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의 반격과 '어글리 코리안'의 최후

'코피노 판결'이 주는 교훈…자녀에 대한 무한책임 필요

등록 2014.06.26 18:22수정 2014.06.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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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필리핀인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아온 이른바 '코피노(Kopino)'가 최초로 한국 법원에서 친부자관계를 인정받은 사건이 있었다. 언론들은 일제히 코피노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필리핀에 3만 명의 코피노들이 있다고 한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코피노들을 생각하면 법원이 이들 모두에게 친아버지를 찾아줘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된다면 한국 아버지들의 가정도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 어머니가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바로 '인지청구'이라고 하는 소송이다. 친아버지가 자신의 친자녀를 자녀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법원의 판결에 의해 친자녀로 인정받는 방법이다. 혼인 중에 낳은 자녀는 당연히 아버지의 법률상 자녀로 인정되지만, 혼외자가 법률상 부자관계를 인정받으려면 특별한 법적 요건이 필요하다. 친아버지가 친자녀임을 인정해 신고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대안은 친자녀나 그 어머니가 친아버지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하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소송은 지난한 인고의 과정이다. 최근 한국 법원이 손을 들어준 사건도 지난 2012년 12월 소송이 제기된 후 1년 6개월 넘게 재판이 이어졌다.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친부자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무조건 우긴다고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보통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부자관계를 판단하게 된다. 최근의 사례처럼 아버지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 법원은 강제로 검사를 받게 할 수도 있다. 이 명령에도 불응하면 다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친아버지라는 정황이 있는데도 끝까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는 사람을 아버지로 인정하기도 한다.

소송에서 친부자관계를 인정받는 경우, 필리핀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에게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의 양육비뿐만 아니라 과거의 양육비도 받을 수 있다. 자녀가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물론, 아버지가 사망하는 경우 재산도 상속받게 된다. 아버지 없이 자란 '코피노'에게는 인간적인 삶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을 받는 셈이다. 반대로, 아버지의 한국 가족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판결을 놓고 한국 가족들이 겪게 될 정신적 충격과 가정파탄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인 아버지에게 있다. 자녀에 대한 양육은 아버지로서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자신의 친자녀라는 이가 나타났을 때 자발적으로 진위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면 필리핀 어머니의 분노는 그토록 크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소송으로 치달은 것은 양육의 책임을 무조건 피하려는 아버지의 패륜적 이기심 탓이다. 해외 '성관광'을 잠깐의 일탈쯤으로 쉽게 생각하는 한국 남성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코피노'에 대한 무한책임은 꼭 필요하다.
#코피노 #필리핀 #인지청구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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