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을' 본선 경쟁 치열... 활기 잃은 시장서 만났다

7·30 보궐선거 운동 현장... 임태희 새누리당, 정장선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

등록 2014.06.27 17:32수정 2014.06.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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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의 귀환,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 열기가 한여름 날씨보다 더 뜨거워지고 있다. 평택을 지역에 출마한 3선의 임태희 새누리당 예비후보와 정장선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를 길거리에서 만나 한 마디씩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임태희,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이 출마했다는데 부담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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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정장선 예비 후보의 만남 평택 남부문예회관 앞에서 서로 만나 인사하는 모습 ⓒ 고기복


지난 26일, 새벽 6시가 조금 넘어 평택 남부문예회관 사거리에서 단정한 옷차림에 이지적인 모습을 한 여성이 사뿐사뿐 자신있는 걸음걸이로 다가오더니 명함을 내밀었다.

보궐선거에 입후보한 예비후보려니 했는데 명함을 받고 보니 '임태희'. 명함을 건넨 이는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의 배우자, 권혜정씨였다.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헤어지고 얼마 안 가 임태희 예비후보 주위에서 빨간 조끼를 입은 사람 둘을 볼 수 있었다. 김홍규, 유의동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할 즈음에 임태희 예비후보가 눈에 띄었다. 명함을 주고받고 나서 약간은 거북할 수도 있는 질문,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이 출마한다는데 부담은 없는지를 물었다. 임 예비후보는 관련해서 익히 많이 들어왔었는지, 차분하고 조곤조곤하게 답을 하기 시작했다.

"쌍용차 노조에서 그분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노조활동만 하는 분들의 의견이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대부분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회사가 이미 정상화되어 이익을 내고 있고, 잘 돌아가고 있다. 기업이 잘 되는 것이 근로자나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분의 출마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의 출마 선언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임 예비후보는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데 자연스러웠고, 거리낌이 없었다. 같은 자리에 있는 새누리당의 다른 후보들과도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몇 걸음 앞선 자의 자신감, 여유가 한껏 묻어났다.


3선 의원에 전직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장 출신이라는 화려한 이력은 임 예비후보로 하여금 이미 본선을 겨냥하여 뛰게 하고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정장선, 새벽부터 고생인데, 아침은 먹고 다니나?

평택시민단체협의회 소속 임원들이 한국가스공사 통영생산기지로 가기 위해 전세버스를 탈  거라는 소식을 들었는지, 파란 조끼를 입은 정장선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가 같은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후보는 평택 출신으로 평택에서 내리 3선을 한 터줏대감이다. 그래서인지 거리에서 만나는 이들은 서로서로 안면이 있는 듯, 정치 이야기는 내려놓고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시민에게 정 예비후보는 구면인 듯, "아직도 담배 피우느냐?"며 인사했다.

이어 정 예비후보는 자신이 이제껏 결심한 것 중에 담배를 끊은 것이 가장 잘한 결심 중 하나라면서 적극 금연을 권했다. 일견 정치인의 모습보다는 동네 형처럼 정 예비후보는 새누리당 소속 예비후보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고, 살갑게 지나가는 이들에게 명함을 건네는 모습이 한 두 번 해 본 솜씨는 아니다. 하긴 벌써 3선이니 말해 뭐하겠는가. 그런 그에게 새벽부터 고생인데, 아침은 먹고 다니는지 물었다.

정 예비후보의 배우자, 이성숙씨가 현직 중학교 교사로 다른 후보들의 배우자들처럼 종일 선거운동을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의도적으로 물은 것이었다.

"식사? 아침 일찍 나와서 선거 운동하다가 오전 9시 정도 되면 조금 한가해진다. 그때 되면 잠시 여유를 갖고 커피도 한잔 하고, 간단하게 식사도 한다. 온종일 선거 운동하는 분들이 더 고생이겠지만, 집사람이 교직에 있기 때문에 새벽부터 같이 나와서 선거 운동하고 있다. 그래서 식사는 집사람이 출근하고 나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사 시간마저 아까울 정도로 바삐 뛰고 있다지만, 정 예비후보에게서는 평택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야당 사무총장까지 지냈던 관록을 더해 평택 터줏대감의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났다.

파리 날리는 시장, 어이하면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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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만 날리는 재래시장 더위가 더해감에 따라 냉방이 잘 되는 대형마트에 고객을 뺏기는 재래시장엔 파리채만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 고기복


임태희, 정장선 두 예비후보는 '평택을'에서 누가 뭐라 해도 본인들은 이미 본선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다른 예비후보들보다 높은 인지도와 정치인으로서의 화려한 이력들을 자랑하는 두 후보를 만났던 날 오후, 어느 재래시장 바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시장은 예전의 활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건어물 가게 앞에서 멸치 가격을 묻자, 덜어서 만 원부터 삼만 원까지 종이상자에 알맞게 넣어준다면서도 큰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상인은 이미 불황에 이골이 난 듯, 손님이 그저 눈요기만 하거나 가격만 묻다가 갈 거로 생각했는지 달리 무어를 사라고 권하지를 않았다.

2만 원어치를 요구하자, 잰 손놀림으로 포장하고 깎아달라는 말이 없었는데도 이천 원을 거슬러 준다. 파는 이나 사는 이나 흐뭇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멸치를 사고 몇 발자국 더 가자,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부채 다섯 개를 붙인 파리채였다. 파리채는 전기로 작동되고 있었다. 젓갈류를 포함한 건어물을 파는 가게였다. 젓갈을 진열해 놓은 판매대 위를 휘휘 내젓는 파리채의 모습은 손님이 뚝 끊긴 시장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손님이 예년과 비교하면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는 상인의 하소연을 뒤로하고, 시장을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속한 지역구는 아니지만, 평택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불황에 허덕이는 지역 경제에 어떤 활력을 넣을지 궁금하다. 부디 일찌감치 본선행을 탔다고 마음먹은 후보들은 호객할 기력마저 잃어버린 시장상인의 절절한 심정, 서민의 마음을 보듬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평택시민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7.30 #임태희 #장정선 #김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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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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