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씨, 박종철인권상 끝내 고사... "난 자격 없다!"

제10회 박종철인권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

등록 2014.06.29 11:37수정 2014.06.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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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박종철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이를 고사한 강기훈 씨 강기훈 씨는 지난 23년간 '유서대필조작사건'의 당사자로 몰려 고통을 받아왔으나 끝내 이겨냄으로써 결국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 김학규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회장 김세균 서울대명예교수)는 박종철열사의 의로운 죽음이 기폭제가 되면서 우리 사회 민주화의 결정적 분수령이 되었던 6월 민주항쟁 기념일을 전후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하여 박종철인권상을 시상해왔습니다.

박종철인권상은 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 역할을 한 박종철 열사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면서, 국가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맞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사람이나 단체, 또는 소수자-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지키고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이나 단체를 지지하고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입니다.

지난 2003년에 제정되었는데요. 그동안 KTX여승무원노조(2006),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2011), 밀양 할머니-할아비지들(2013)이 수상한 바 있습니다. 올해로 10회를 맞아 더욱 더 의미있는 수상자 선정이 기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제10회 박종철인권상 수상자는 뜻밖의 이유로 빈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0회 박종철인권상 심사위원회(심사위원장 박동호신부)에서는 유서대필조작사건 피해자로 지난 23년간 고통받아오다 지난 3월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강기훈(52세)씨를 만장일치로 박종철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하였습니다.

23년 전 이른바 '분신정국'에서 대중적 분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권력의 예단에 의해 분신한 동료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씌워 구속한 것도 모자라 진실규명의 요구를 끊임없이 회피해온 국가권력에 의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음에도 끝내 버티고 이겨냄으로써 재심에서 무죄를 이끌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상자로 선정되었음을 전달받은 강기훈씨가 고사의 뜻을 전해왔습니다. "나는 지난 23년 간 특별히 한 일이 없다. 현장에서 헌신하신 분들이 받아야 할 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받을 자격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강씨는 "그 고통스러웠을 지난 23년을 버텨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종철인권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거듭된 요청에도 끝내 고사의 뜻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이에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제10회 박종철인권상과 관련하여 강기훈씨를 수상자로 선정한 제10회박종철인권상심사위원회의 결정도 존중하고, 이를 고사하는 강씨의 입장도 고려하여 심사숙고 끝에 강씨가 아닌 새로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10회 박종철인권상은 본인의 고사에도 강씨 외에는 수상할 만한 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로써 제10회 박종철인권상 수상자는 빈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 박종철인권상 역대 수상자 명단
■ 제1회 박종철인권상 시상식(2003년 6월 7일) : 이인영(전대협 초대의장)
■ 제2회 박종철인권상 시상식(2004년 6월 7일) : 윤기진 황선 부부(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과 대변인)
■ 제3회 박종철인권상 시상식(2005년 6월 7일) : 이동진(한총련 조국통일위원장, 경상대총학생회장) 최승환(한총련 의장, 부산대총학생회장)
■ 제4회 박종철인권상 시상식(2006년 6월 7일) : KTX여승무원 노조
■ 제5회 박종철인권상 시상식(2007년 6월 8일) : 이시우(사진작가)
■ 제6회 박종철인권상 시상식(2009년 12월) : 도한영(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사무처장)
■ 제7회 박종철인권상 시상식(2011년 6월) : 김진숙(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
■ 제8회 박종철인권상 시상식(2012년 6월) : 김석진(현대미포조선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
■ 제9회 박종철인권상 시상식(2013년 6월) : 밀양 할머니-할아버지들(밀양 765kV송전탑반대 4개면주민대책위원회)

※ 제10회 박종철인권상 심사위원회
- 심사위원장
박동호(신정동성당 주임신부, 천주교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 심사위원
김거성(한국투명성기구 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구민교회 목사)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정도스님(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양산 전법회관 주지)
조 국(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교수) 
덧붙이는 글 김학규님은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입니다.
#강기훈 #박종철인권상 #박종철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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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역사문화연구소에서 서울의 지역사를 연구하면서 동작구 지역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인권도시연구소 이사장과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2022) <현충원 역사산책>(2022),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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