 일단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이익을 조율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미국은 제1차 핵위기에서 북한 핵과 경제적 지원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1999년 3. 16 제네바합의를 이끌어 냈다. 역시 제2차 핵위기에서 2005년 9. 19 공동성명, 2007년 2. 13 합의, 2007년 10. 3 추가조치를 이끌어 냈다. 미국의 불만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북한의 변화를 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따라서 미국이 먼저 북한에게 접근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여기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미국에게서 북한의 안보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보장받고, 이를 북한에게 전달하여 6자회담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중국의 이해 역시 중요하다. 북한과 일본은 납북자 재조사에 돌입했다(5월 29일 합의문 발표). 대신 북한은 일본의 단독제재 해제, 국교정상화, 인도적 지원 등의 이익을 얻게 되었다. 이는 북일간 단순한 거래일 수 있다. 거래+α, 즉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미일의 전략이 더해졌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북핵에 대한 한미일의 공조 균열은 기우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중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현 북일관계를 중국배제가 아니라 북한의 이익추구로 봐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국이 북한을 배신의 관점에서 판단하면, 중일관계 악화는 물론 6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열정도 식어버릴 것이다.

현대전쟁에서 승자와 패자는 없다. 오로지 패자만 있을 뿐이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은 모두를 승자로 이끄는 유일한 공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관련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해결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제 방법을 찾을 때다. 지속적 대립은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한반도 전쟁이라는 안보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북미전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해답은 미국에 의한 러시아 복귀 및 전제조건 완화이며, 중국에 의한 북미관계 개선 및 일본의 대북정책 이해이다. 한국의 주변국 외교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6자회담재개 #6자회담 #북핵문제 #6자회담수석대표 #북핵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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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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